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마을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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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마을을 바꾼다"
  • 송은숙
  • 승인 2012.08.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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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이야기] ② 남동구

7월 14일 열린 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의 소모임 발표회 모습이다. 마중물도서관에서 우클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작은도서관에는 책이 많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대신 어느 책을 빼서 봐도 좋을 정도로 양질의 책을 갖추고, 아이들이 오면 누군가 반기고 맞아주는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되어야죠."

김광원 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장 말이다.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남동구의 작은도서관들을 찾았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구 단위에 작은도서관협의회가 꾸려져 활동 중인 곳이 남동구이다. 작은도서관 10여곳이 주축이 되어 2010년 10월 남동작은도서관협의회(회장 김광원)를 만들었다. 지난 7월에는 남동구의 작은도서관들이 모여 수화와 시낭송, 오카리나, 우클렐레, 마술 등 여러 소모임 발표회를 가졌다.

현재 남동구의 작은도서관은 공립 4곳, 사립 34곳이다. 주로 주민센터에서 만든 공립 작은도서관은 간석3동, 만수2동, 만수3동, 만수4동, 만수6동 등에 들어서 있다.

사립은 개인이나 지역아동센터, 교회, 아파트 등이 만든 곳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아파트에 들어선 도서관은 구월2동 롯데캐슬도서관을 비롯해 논현동 에코메트로 5단지와 11단지, 12단지도서관 등이다. 마중물도서관(만수3동)이나 혜린도서관(구월4동 1271-9), 선향비전도서관(간석1동), 한마음도서관(간석1동), 논현문고(논현동), 성지문고(구월4동) 등은 교회에서 만든 작은도서관들이다.

꿈나무도서관을 찾은 아이들.

꿈나무도서관(☎471-6355·만수3동 109-17)도 벧엘교회에서 만든 도서관이다.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 중인 곳이다. 미추홀도서관과 ‘북스타트’ 협약을 맺어 아기들이 처음으로 책을 접하는 북스타트 책꾸러미도 배포하고 있다.

어린이프로그램으로는 사서도우미 선생님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놀아주는 그림책', 중·고등학생들이 영어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어그림책', 현장학습을 나가는 '얘들아! 나들이 가자', 유치원·학교 등을 '찾아가는 도서관', '작가와의 만남'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오카리나, 미술, 매직클레이, 발레, 생활체육 등도 꾸준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새로운 드레싱에 도전해보는 '만만한 드레싱'이나 직접 움직이는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움직이는 그림책', 나무이름표 달기 등 마을을 가꾸는 데 참여하는 '마을가꾸기' 등이 그것이다 .

김광원 관장은 "40여 가지에 이르는 프로그램들이 자원활동가들의 노력과 재능기부로 이루어지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만 키우던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자원활동가가 되고, 소모임을 통해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다시 소모임을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한다."라고 말했다.

운영이 쉽지 않은 작은도서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원활동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중·고등학생들도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를 찾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줄넘기나 종이접기, 영어 등을 가르치는 '멘토링' 재능기부 봉사를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 또한 관심 분야가 넓어지고 책임감도 커진다.

소명교회에서 만든 마중물문고(☎070-8873-0193·만수3동 850-3)는 4년 전 일군 곳이다. 글쓰기 훈련을 통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배울 수 있는 '어린이기자학교'를 비롯해 '어린이 경제캠프',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등 프로그램을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안중은 관장은 "특히 올해 3월부터 매주 토요일 초등학생들이 직접 기자가 되어보는 '어린이기자학교' 반응이 좋았다"라며 "참여한 아이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신문까지 만들었다"라고 자랑했다.

도림동 숲 속에 자리잡은 반디어린이도서관.도림동 한적한 숲에 자리 잡은 반디어린이도서관(☎432-0557)은 사립도서관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고 도서도 1만권이 넘는다.

또한 초등학생을 위한 '숲생태체험', '그림책과 함께 하는 생태놀이', '봄·여름·가을·겨울 책을 통해 배우는 세시풍속 이야기', 가족동반 숲체험, '그림책과 함께하는 가을이야기' 등 '생태' 프로그램으로 이름이 나 있다.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이곳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림책과 함께하는 가을이야기'는 2010년 첫 해 9천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이 행사가 10월 8~13일까지 열릴 계획이고, 이에 앞서 9월 15일에는 그림책 야외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아이들이 '숲'에서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반디어린이도서관 문을 열었다는 이경미 관장은 "별다른 지원 없이 몇 년 동안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 자원활동가가 늘어나면 일요일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반디어린이도서관 뒷편은 바로 숲으로, 이곳에서 다양한 생태체험이 이루어진다.

다른 곳보다 일찍 문을 연 콩세알도서관(☎464-2348·만수1동)은 푸른생협에서 2005년 만든 '남동문화센터'가 출발점으로 됐다. 지금도 생협에서 운영비의 절반을 부담해 다른 곳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생각을 키우는 독서&놀이'를 비롯해 '동화표현놀이', '수학놀이교실', '원서읽기' 등 아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올해 인기프로그램은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이다. 남동구 평생학습 우수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초등학생(12주 과정)과 중·고등학생(14주 과정)으로 나눠 '영상매체'를 배우고,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콩세알도서관의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모습.

이와 함께 어른들은 역사동아리 '뿌리 깊은 나무'나 고전을 읽는 '고전수다', 독서모임 '책읽는 여자모임'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심형진 관장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고전수다모임에서 '어린이 인문학', '천자문' 수업을 진행한 것도 한 예"라고 말했다.

이외에 만수5동 하늘빛도서관(☎207-1388)에는 청소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난타를 기초부터 연주까지 가르쳐주는 신나는 난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책'을 통해 어른과 아이, 사람과 지역의 소통이 활발한 작은도서관들이 있는가 하면 이름뿐인 곳들도 제법 있다. 김광원 회장은 "앞으로 협의회 차원에서 이런 도서관들이 활성화하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서나눔운동과 함께 자원활동가 지원,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미 성지도서관이나 혜린도서관, 롯데캐슬도서관 등은 협회의 도움으로 소모임을 만들기 시작하는 등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남동구에는 서창도서관과 소래도서관 등 구립도서관 2곳이 문을 열었다. 규모와 시설을 갖춘 이들 공공도서관과 함께 지역주민, 어린이들을 위해 노력해온 작은도서관들이 서로 도와가며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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