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8.15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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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8.15를 돌아본다.
  • 황보윤식
  • 승인 2015.08.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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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황보윤식/ 전 인하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취래원 농부


 - 분단권력의 성찰을 촉구함

 

《論語》(논어)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 허물 고치기에 인색한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의 존재를 귀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나”(然則改過不吝, 豈非人之所貴哉, 《論語集註大全》 15권, 衛靈公편) 이 나라의 경우, 대부분 양민/나라사람들은 허물이 별로 없는 것 같은 데, 이 나라 통령(統領), 총리(總理), 장관(長官), 자본가들은 허물이 많은 듯이 보입니다. 이들은 제 허물을 고칠 줄 모릅니다. 제 허물을 고칠 줄 모르는 이런 사람들이 어찌 나라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정치를 할 것이며, 물건을 만들어 팔리라 생각하겠습니까. 옛날 공자님의 말씀을 가지고 일제의 노예상태로부터 해방된 지 70주년을 맞는 오늘의 8.15해방/광복절을 맞아 이 나라를 돌아봅니다.


 

1.

 

한반도가 일제(日帝)의 국체(國?)/국권(國權)의 노예상태에서 풀려나자 바람으로 곧바로 이 민족은 이념의 노예상태로 떨어졌습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전 지구의 민족들이 분단들을 극복하고 세계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한가운데서 우리 민족만 아직도 이념의 노예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탓으로 일제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이 된 역사적 일(8월 15일)을 가지고, 남에서는 광복절이라 부르고, 북에서는 해방절이라고 각각 달리 부릅니다. 게다가 남에서는 광복절 대신 건국절(建國節)로 하자는 한심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영토통일, 분단극복이 안 되었는데도 분단을 기정사실로 하자는 발상은 세계 인류에게 창피한 일입니다. 21세기 세계평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시대에 영토통일, 나라통일도 못한 채 분단의 못난 민족으로 남겠다고 한다면 세계평화 대열에서 멀어져 갈지도 모릅니다. 이 모두가 아직도 정치권력을 최고 가치로만 알고 지내는 낡은 우상 속에 갇혀 있는 나라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통일을 준비해야 할 이 마당에 민족분단을 고착화하는, 그리고 만주벌판을 아직도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 마당에 한반도 영토마저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건국절’ 운운은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건국절은 대한민국 건국일(1948. 8.15.)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과 남이 일제 노예상태에서 민족해방을 위해 싸웠던 우리 선조들의 인류해방정신, 인간자유정신, 민주만권정신은 말살됩니다. 선조들의 인류해방주의에 입각한 3.1운동과 자주민권주의에 입각하여 설립한 임시정부운동은 우리 한반도 민족역사에서 자랑스런 역사적 사실(史實)입니다. 그런데 해방절/광복절이 건국절로 되면, 우리 민족의 드높은 기백이 헌신짝처럼 버려지게 됩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도 한낱 허구적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인간이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자유정신은 말살되고 맙니다. 건국절 운운은 깊이 들어가 살펴보면, 현재의 권력자(정치권력, 자본권력, 종교권력, 언론권력) 중심의 강자만을 인정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발상입니다. 독재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발상입니다. 가난한 서민, 힘없는 노동자 등 약자/양인/민인들을 강자에 종속시키는 또 다른 형태의 이념적 노예제도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2.

 

지금 수구/보수/뉴라이트세력은 정치적 논리로, 박정희가 이끈 ‘조국근대화’의 인적, 물적 자원의 토대가 일제식민지시대에 마련되었다고 하여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합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일제가 관리하던 근대화의 물적, 인적자원을 우리가 되찾아 관리하게 되었다(회복恢復)는 뜻에서 광복(光復)이라는 단어를 찾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일제식민지시기를 민족 내부에 내재된 인적, 물적 자원을 수탈당한 노예상태의 시기로 봅니다. 따라서 노예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개념에서 ‘해방’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해방’은 ‘受動’의 뜻이다. ‘광복’은 自動의 뜻이다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는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광복과 해방은 역사인식의 차이입니다. 일제로부터 국체의 해방을 맞는 날(1945. 8.15) 서울역광장과 전국 곳곳에서 전 민인(民人)/민중들이 거리로 나와 헝겊 걸게(플레카드)를 높이 치켜들고 목이 터져라 기쁨에 넘치는 눈물의 만세를 불러댔습니다. 헝겊 걸게에는 “祝 解放, 民主政權樹立”(축 해방, 민주정권수립)이라고 한자로 쓰여 있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일제식민지에서 벗어 난 것은 곧 식민지 노예상태(속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인식하였습니다. 그래서 ‘해방’이라는 개념을 선택하여 썼다고 봅니다.(물론 “대한광복군”이라는 단체도 있었습니다) ‘해방’이라는 말과 ‘광복’이라는 말은 세상인식의 차이에서 개념을 달리 합니다.

 

이념논쟁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 저쪽에서 쓰니까 나는 쓰지 말자는 식으로 우리말조차 남과 북이 다르게 쓴다면 이것은 우리문화 동질성 회복에도 좋지 않습니다. 통일의 당위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받은 천명입니다. 경제! 경제! 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통일만이 한반도를 경제 강성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통일을 경제가치로만 풀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통일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인간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이 정신적으로 하나 되는 일입니다. 통일은 우리민족 인격의 통일입니다.

 

3.

