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막사발 - 세계 최고의 걸작
상태바
한국 막사발 - 세계 최고의 걸작
  • 이창희
  • 승인 2012.03.16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에서 이제 반환해야 할 때

한국(조선시대)에서 만든 막사발은 세계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한국도자기에 대해 갖는 열정은 남다른 데가 있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는 도자기에 관한 한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선진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릇 중에 청자는 백자와 더불어 최고 상품인데, 10세기 언저리에 지구상에 이런 그릇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고려와 중국밖에 없었다. 고려청자는 도자기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인정하는 '천하 명품'이었다. 그런 그릇이니 만큼 일본인들이 우리 그릇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16세기 후반, 일본에서 그릇의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야기는 이런 최고 그릇에 대한 게 아니다. 막걸리의 '막'처럼 막 만들었다고 해서 '막사발'로 불리는 평범한 그릇에 대한 얘기다. 사실 이 그릇이 막 만든 것이 아니기에 막사발로 칭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즘 대세이다. 하지만 혼선을 피하기 위해 그냥 과거의 예를 따르겠다. 이 그릇은 일본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렸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이도차완(井戶茶碗)'이라는 이름이다.

사진의 막사발은 대표적인 이도차완이다. 얼핏 보면 보잘것 없는 그릇 같지만 조선 도공이 무심으로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이 그릇은 청자나 백자와 달리 불가사의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분명히 이름 없는 도공이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 16세기 후반부터 일본에 알려지면서 그곳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으로 치면 그릇의 '한류 바람'이 분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릇은 한국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최상의 막사발은 모두 일본에 있다고 한다.

이 그릇이 일본에 알려지자 어떤 일본 도공은 "이런 그릇을 일생에 하나라도 만들면 여한이 없겠다"라고 하고, 어떤 일반인은 "이 그릇을 한 번이라도 만져보기만 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다인은 이 그릇은 성 하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신성한 그릇이라는 의미로 신기(神器)라 부르면서 그릇을 모셔놓고 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일본의 실력자였던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사람들이 이 막사발에 '환장'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들에게 이 막사발을 하사했는가 하면, 그 부하들은 좋은 막사발을 이들에게 바쳐 살아남기를 도모했다. 그중에 쓰츠이 준케라는 성주는 도요토미 말을 어겼다가 이 그릇을 그에게 헌상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이 그릇은 이 사람의 이름을 따 '쓰츠이즈츠'라고 불린다. 당시 우리 그릇의 파워가 이리도 대단했다고 한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용도로 쓰였을까? 막사발이 불가사의하다는 점은 이 그릇 용도에 대해 아직 학계에서 완전하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그릇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찻잔 용도로 쓰이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우리가 요즘 한국에서 전통차를 마실 때 쓰는 찻잔에 비해 다소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에 일본인들이 즐겨 마시던 차는 지금 우리가 많이 마시는 종류가 아니라 말차(末茶)라고 한다. 말차는 찻잎을 분말로 만들어 이것을 풀어 먹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릇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아직 확실히 모른다. 밥그릇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제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이 그릇에 대해 이렇게 무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6세기 후반과 17세기에 걸쳐 잠깐 만들어졌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산되었던 지역도 경상남도 일원에만 해당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이 그릇이 어쩌다가 일본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을까? 이 그릇을 처음으로 알아본 사람은 도요토미의 차 스승이었던 '센노 리큐'라는 승려이다. 인기의 비결을 다 캘 수는 없으니 미학적인 면만 살펴보도록 하자. 이 찻잔 내면을 보면 작은 옹달샘이 비친다고 한다. 샘물이 솟아나오는 듯한 신비를 느끼는 것이다. 매우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본의 다실. 완벽미를 추구해서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미학과는 정반대에 서 있어 더욱 가치 있는 막사발이라고 한다.

이를 그릇 내면의 미학이라고 하면 외면의 미학도 있는 것 같다. 일본 다실을 보면 매우 규격적이고 대칭적이다. 일본의 미는 이렇다. 완벽미를 추구해서 어디 빈틈이 없다. 그런데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숨이 막히는 듯하다. 일본 다실에 우리 그릇이 놓인다고 상상을 해보자. 그 순간 마음이 탁 풀리면서 아주 편안해진다. 이 막사발의 미학은 일본 미학과 정반대에 있기 때문이다.

막사발은 보통 매우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그릇으로 불린다. 원래 이 그릇은 청자에 흰색을 입힌 분청자에서 나왔다. 분청자를 유약에 담그든지 아니면 붓으로 유약을 거칠게 칠하는 방법을 통해 만들었다. 분청자가 이미 매우 자유분방한 미학을 자랑하는 그릇인데, 막사발은 더 거친 모습을 보인다.

자유분방한 표현이 놀라운 조선의 분청사기. 그릇의 모양도 자유롭고 죽은 듯한 물고기의 입 벌린 모습도 그 파격이 이채롭다. 막사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교토 대덕사(大德寺)라는 절에 고이 '모셔져' 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그릇이다. 이 그릇을 보고 있으면 그 자연스러움에 놀랄 지경이다. 그래서 어떤 일본 학자는 "이런 그릇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자연이 조선의 도공 손을 빌려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는 일본이 한국에게 막사발을 반환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