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젊음이 함께...배다리 제62회 시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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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젊음이 함께...배다리 제62회 시낭송회
  • 정이슬
  • 승인 2013.03.3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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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과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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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0일 오후 2시, 배다리 시다락방에서 기타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연주한 것이었다. 밀롱가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 한 기타 2중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가 담긴 플롯과 기타의 듀엣 그리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세상의 약속’이 연주되었다. 식욕을 돋우는 식사 전의 애피타이저처럼, 짧은 음악회는 사람들의 감성을 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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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은 1964년 충남 홍성 출생으로,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되었고,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였다.「벌레의 집은 아늑하다」외 다수의 시집과 동화, 동시집, 산문집까지 발표하였다. 현재는 천안의 한 학교에서 한문선생님으로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제가 함민복 시인과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 오기 전에 배다리 시낭송회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충청도 토박이라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니 양해 부탁드릴게요!”라는 재미있는 인사말로 시낭송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시낭송회에는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사회자인 신은주 선생님의 홍보로 오게 된 것이었다. 학생들이 빠르게 시 낭송을 하는 것을 보고 난 후 이 시인은
 
“다른 사람들이 제 시를 빨리 읽을 때 ‘아, 저기에 쉼표를 하나 더 찍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제가 쉼표를 더 많이 찍었어야 했는데, 저 때문에 학생 분들이 숨이 차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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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을 끝낸 후에 덧붙여 말하는 학생들의 소감도 큰 재미였다. ‘내 관으로 쓰일 나무가 어딘가에서 크고 있다.’ 라고 시작하는 ‘나무 한 그루’를 낭송한 학생이 “나중에 제 관으로 쓰일 나무도 잘 크고 있을 것이에요.”라고 말해서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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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뿌리개 꼭지처럼’을 낭송한 학생은 ‘시나브로 가벼워져야겠다고. 텅 비어도 괜찮겠다고.’라는 구절을 읽으니 걱정이 녹아버렸다며 시로 치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집안에서 물이 새는 것을 어머니의 말로 풀어낸 ‘물’이라는 시를 낭송한 학생은, 물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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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낭송하면서 자신만의 시 해석이 이루어지는데, 쉽게 해석되지 않는 부분을 시인에게 직접 묻는 것이 바로 배다리 시낭송회의 매력이다. 한 낭송자는 ‘더딘 사랑’이라는 시 속에서 돌부처가 눈을 감았다 뜨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실제로 돌부처는 눈을 감았다 뜨지 못하죠. 돌이 비바람에 깎이면서, 돌부처가 눈을 깜박이게 되는 그 시간은 매우 깁니다. 저는 천천히 더디게 흐르는 시간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이 시인은 시 해설에 앞서 시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여러분 중에 시를 쓰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해요. 시를 계속해서 쓰다보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요. 태권도 선수가 많은 연습 후에 무의식적으로 멋진 발차기를 하듯, 시도 쓰다보면 자신만의 작법이 나오게 됩니다.”
 
시낭송회 책자에 소개된 시들 중, 「어머니학교」시집에 소개된 시들이 많이 있었다. 이 시인은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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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쪽에서 ‘어머니학교’만 있으면 아버지가 쓸쓸해 보이니 ‘아버지학교’도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버지가 쓸쓸한 존재인 것은 잘 알지만 쓸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집에 와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고부터 끙끙 앓아가면서 쓰게 되었어요. 원래 시집 한 권 내는데 몇 년 걸리는데 ‘아버지학교’는 26일 만에 원고를 작성하게 되었어요. 마침 학교가 방학이라 다행이었죠. 다 쓰고 나서는 아버지 산소에 찾아가 보여드렸어요. 시집은 아마 4월 말이나 5월 초 쯤에 나올 것이에요.” 라며 ‘아버지학교’에 실릴 시 한 편을 직접 낭송하였다.
 
21편의 시가 모두 낭송이 된 후, 이 시인의 끝인사가 이어졌다.
 
“제 시가 다 길어서 조금 늦어졌네요. 도중에 바쁘면 그냥 가도 되는데, 종례까지 다 마치고 집에 가는 학생같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저의 장난스러움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도 어렸을 때처럼 크레파스를 다시 잡아 무지개 그림을 그리며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넌 참 철딱서니가 없어!’라는 말을 들으며 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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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회가 끝난 후에, 사인회와 다과회가 이루어졌다. 시낭송회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책자에 사인을 받으면서, 다과를 먹으면서 시인과 이야기 나누는 좋은 시간을 보내었다.
 
 
오는 4월 27일에는 손택수 시인을 모시고 63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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