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왕따,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스스로를 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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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왕따,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스스로를 비우다.
  • 예연희
  • 승인 2013.06.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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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으로도 유명한 인천 동구의 배다리 마을. 그 곳에는 일반 미술관처럼 어느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점과 길목과 어울려 깡통로봇만이 지키고 있는 소박한 문화 공유관, 스페이스 빔이 있다. 내 안의 자본주의 욕망에서부터 우리들 삶의 공간에 작동하고 지배 권력을 ‘비움’으로써 자발적이고도 자율적인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취지와 잘 조응되는 느낌이 든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지키며 그 생활을 즐기고 있는 민운기 대표를 만났다.
 
 민운기 대표는 서울대학교 서양미술학과를 졸업해 서울대학원까지 졸업한 엘리트, 소위 말하는 ‘엄친아’다. 그대로 교수가 되거나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용물에 맞춰 그릇을 선택하지 않고 그릇에 맞게 내용물을 선택하는 현실에 반감을 느껴 과감하게 인천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인천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 미술 연구 모임’을 형성해 스터디 진행 및 미술 비평지 발간과 전시기획. 하지만 상시적인 논의와 실천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난 2002년 1월 인천 구월동에 스페이스 빔을 개관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에 개관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일반적으로 화가들은 더 좋은 작품을 내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인정을 받기위해 모두 다 서울로 갑니다. 그 곳에서 인정받은 후 판매를 하려고요. 그러다보니 지방이 서울에 비해 열악하죠. 그 상황이 안타까워 인천으로 내려왔습니다.” 지금 스페이스 빔의 장소인 배다리로 옮긴 이유는 마침 배다리 마을에 빈터가 있었고 배다리의 유구한 역사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페이스 빔은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단지 완성된 결과만 보여줌으로서 관람자와 예술가가 따로 존재하는 미술관의 구성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페이스 빔’이 중간역할을 하도록 한다. 단지 우리가 전시되어 있는 그림만 딱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비예술가와 예술가 구분 없이 서로 융합될 수 있는 공간, 시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일상적인 공간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전시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이스 빔의 전시관은 점차 축소되고 있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민운기 대표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단지 그림만 그리고 또 그것을 점수화하는 공교육과 달리 다양한 상황에 자신을 던져보고 단지 틀에 맞춘 것이 아닌 열린 태도로 임할 수 있다.
 
 민운기 대표는 세상의 틀로부터,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로부터 자신을 비워내고 이제는 크게는 세상을 작게는 인천 배다리 마을을 조금 조금씩 비워 내가고 있다. 그는 그만의 생각이 녹아든 스페이스 빔을 세상에 내놓고 말한다.
“미술은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자기 자신만의 가치관을살아가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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