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장애인성폭력, 피해 입증은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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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장애인성폭력, 피해 입증은 ‘험난’
  • 송은숙
  • 승인 2012.11.1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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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지원 필요해

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424-1366)에서는 장애인성폭력 상담과 함께 성인권교육, 부모·가족교육 등을 하고 있다.

취재:송은숙 기자

장애인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 사실이 뚜렷해도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17세의 H양은 주변 어른에게 강간을 당해, 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후 가해자를 고소했지만 기각, 검찰에 항소를 했지만 역시 기각돼 법원에 재정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특수학급 교사에게 강간을 당한 지적장애 여학생(21) J양. 역시 상담 후 고소를 하고 1년 동안 재판이 진행됐지만, 변호인 2명을 선임한 가해자는 보란 듯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금은 항소 단계에 있다.

장애인성폭력 상담을 하고 있는 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소장 홍연표)의 상담사례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7월에 처음 문을 열어 12월까지 6개월 동안 장애인성폭력 상담은 18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1~9월까지 상담 건수는 무려 98명으로 늘어났다.

흔히 ‘장애인은 무시해도 좋다’는 편견, 그리고 장애 특성상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등으로 인해 피해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홍연표 상담소장은 “J양의 경우처럼 피해를 당했을 당시 ‘항거불능’이 아니라며 가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은 재판부가 지적장애의 특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지와 편견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장애와 그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해석이 편협하고 엄격한 기준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일 '도가니법' 시행 이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장애인 성폭력피해를 당했을 때는 초기 수사 때부터 법률변호인(변호사)가 지정돼 개입하도록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에서는 10명의 법률조력인이 활동 중이다.

상담소에 피해자나 가족, 주변 사람들을 통해 직접 상담을 해오거나 경찰, 원스톱지원센터 등을 통해 의뢰된 장애인성폭력 사례들은 사례회의를 통해 고소, 고발이 필요한 경우에는 절차를 밟게 된다. 예를 들어 가해자를 고소하는 경우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 가해자는 피의자로 송치돼 기소, 공판 등이 이어진다.

“하지만 법률조력인이 초기부터 개입하고, 상담소에서도 진술시에 신뢰관계자로 참여하는데 가해 사실이 뚜렷해도 유죄 입증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홍연표 소장의 이야기이다.

도가니법 시행 이후 양형기준이 강화됐지만 이처럼 ‘유죄 입증’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법률을 실제로 적용하는 검사들이 낮은 형량을 구형하고, 판사들이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 중 결코 적지 않은 수가 피해자와 합의를 해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폭력을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고, 전과자가 된다는 인식이 필요한데, 협소한 항거불능의 개념이나 정신적 장애인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 등 제도적인 허점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장애인성폭력 관련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한 번 성폭력을 당한 장애인들이 다시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최근 동네 어른 몇 명에게 2명의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사례도 있다.

홍연표 소장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사례 관리와 함께 집중적인 피해자 치료 프로그램이 시급하다”라며 이에 대한 주변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정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는 장애인성폭력예방 전문강사 20명을 양성해 지난해부터 중·고등학교 특수학급을 찾아 성폭력예방 순회교육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 성인권 교육, 부모·가족교육도 진행한다. 12월부터는 여성가족부의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시범기관’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4천만원으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성인권교육을 하고, 내년부터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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