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 출동과 환자 이송, 그 순간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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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 출동과 환자 이송, 그 순간의 선택
  • 양영호 기자
  • 승인 2013.08.2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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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중부소방서 구급대 소방사 추상현
8월27일_기고문(구급_출동과_환자_이송__그_순간의_선택)_기고자_사진.jpg
폭염속에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동을 나간다. 출동내용은 교통사고 현장으로 오토바이와 트럭이 충돌했다는 얘기가 무전으로 흘러나온다. 보통 출동을 나가게 되면 본능적으로 지령서의 신고내용이나 신고자의 통화로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는데, 직감이 많이 다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처치할 장비들을 머릿속으로 준비하며 현장으로 신속히 달려간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길게 늘어서 있는 차들과 겹겹이 둘러싼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고 구급차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되어 구급장비를 챙겨 교통사고지점으로 갔다. 눈앞에서는 오토바이 한대가 멀리 널브러져있고 헬멧을 쓰고 차 옆에 누워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보였다.
다행이 크게 다친 것 같아보이진 않았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손에서 출혈이 있고 환자분이 연신 신음을 내며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었다.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찢어진 장갑사이로 환자의 절단된 손가락이 확인됐다. 즉시 가위로 장갑과 소매를 자르고 확인하자 검지와 중지손가락이 심하게 손상되고 절단된 상태였다.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환자분을 구급차에 태우자 환자분이 근처에 있는 준종합병원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보통 수지절단환자의 경우 초기응급처치와 1차 수지접합전문병원 이송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환자에게 지금은 상태가 매우 안 좋고 수지접합전문병원으로 안가면 예후가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환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병원이 너무 멀다며 집과 가까운 병원으로 가기를 원하여 그나마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었다.
이송 후 병원 응급실에는 많은 환자들로 정신이 없었고 레지던트로 보이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더니 기본적인 약물처치를 간호사에게 지시하고 다른 응급환자를 진료하러 가는 것이 보였다.
구급활동일지를 작성하고 십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병원 문을 나서려는데 내가 이송했던 그 환자가 처음 왔던 상태로 간단한 상처소독도 받지 않은 채 손가락은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만약 수지전문접합병원에 갔었더라면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전문의가 대기하고 있다가 응급처치 후 바로 수술절차를 밟고 수술을 받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접합수술은 초기응급처치와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을 해야 예후가 좋은데 그러한 처치를 받지 못한 환자를 보며 나의 부족한 소신과 환자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했었는지 한 번 더 느끼는 안타까운 순간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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