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여성 정치참여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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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여성 정치참여 갈 길 멀다"
  • 이병기
  • 승인 2010.04.02 00: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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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성계, "정치권에서 여성 참여 기준 마련해야"


지난 8일 열린 인천여성유권자학교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급식, 보육, 교육, 환경, 주택개발, 복지형 일자리 등 생활과 밀접한 사안은 여성이기에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예산 배분뿐만 아니라 인사와 인허가도 꼼꼼하고 투명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

민주당 인천시당 6·2 지방선거 여성출마자들이 밝힌 내용 중 일부다. 이들은 25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 복지중심, 생활중심 정치를 실현하고자 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패와 불법을 정치소양으로 여겼던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를 끝내고, 우리는 깨끗한 정치, 소통하는 정치, 모두가 살아나는 정치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평구청장 선거 홍미영 예비후보는 "가정과 학교, 이웃 지역에 이르기까지 시민 속으로 들어가 참신한 행정과 희망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 정치참여의 길은 멀기만 하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고용평등과 육아 등 여러가지 부문에서, 정치참여를 해야만 이룰 수 있다고 여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여성들의 요구를 과연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가. 

여성들을 위한 '정치문턱'은 낮아지고 있지만… 

2006년 비례대표제의 여성할당제 실시 이후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성 정치세력이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도 이어간다. 그래서 남성 위주의 정치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인천지역에서 여성들의 정치참여 바람은 얼마나 불고 있을까?

인천지역 여성계는 지난 22일 '6.2 지방선거 여성정치참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조치와 구체적 실현을 촉구했다.

인천 여성계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지난 19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울 3곳 이상에서 여성후보 공천을 의무화하는 공천방안을 확정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여성후보 공천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비판했다.

인천여성의 전화, 인천여성민우회 등 인천지역 7개 여성단체로 이뤄진 여성계는 특히 민주당 인천시당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고 나섰다.

여성계는 "민주당 여성후보들은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많은 참여를 했음에도 실질적 공천과정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하루속히 여성후보 전략공천을 실시하고 각 시도당 공심위에서 적용할 여성참여 확대 강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인천은 경제활동 여성과 한 부모 가정이 많은 지역으로 여성의 생활정치가 돋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 정치인과 기초단체장의 활동이 필요한 곳이다"라며 "민주당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만 할 게 아니라 경륜과 인물, 정책, 시민친화성에 걸맞는 여성후보 공천을 실천해 민주개혁 세력 정당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주최로 열린
'2010 지방선거 좋은후보 책임지기 발대식'.
좋은 후보로 선정된 각 지역 여성들이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선서하고 있다.

각 정당 인천시당만의 차별은 없어, 중앙당 지침 따라 여성 후보 공천

각 정당의 인천시당은 여성 후보 공천과 관련해 지역만의 뚜렷한 차별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 여성계가 질타한 민주당 인천시당의 경우 전 선거구별로 여성 1인 이상 공천을 시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인천시당은 여성 후보에 대해 당규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하고 각 선거구별로 여성 1인 이상 공천을 시행할 방침이다"라며 "기초·광역의원부터 자치단체장까지 시당 차원에서 여성후보를 발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지역 사정이 달라 여성 후보자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여성단체에 추천을 의뢰해 4월 중순까지 공천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라며 "여성이 홀수로 배정되는 비례대표제의 경우 외부인사를 영입해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즉시 여성후보 영입에 나설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천지역 민주당 기초단체장 여성 후보로는 홍미영(54) 전 국회의원이 유일하게 부평구청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 부평구의 경우 이미 민주당에서만 6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해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겨냥한 인천 여성계의 이번 발표도 부평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인천 여성계는 "정치권에서는 '쓸만한 여성인재가 없다'는 이야기로 여성 선택에 보수적이거나 오히려 여성들을 남성중심 조직인 당내 경선으로 내몰아 고사시키고 있다"며 "기초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에 비해 여성출마자도 부족한 민주당의 처지에서는 더 이상 여성계를 실망시키지 말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중앙당 방침 이외에 시당만의 여성 후보자 공천 관련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시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여성 후보 공천에 대한 별다른 논의가 없기 때문에 대답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비후보자 등록 현황을 보면 아직까지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다른 정당에 비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현재 인천지역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여성은 2명. 남구의 이영환(68) 전 시의원과 서구의 이행숙(47) 전 서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등록을 마쳤으며, 아직 예비후보 등록 전인 박승숙(73) 중구청장까지 더하면 10개 지자체 중 3곳에서 여성후보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공직후보자 추천 관련 정당 차원에서 선출직 30% 여성 할당 권고규정을 강제규정으로 마련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 민노당은 3인 이상 출마하는 선거구에 대해 반드시 30% 이상(1명 이상)을 여성이 출마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다른 정당에 비해 여성의 정치참여 폭을 확대하고 있다.

