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싹 트는 공간, ‘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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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싹 트는 공간, ‘배다리’
  • 심상현 대학생기자단
  • 승인 2013.09.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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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힘으로 산업도로부지를 텃밭으로 가꾸다
근대 인천은 개항과 함께 외세에 의해 정치적, 상업(자본)주의적 압박을 받고 격변을 겪게 된다. 이 근대의 길목에서 배다리는 새로운 문명과 정보를 받아들이며, 민족사적 애환을 안고 그 과거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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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의 생태공원(지하산업도로 예정부지)에 세워진 마을 지도
 
그리고 1998년부터 건설이 추진된 ‘배다리 관통도로’. 송도경제자유구역과 청라경제자유구역을 남북으로 연결하기 위한 개발정책의 산물인 관통도로는 배다리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인천시는 2006년부터 낙후한 구도심 여러 지역에서 전면철거 방식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전개했다. 배다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깨우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은 배다리를 훼손하는 산업도로 건설을 반대하며 저항했다.
 
'스페이스 빔'은 2007년 공공미술프로젝트 ‘도시유목_2:Discovery’를 진행하던 중 배다리 관통도로 산업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후 배다리 양조장 건물로 이전해 산업도로 공사와 동인천역 주변재정비촉진계획에 맞서왔다. 또 한편으로는 배다리 역사문화마을만들기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지난 9일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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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왼쪽)와의 인터뷰 현장
 
- 배다리마을 생태공원이 산업도로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언제인가? 건설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항했는가?
 
: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 산업도로를 위한 주택가의 철거가 일어났다. 산업도로는 사람들의 보행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소음, 매연, 분진 등의 주민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2007년 3월, 산업도로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배다리 주민과 시민단체가 합세하여 정부에 투쟁하였다. 그 결과, 산업도로의 건설을 지하로 막을 수 있었다. 한 때 스페이스 빔은 이곳의 쓰레기를 줍고 생태적으로 가꾸어 사람들에게 오픈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정부의 제지로 출입이 차단되었다.”
 
- 현재, 지하산업도로 예정 부지를 어떻게 관리하며 이용하고 있나?
 
: “구에서는 공사 전까지 이 부지를 유지하기 위해 보행로를 만들고 주차장을 만들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다는 명분하에 코스모스를 심었다. 2010년에는 일부 주민들의 의견으로 코스모스대신 유채꽃을 심기도 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대다수 주민과 시민단체는 이 행위가 인위적이므로 옳지 않고, 자연의 자기복원력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뜻에서 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어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텃밭에 나와 서로 어울릴 수 있으며 그동안의 농사경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또한 여기서는 일부 문화행사도 개최된다. 이러한 방안은 환경적으로 바람직하며 산업도로를 위해 갈라진 마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다.”
 
- 지하산업도로의 건설은 언제 시작되는가? 만약 도로가 건설 된 이후에는 이곳을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 “언제 건설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도로가 지하로 건설된 후에는 그 위의 부지는 새로 포장되므로 텃밭 대신 주민이 원하는 시설로 대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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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 생태공원에 만들어진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                           
 
배다리역사문화마을의 이곳저곳에는 배다리를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살려내기 위해 여러 문화단체가 제작한 벽화와 시설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시낭송회를 개최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펼치면서 배다리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우리시대의 속도와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현상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여진다.
 
 
배다리는 현재 인간에 의한 몸살 한 가운데서 개발의 논리로 그어진 산업도로부지에 조심스럽게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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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리 벽화 골목의 꽃과 잠자리가 그려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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