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 도와가며 살갑게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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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도순 도와가며 살갑게 살지요"
  • 이병기
  • 승인 2009.12.24 12: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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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인천]'여럿이 함께하는 동네야 놀자'


 늦은 밤. A양은 집으로 가려고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선다. 전철역부터 뒤따라 오는 남자 발소리가 들린다.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은 빨라지고, 집 앞에 도착해 다급히 초인종을 누른다. 그때 들리는 소리.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이를 뒤따라오던 발자국 소리는 옆 집 사는 이웃이었다. 얼마 전 CF 광고에서 보았던 것처럼 바로 옆에 사는 이웃도 알지 못한 채 점점 세상이 각박해져 간다.   



 그러나 인천을 잘 둘러보면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곳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천in>이 첫 번째로 소개하는 '얼쑤! 인천'의 주인공은 작지만 오순도순 도와가며 살아가는 부평구 청천·산곡동의 '여럿이 함께 하는 동네야 놀자'다.

 '동네야 놀자'는 2001년 지역의 몇몇 단체에서 '청천·산곡마을 단오제'를 준비하며 시작됐다. 3개월간 한시적으로 구성돼 자원봉사자 200여명, 동네 주민 1천여명이 참여하는 마을잔치로 아홉 번째 이어오고 있다.

 단오제를 준비하던 운영진들은 지난 2007년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동네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또 다른 이유는 청소년 공부방에 다니던 중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정부 지원이 어려워져 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후 청소년 문화공간인 '꿈 터'를 열고, 이듬해 겨울 뜻 있는 후원자의 도움과 일일주점으로 벌어들인 1,300만원으로 산곡볼링장 1층에 사무실을 마련하게 됐다.   



 자신의 품 팔아 사용하는 지역화폐 '아름'


 '동네야 놀자'는 해마다 이어온 '청천·산곡마을 단오축제'와 함께 '동네야 놀자 품앗이', 어머니와 이주민들을 위한 '한글학교', 청소년 문화 공간 '꿈 터', 나눔 매장인 '착한가게', '홀몸어르신 지원 사업'과 '동네 장학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품앗이 운동이다. 품앗이 운동은 동네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바꾸거나 나눠 쓰고, 서로에게 필요한 재능과 능력을 품으로 나눠 '아름'이라는 지역화폐로 사용한다. '아름'은 단체에서 만든 통장으로 거래된다.


 
 동네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아기돌보기 품앗이로 '아름'을 얻는다. 그 '아름'으로 나눔 장터에서 손주들의 선물을 사거나 오래된 옷을 새로 수선 받을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취미삼아 배운 토정비결로 주민들에게 운세를 봐주고 아름을 받는다. 김장 나누기, 가전제품 수리, 청소 해주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품앗이 운동에 참여한다.

 아직 활성화하진 않았지만, 일반 가게에서 물건을 살 경우 제 가격의 80%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아름으로 부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품은 비슷한데 정작 내가 받고 싶은 품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교육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품을 나눌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죠. 또 지역 상인들도 동참해 8:2(현금:아름)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이용우(여, 38) '동네야 놀자' 사업부장의 말이다. 이 부장은 "나눔 장터인 착한가게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생필품과 반찬을 만들어 준다"며 "43만원이라는 적은 돈이지만 용돈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10명에게 매달 문화생활비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넉넉하진 않아도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청천·산곡동 마을 공동체 '동네야 놀자'. 혹시 아직까지도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을 모른다면 초인종을 눌러 보는 건 어떨지.


 카폐: http://cafe.daum.net/dongnea
 문의: 032-5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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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살 2009-12-29 11:12:46
ㅋㅋ 동네에서 즐겁게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청천산곡지역에 가봤는데 열악한 환경에 비해 동네사람들의 마음은 이런 활동을 통해 따뜻한것 같군요..

더불어숲 2009-12-15 11:06:43
좋은 동네 좋은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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