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 축제를 즐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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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 축제를 즐기고 있나요?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3.05.1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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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도진축제를 둘러보고] "내가 즐길 수 없다면 축제가 아니다"
 
인천의 축제들.jpg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혁명은 한순간에 펑! 터지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계속되는 일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혁명’이라는 이름아래서 누군가의 희생과 억압을 강요한다면 다른 누군가를 억압하는 사회를 만들 수밖에 없고, 일상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혁명이기에 이러한 일상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더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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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리에 조명.jpg
 
 
스물네번째 화도진축제
 
지난 5월11, 12일 화도진축제가 열렸다. 화도진길을 막고 성명이 세워졌다. 한때 유행했던 루미나리에 조명이 간이성벽 뒤에 설치되었다. 공원에 주 무대가 세워지고, 화도진 길에는 동구의 각 동사무소와 관변단체들의 천막 아래로 먹거리 장터가 채워졌고, 그 끄뜨머리로 몇개의 체험 공간이 있었다.
 
화도진길.jpg
 
배다리가 있는 금창동에서도 천막을 차렸고, 동장이 주민들에게 자리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전날인 5월 9일 부녀회 아주머니들과 음식준비를 함께 한 터라 인사도 하고, 일도 도울겸 행사장에 들렀다. 일손이 많아 우리가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일행들이 먹거리 몇가지를 사고있는 동안 뭐가 있나 싶어 화도진길을 주욱 둘러보았다.
 
화도진 축체 풍경1.jpg
 
 
긴 먹거리장터 끄트머리에 몇가지 전통공예체험이 유료로 진행되고 있었고, 나는 가장 끄트머리에서 진행되는 서예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화선지 위에 붓을 가지고 먹물을 묻혀 글을 써보는 것 이었다. 이게 묵향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맡은 검은 향이 머릿속까지 스며오고, 커다란 묵직한 붓에 푸욱 먹을 묻혀 툭~ ... 어줍잖은 붓글씨를 끄적거렸다. 진행하시는 분이 남은 먹을 닦아주시겨 말아서 건네주셨다.
 
일행들이 돌아간다는 전화를 받고 돌아서 나오는데 먹거리장터가 참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기위해 나왔는지 양복차림 이거나 회사 점퍼차림의 장정들이 많았고, 지인들에게 인사차 들러 먹고 가기도 하는 모양이다. 달이네로 돌아와서 먹거리를 풀어봤는데 넉넉하기도 했고, 묵무침이 2000원이라니 ... 음식은 판다기 보다 나누기 위해 준비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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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축제에서 먹거리장터가 부대행사라고 했는데 중심이란 생각이 들었고, 축제에서 어쩌면 볼꺼리 전에 먹거리가 먼저라는 생각에는 별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부평 풍물장터에서는 상업적인 장터들이 많아 비싸기도 하고, 맛도 별루고 한데 화도진은 이렇게 직접 준비해 파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청홈페이지에 화도진 축제 안내.jpg                
구청 홈페이지 화도진 축제 안내
 
 
내가 즐길 수 없다면 축제가 아니다.
 
반지하 활동때 종종 프로젝트 마무리로 과정속에서 얻어진 것들을 전시해 발표회를 겸한 먹거리 나눔을 했었다. 동네가 워낙 사람들이 없었지만 전시를 준비하며 스스로의 과정도 돌아보고, 주변사람들, 이웃들에게 설명도 해주고, 함께 먹거리도 준비하고 같이 먹고 정리했다. 그것으로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휘리릭 서둘러 돌아나왔다. 왜 그랬을까? 첫날 점심때라 간신히 먹거리장터 외에 뭐 특별히 볼꺼리도 할꺼리도 없어서 그랬을까? 뭔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게 없어서 였던거 같다. 화도진 축제 프로그램을 보니 여느 구민의 날 축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그렇다. 금창동 새마을 부녀회가 고생을 했으니, 전날 함께 음식준비를 했으니 왠지 들러봐야한다는 생각이어서 들러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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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뭘까? 나는 또는 우리는 왜 즐기지 못했을까?
 
예년이면 5월 2-3째주 주말과 일요일에 열리던 배다리 축전이 올해는 6월 1일 ~ 2일 이틀간 열린다. 주민주체의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고, 역할을 나누고, 사람을 찾고 일을 나누는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고, 쉽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사람들이 축전회의에 참여하긴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한발 빠져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동안 추진 주최였던 아벨사장님이나 달이네 나비는 살고있는 주민이기도 해서 역할이 적지 않다. 어우르고 나누고 더하고 빼는 일이 어디 쉽나.. 그러나 과정없이 결과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달이네 나비의 권유로 작년에 벼룩시장 여는 것에 참여했고, 올해는 추억의 이동식 사진관을 열어볼까 생각중이다. 어머니들의 먹거리가 물론 제일 기대되고 있고, 이것저것 프로그램들이 완성형을 띠고 있다. 행정적 절차를 잘 못하고 계셔서 결국 나비가 손을 걷어부쳤고, 마을사진신문 <우각로신보>의 4면을 프로그램 사용설명서로 채워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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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의 일상에 풍경중에서
 
축제는 혁명과 뭐가 다를까? 하룻밤의 불꽃놀이처럼 펑! 터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며 살아가는 일상이며, 축제니 참여해라 식의 명령이거나 억지로 해야하는  책임이거나 희생, 억압을 강요한다면 계속 그런 방식의 축제가 진행될 것이고, 그런 축제가 얼마나 즐거울까? 
 
일상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혁명, 그 혁명같은 일상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 자발성과 그 자발성을 이끌어낼 요소로서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상상력이 필요하다. 자유롭고 풍부한 상상력이 있는 일상이 있다면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축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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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축제가 힘든 일이 아닌 춤출 수 있는 축제가 되려면 시골동네 이장님 처럼 이웃들이 매일매일 만나고, 이야기하고, 무슨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 노동의 고단함도 나누고, 텃밭의 노동과 수확을 나누며 때때로 함께 먹거리를 나누고, 노래도 한 자락 .. 그림도 그리고, 꽃도 키우고, 투닥거리는 다툼뒤에 어색하게 막걸리를 나누며 화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게 문화고, ?그 문화들이 이웃마을과 손님들과 함께 나눠지는 것이 축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축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함께 생각해보자. 토론이나 심포지엄 그런거 말고 평상에서, 사랑방에서, 거실에서, 현관앞에서, 막걸리집에서, 뜨개방에서, 마을 텃밭에서, 해바라기 하는 어르신들과 길을 헤매는 청소년들과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을 잘 쉬게 하고, 그 가족들도 잘 쉬고, 온 국민이 잘 쉬어야 .. 시간이 많아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일주일에 3일쯤 일하고, 하루는 자녀들의 교육을, 하루는 이웃과의 만남을, 하루는 나를 위한 시간을, 하루는 우리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난 .. 쫌 그렇다.
  
 
 
축제 [festival, 祝祭]의식 (브리태니커/다음제공)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 =>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do?docid=b20c349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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