민노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2006년 지방선거의 경우 농·어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정에 따라 여성후보 30% 출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지역의 여성 참여 비율을 확대해 중앙당 차원에서는 30%를 채울 수 있도록 했다"며 "인천지역 민노당 여성 기초의원 후보의 경우 이미 후보자 윤곽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민노당 여성 기초의원은 남구 가선거구의 문영미(44) 남구의회 의원과 남동구 나선거구의 이수연(36) 전 미추홀교육문화센터 사무국장, 부평구 바선거구의 이소헌(37) 인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위원 등 3명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 7명이 여성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남구에서는 다선거구의 최흥숙(47) 시당 남구갑당원협의회 부위원장과 바선거구의 우옥란(64) 남구의회 의원, 연수구는 나선거구의 이인자(53) 시당 연수구 당협 교육위 사무국장과 김미(50) 연수구 새마을 동춘2동 부녀회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남동구에서는 나선거구의 이숙자(47) 전 구월2동 새마을 부녀회장과 라선거구의 이영순(56) 남동구의회 의원, 부평구 바선거구의 남상옥(51) 전 갈산2동 3통장이 등록했다.

민주당은 동구 가선거구에서 지순자(49) 만석비치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남구 마선거구의 이안호(47) 시당 남구을 여성위원, 남동구 가선거구 천정숙(62) 전 구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부평구 다선거구에서는 장숙자(69) 시당 당원 심사위원과 마선거구의 최화자(59) 인천여성문화회관 총동창회장, 계양구 나선거구의 노정희(58) 전 인천시 여성문화회관 (합창단) 초대회장, 서구 나선거구의 김영옥(64) 전 서구청 복지환경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진보신당에서는 이은주(45) 시당 서구당협의장이 유일한 여성후보로 서구 라선거구에서 출마했다.

지역 내 여성 정치세력 활성화 운동

한편 여성 유권자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지역 내 활동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인천여성연대는 지난 8일 부평한길안과에서 '인천여성유권자학교'를 열고 여성 유권자가 만드는 희망과 평등의 삶 모색을 위해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교육은 오유석 여성정치세력 민주연대 대표의 '지방자치시대, 여성의 눈으로 보는 정치와 선거',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여성유권자의 권리와 참여', 임원정규 대전여성정치 네트워크 사무국장의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 여성유권자 운동' 강연으로 진행됐다.

오유석 대표는 강연에서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여성참여의 확대가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후퇴하느냐, 또는 진일보한 수준으로 성장하느냐 하는 고비가 될 것이다"며 "2002년까지 겨우 3%대에 머물던 지방정치 여성참여가 2006년에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둔 만큼 이를 기반으로 2010 지방선거에서 풀뿌리에서부터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민선 4기를 통해 의회에 진입한 기초의회 여성의원들은 남성의원보다 여성 및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에 관한 조례를 더 많이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경제, 건설, 행정, 정치 중심의 의제보다도 새로운 정치, 생활정치의 의제들이라고 할 수 있는 보건, 복지, 교육, 문화/예술, 치안 등과 관련된 의제 발언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는 전국적으로 소수이지만, 지방의회라는 공간 속에서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여성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통해 바꿔 놓은 풍성하고 튼실한 지역정치 사례가 얼마든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선출직 여성할당 강행규정화'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대폭적인 확대' 실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인순 대표는 "그동안은 여성운동이 주장해 온 '지방자치=생활정치'라는 담론은 어느 정도 확산됐으나, 지역 여성들이 직접 만드는 생활정책의 개발이 부족했다"며 "지역의 실태조사와 회원모임 등을 통해 여성운동의 현장성을 강화하면서 여성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이슈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996년부터 '여성자치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여성단체협은 여성 지도자로서의 체계적인 훈련과정을 통한 리더십 강화와 여성정치 지도자를 발굴, 지방자치선거에 참여를 유도하고 생활중심의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여성 정치인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2일부터 7일간 열리는 여성자치학교는 여성리더의 창의적 전략적 사고와 화법, 프리젠테이션 기법 등에 대한 전문가 강의와 교육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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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순 2010-03-26 12:21:06
한국의 여성정치, 인천의 현황을 전반적으로 다뤄주셨군요. 많은 자료를 참조하시고, 객관성과 사실보도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다른 인천지역의 인터넷 기사와는 다르고, 또한 돋보입니다. 역시 인천-in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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