인천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 "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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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 "혹사"
  • 이혜정
  • 승인 2011.10.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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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시간에 주말도 없는 노동자 - 노동강도 '법률 제한' 필요


인천지역의 한 대형마트

취재 : 이혜정 기자

지난 1996년 유통산업이 개방되면서 대기업들의 유통업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한정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차별적 출점과 무휴영업 등 과다경쟁을 일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형유통 업체들의 경쟁으로 소상인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은 건강마저 해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이 강도 높은 근무로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이들의 노동강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 보장을 위해선 노동강도를 법률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의 상당수 매장에선 24시간 영업을 한다. 심야노동에다 명절에도 휴무 없이 일해야 하는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여가시간 부족과 건강 악화는 물론 가정소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단체들은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며 연장영업 규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민노총 전국서비스연맹은 지난 5일 부산지역 대형 유통업체의 연장영업과 연중 24시간 영업을 규탄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 순회 대시민 선전전과 서명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이미경 의원은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 안전보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제 규범 위반 논란과 소비자 권익 침해를 내세운 업체측 반대로 유야무야된 상태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 유통·상생법으로는 무차별적 영업행위 제한에 한계가 있다"면서 "한층 강화된 제제수단으로 노동자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고, 월 3회 이상 정기 휴무제 실시 등을 제안하고 있다.

혹사 당하는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  

대형마트 3사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대부분 점포는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을 한다. 일부 매장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점포수는 이마트(137개), 홈플러스(125개), 롯데마트(93개) 순이다. 이중 홈플러스 30여개와 이마트 11개 매장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추석과 설날 당일에만 점포 문을 닫는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추석과 설날에도 연중무휴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지역 대형마트는 이마트 8개, 홈플러스 7개, 롯데마트 4개 총 19개에 이른다. 이중 홈플러스 6개 매장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서비스 종사자는 400여명.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이들은 하루 4~5교대를 통해 하루 4~6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세계 인천점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연장영업을 할 경우 오후 8시 반까지 문을 연다. 롯데 인천점과 부평점도 같게 운영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때론 1시간 연장영업을 하기도 한다.

백화점 직원들은 오전 8시~오후 8시 반까지 근무시간이지만 단 하루도 제 시간에 퇴근하지 못한다. 손님들을 보내고 매장정리를 하다 보면 백화점을 나서기까지 밤 10시는 훌쩍 넘어야만 일과를 마칠 수 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종사자들은 휴식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를 받고 있다.

백화점에서 8년째 근무한 권모(34)씨는 일과가 끝나고 나면 발이 퉁퉁 붓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보통 오전 10시 반에 백화점이 문을 열면 적어도 9시 반까지는 매장안에 올라와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만 한다"면서 "백화점이 개점하면 매장에서 하루종일 손님을 응대하느라 서 있고, 쉬는 시간도 점심시간과 잠깐 화장실 가는 것 이외에는 매장을 비울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 문을 닫고 난 후에 매장정리를 하다 보면 보통 10시 반 정도에야 백화점 밖을 나설 수 있다"면서 "집에 도착하면 자정이 될 무렵이기 때문에 가사를 돌볼 여유가 없다"라고 했다.

특히 정기휴일 이외에 토·일요일 등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기 때문에 정맥류, 관절염 등과 같은 직업병이 생기기도 한다.

권씨는 "오랫동안 백화점에서 일을 하다 보니 관절염은 기본이고, 오래 서 있는 시간이 많아 하지정맥류로 쉬는 날이 면 병원 가기 바쁘다"면서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몸이 많이 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옥희 노동자교육기관 집행위원장은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 중 상당수가 여성인데, 허리와 어깨와 같은 근육통증과 하지정맥류, 만성적인 관절염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유통업체 간 무한경쟁으로 종사자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간근무 6시간, 주간근무 6~7시간 근무를 하면서 하루종일 서 있기 일쑤고, 잠시 쉴 때에도 제대로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계단, 창고, 화장실 등에서 보내는 등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생계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거의 비정규직이나 파견직이기 때문에 근무여건에 대한 요구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자 건강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한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쉬는 날 없이 운영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해야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반드시 법적인 규제를 통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 종사자들은 하루종일 서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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