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의 인기로 재개봉된 <메멘토(Mem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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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인기로 재개봉된 <메멘토(Memento)>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프로그래머
  • 승인 2014.11.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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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1

11월20일(목) 재개봉한 영화 <메멘토>는 <인셉션>과 <베트맨-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00년에 제작한 그의 두 번째 장편이다. 단돈 6,000달러로 만든 그의 첫 장편 <미행>이 각종 영화제에서 벌어들인 상금으로 제작되었고, 실험적으로 시도했던 분할된 시간의 다양한 교차 편집을 완벽한 스토리탤링으로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메멘토>는 그의 ‘첫’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19일(수) 국내 박스오피스 5백44만 명이 넘는 관객으로 미국에 이어 전세계 두 번째 흥행을 하고 있는 그의 가장 최근작 <인터스텔라>의 성공과 연결된 재개봉이다.

<메멘토>의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 환자 ‘레너드’가 아내를 죽인 범인 ‘존 G’를 찾아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10분마다 사라지는 기억을 대신해 문신과 사진, 메모를 이용해 범인을 추적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역시 약 10분 단위의 역순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도 동시에 주인공과 유사한 단기기억상실증을 경험하며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쫓게 된다. 바로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세심한 연출력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천재의 반열에 올려준 영화이다.

인간은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잊혀지고 변형되고, 때로는 왜곡된다. 그래서 인간은 기록을 발명했다. 고대 벽화부터 활자, 인쇄, 컴퓨터 데이터, 다양한 형태의 저장방법까지,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한다.

그런데 이 기록이라는 것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기억하기 위해 모든 것을 기록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벽하지 못한 기록에서 재창조되는 기억은 완전한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에 의해 재창조된 기억은 사실이 되고 결국 진실이 된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최대한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실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기록마저도 의도적으로 거짓을 남긴다면? 결과는 이 영화처럼 파국으로 치달을게 자명하다.

그렇기에 기록을 남기는 이들은 진실되어야 한다. 기자나 아나운서 같은 직업인은 당연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모든 이들이 기록자가 된 오늘날에는 우리 모두가 말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뒤집어진 올 한 해의 한국은 여전히 똑바로 설 줄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기울어 있다 보니 바로 서는 법을 잊은 것인가? 아니면 국민 모두가 ‘의도적’ 단기기억상실증에 빠진 것은 아닌가! 결국 전부를 망각하더라도 최소한의 진실만은 기억할 수 있게 지금의 기록만이라도 진실되게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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