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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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은 어디에…"
  • 이병기
  • 승인 2010.03.17 21: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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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천의 한 중학교, 강제 두발단속 논란


취재: 이병기 기자

학교의 강제적인 두발단속과 벌점제도의 부당함을 친구들에게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홍보전'을 준비했지만 교사들의 강제 해산으로 무산됐다. 오히려 학교 측은 일부 학생들의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청소년들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

16일 오후 3시 30분. 인천 J중학교 학생들의 홍보전 준비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홍보전을 준비한 학생들은 친구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강제적 두발제한 반대'와 '공정한 벌점제 실시'를 친구들에게 알리고자 정문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TV에서만 보던 시위를 난생 처음 접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서려 있다. 몇몇 학생은 가면을 준비하거나 문구가 쓰여진 종이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학생들은 혹시라도 선생님이 나오기 전에 홍보전을 시작하려 했지만 미처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일은 틀어졌다. 어느 새 한 교사가 나오더니 교감에 이어 6~7명의 교사들이 나왔다.


교사가 나오자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20명이 넘게 모여 있던 학생들은 교사들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졌고, 결국 홍보전은 재대로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이날 홍보전을 준비한 J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3학년 남학생으로 학기초 학생부장의 강제적인 두발 단속에 반대해 모이게 됐다.

A군은 "2학년 때까지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두발 규정이었지만, 3학년 들어 새로운 학생부장 선생님이 온 후 짧은 상고머리로 두발을 단속하고 있다"며 "갑자기 규정이 심해진 것에 대해 많은 친구들이 반발하고 있어 오늘의 홍보전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중학교 학생부장은 "많지 않은 남학생들의 주장은 '여학생들은 규정을 완화해 주는데 왜 우리는 짧게 단속하냐'는 아이들의 이기적인 생각이다"라며 "기존에도 두발 규정이 '상고머리'로 돼 있었지만 단속을 완화한 것 뿐이고,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어 규정을 따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중학교는 작년에는 남학생들의 머리 길이를 교복 상의 깃에 닿는 것까지 허용했지만, 올해는 짧게 올린 스포츠 형태의 길이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여학생들에겐 묶지 않았을 때는 어깨로 규정하고 있지만, 묶었을 때에는 크게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J중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벌점제도의 경우도 교사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J중학교가 실시하는 벌점제도에는 학생들이 벌점 10점 이상이면 모범학생 표창 등 각종 표창 추천에서 제외되며, 학생회 및 학급회 임원에 출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15점이 넘으면 학교를 대표하는 각종 행사에 참가할 수 없다.

벌점 규정을 보면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에게 1~2점씩 횟수 제한 없이 부여할 수 있다. 또 구체적으로 규정된 항목 이외에도 '학생의 신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도 무한정 벌점을 부과할 수 있어 교사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학급 임원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제한될 수 있었다. 

B군은 "어떤 선생님은 때린 이후에 벌점을 주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떠들면 2점을 주는데 그보다 더 많이 주는 경우도 있다"며 "10점 이상 벌점을 받았다고 해서 학급 임원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은 J중학교의 반장선거가 있던 날이었다. C군은 "벌점이 넘은 줄 모르고 반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2학년 2학기에 벌점을 10점 이상 받아서 당선이 취소됐다"며 "3학년에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생부 교사는 "벌점이 있는 학생은 선거 자체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이 말한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장담했으나, 확인 결과 해당 학생이 당선 무효로 드러나자 "자세한 사항은 3학년 담임교사에게 물어봐라"고 발뺌했다.

J중 교감은 "교육청에서도 학생들의 두발을 자율적으로 하라는 지침이 있었지만, 학부모들의 의견도 다르고 머리가 길 경우 성인처럼 행동할 수 있어 학기초를 맞아 규정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며 "학생부장과 얘기해 완급이 필요할 경우 조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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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웃기네. 2010-05-03 23:13:18
기사로 보니깐.. 나 완전 불쌍한 학생이였어!!!!!!!!!!!!!!
근데, 머리때문에 성인처럼 행동한다는건 좀 아니다. ㅋㅋ 교복도 예전에 학생들 빈부격차 나서 학부모들이 해달라고 해서 입힌건데, 왜 머리까지 ㅋㅋㅋ뭐, 두발 단속한다고 맨날 하던 애가 어.른.짓. 안하나ㅋㅋ 그나저나. 새 학부규정강화는 이해하겠다 이거에요. 작년 규정 그대로지만 작년엔 좀 약했을뿐이다란거 이해한다 이거에요. 근데 머리채 잡아끄는건 아닌듯;;


ㅇㅇㅇ 2010-04-05 10:44:05
어우,,,우리학교가 뉴스에 뜨니까 정말 X팔리네요
솔까말 남자들머리규정이 너무 빡세더군요
아침마다 붇잡아놓던데..학생부장선생님이 바껴서그런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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