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놀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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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놀고, 놀자.
  • 서영원 선생님(인천교육연구소/석남초교)
  • 승인 2014.11.26 16: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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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75)
사진은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 동화나라>(웅진주니어)의 한 페이지

사회시간이었다. 옛날과 오늘날의 놀이에 대해 공부하며 옛날 놀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동네 골목에서 뛰어놀던 추억에 빠져서 신나게 이야기했고, 노는 이야기인지라 아이들도 빠져서 듣고 있었다. 그러다 문제를 하나 냈다.

“2팀으로 나눠서 놀이를 하려고 하는데 사람이 7명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가장 먼저 나온 답.

“한 명을 빼요.”

지금 아이들은 내 옆의 친구를 제외하는 걸 이리도 쉽게 생각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안타깝고 무서우면서도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하다. 놀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은 가장 큰 교육인데, 아이들은 놀아본 경험도, 문제상황을 해결해 본 경험도 없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고, 그러다보니 한 명을 제외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경험의 부재는 비단 저학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6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어떤 수업시간이든 꼭 한번은 “오늘 그냥 놀아요~” 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그러자고 다 운동장으로 나가자고 하면 소리 지르며 신나게 나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쪼르르 내 옆으로 모여서 물어본다.

“근데 뭐 하고 놀아요?”

“하고싶은 거 아무거나 해! 아무거나 괜찮아. 너희가 하려는 거 선생님도 같이하면서 놀자!”

“선생님이 정해줘요!”

놀 시간과 놀 공간,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줘도 놀지 못한다. 학교가 끝나도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기에 친구들과 모여서 놀 기회가 없다. 오죽하면, 학원 안 다니던 아이가 친구랑 놀고 싶어서 학원을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지금 아이들은 바쁘다. 그래서, 함께 모여 놀아 볼 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 또는 서너명이 소규모로 하는 놀이 밖에는 할 줄을 모른다. 그나마 집에 오면 밤이고, 친구들을 만나 놀 시간도 없으니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짬짬이 게임하는 게 놀이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러명이 함께 노는 건 낯설고 모르는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다. 서글프지만 이젠 노는 법도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는 놀면서 배웠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깍두기’이다. 홀수라서 팀을 나누기 힘들 때 ‘깍두기’ 라는 멋진 제도로 불균형 속에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팀을 조정했다.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공평함을 잃지 않으려는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수행했던 것이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길렀으며, 주어진 문제의 대안을 탐색해내는 문제해결 능력을 길렀던 것이다.

친구가 동생을 데리고 같이 나오던 경우도 떠오른다. 그러면, 약자인 동생이 불리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자리에서 규칙을 바꿨었다. 규칙을 지키며 놀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규칙을 새롭게 규정하고 바뀐 규칙을 지키며 노는 창의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시에 발휘되었던 것이다.

숫자가 안 맞는다고, 못한다고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함께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게 어린 시절 놀이의 기본이었던 것 같다. 이런 공동체 의식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시민의식, 자기관리 능력,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체력적 건강성 등 과거에 우리가 놀면서 몸으로 배웠던 이 모든 것들이 바로 미래 핵심역량이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하다 여겨지는 이런 덕목들을 과거에는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배웠는데 현재는 그것을 부러 가르쳐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돼있는 것이다.

맨날 핸드폰만 한다고, 맨날 컴퓨터게임만 한다고 혼내기 전에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공간과, 놀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놀 수 있는 친구를 주어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도 우리가 아이였을 때처럼 놀면서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가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보다 더 훌륭한 모습의 어른이 될 것인데, 우리가 그리고 비뚤어진 이 사회가 그 기회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가방을 집어 던지고 친구네 집 앞으로 뛰어가서 외쳤던 그 정감어린 말. “길동아 놀자~”가 이젠 먼 옛날의 유적이 되어가고 있다. 동네 곳곳에서 이 소리가 들리는 노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제발 좀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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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경 2014-11-28 09:13:50
공감입니다. EBS 초등성장보고서에 나온 내용이 생각나네요.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집단 놀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매일 시간을 주고 함께 놀 수 있도록 격려하니 왕따나 편가르기 등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더군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고 나와 다른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동네 골목 놀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김지숙 2014-11-28 13:48:52
아이를 놀리고싶어 학원을 안보내니 놀친구가 없네요. 운동을 시켰드니 혼자 왔다갔다합니다.
바쁜친구들과의 소통은 스마트폰 어플이라도 있음에 그나마 감사해야 하는 세상이긴합니다.
엄마는 아이 학원비 벌러 나오고, 아이는 학원에 놀러가고, 엄마는 과외비라도 더 벌어야 할것이고 아이는 흠.......
뫼비우스의 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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