 

정치권력자들이 말끝마다 ‘국민화합과 통합’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가장 큰 주제인 민족통일도 하지 못하면서 ‘국민화합과 통합’ 주장은 한낱 정치적인 겉치레 수작일 뿐입니다. ‘국민화합과 통합’은 독재자와 침략자들이 즐겨 쓰는 말입니다. 저들은 겉으로 그렇게 주절거리면서 속으로는 분열정책을 적극 활용합니다. 지금 민족분열/분단을 즐기고 있는 자들은 아마도 남북의 정치권력자들과 주변국의 분단세력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들은 남북의 견제와 갈등을 조장하면서 나라 안 사람끼리도 대립하고 심리적 분열이 있도록 은근히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는 기득권자의 권력 유지와 안정을 꾀하려는 데 안성마춤의 정치적 술수입니다. 한반도의 두 정치권력과 언론권력들은 부지런히 남북분단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남북의 분단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가진 두 정치권력들은 동시에 내부분열을 조장하기 위하여 각각의 국적(國賊)을 부지런히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분단조국을 조장하는 일입니다. 조국분단이 존재하는 한, 두 분단세력들은 영원히 한반도 남북의 대중 위에 군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러한 가증스런 분단권력들에게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면서 민족의 통일을 일구어야 할 천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을 위해서는 갑작스런 통일은 안 됩니다. 흡수통일도 안 됩니다. 강대국의 이해타산으로 통일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정치권력에 이용되는 통일도 안 됩니다. 꼼수가 내재된 통일대박도 안 됩니다. 통일은 천천히, 그리고 멀리 내다보고 가야 합니다. 통일은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갑작스런 통일은 또 다른 비극을 가져올지 모릅니다. 통일의 준비과정은 바로 우리민족동질성 회복입니다. 민족동질성 회복의 핵심은 우리민족이 역사적으로 가져왔던 문화의 동질성 회복입니다. 문화의 동질성 회복은 첫째, 언어의 통일입니다. 둘째, 농업의 통일입니다. 셋째, 전통문화(세시풍속)의 통일과 계승입니다.

 

이념과 주변강국의 강제에 의해 영토가 분단된 상태에서 분단권력들이 장악하고 있던 70년 세월 동안 생성된 용어와 언어들은 민족의 보편타당한, 전통문화에 상응하는 언어들이 못됩니다. 이제는 이들 용어와 언어들을 남북 모두의 보편타당한 언어와 용어들로 통일하는 문제가 매우 시급합니다. 그 방안으로 역사교과서를 통일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해 봅니다. 통일된 역사교과서는 사전(史前)시대, 고대사, 중세사 순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역사교과서의 통일은 곧 언어와 용어의 통일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으로 봅니다. 남북의 우리 민족이 같은 역사인식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어 근대사, 현대사(1945년까지) 순으로 통일역사교과서가 나오면 8.15를 광복절로 부를 것인지, 해방절로 부를 것인지도 통일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어 농업분야의 통일입니다. 남북이 농업기술을 상호 교환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농업분야의 개발과 통일은 앞으로 다가올 식량전쟁에서 민족의 식량안보에 기여하게 되리라 봅니다. 여기에 변형되고 변질된 토종작물의 씨앗을 찾아 보전(保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남북이 공동작업으로 토종농작물과 가축의 종자를 찾아내어 종자박물관을 비무장지대에 설치하는 일입니다. 민족의 미래, 우리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통일준비 작업 중 하나가 남북이 공동으로 종자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연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해방 70년이 지나면서 남북이 각각 세시풍속이 달라졌습니다. 이의 통일도 필요합니다. 세시풍속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정치적 영향으로 전통적 세시풍속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념을 달리하면서 두 지역으로 나누어지고 서로 다른 정치권력들이 들어와 땅덩어리를 나누어 통치하다보면 권력자들이 제 입맛대로 세시풍속을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4대 명절로 권력자의 생일, 노동당창건일을 대명절에 넣은 것은 전통문화를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또, 북에서는 단오명절을 크게 지냅니다. 그러나 남에서는 자본주의적 산업화/기계화로 단오의 중요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단오는 미래 한반도 먹거리 해결을 위해서 기려야 할 명절입니다. 때문에 이념과 권력에 의해 강제된 명절을 없애고 전통문화에 따른 세시풍속으로 통일하는 것은 민족과 영토통합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나라 정치권력자들에게 당부를 해봅니다. 북한에서 쓴다고 이 나라에서는 써서는 안 된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통일대박”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대박”, “창조경제”는 진정한 인간해방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모든 권력은 인간 중심이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 중심이여야 합니다. 자연과 인간 중심으로 정치를 한다면 그게 바로 바른 정치, 참다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배제하고 자연의 자유와 해방을 배제한 어떤 정치도 바른 정치가 못됩니다. ‘참정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한 사람(왕)이 중심이 되어 자연과 인간의 자유를 억제하고 해방을 박탈하는 전제국가시대가 아닙니다. 아직도 기득권 중심으로 나라를 이끌면서 ‘통일대박’, ‘창조경제’ 운운은 도깨비방망이에서 금은(金銀)이 나온다고 하는 동화(童話)식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4.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해 봅니다. 지금까지 영토분단의 영속화 획책과 나라 안 사람의 분열을 조장한 덕분으로 독재세습권력과 수구/보수권력을 유지해온 남북의 분단세력들의 성찰이 없이는 통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남북의 세습과 보수권력자들은 이제까지 영토통일을 이루지 못한 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합니다. 분단을 이용하여 집권을 보장 받고 나라사람들은 우롱한 것에 대한 피를 토하는 성찰 없이는 통일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통일은 분단세력들의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 반성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남에서는 부패독재적 정치세력, 반공친미적 민족분열세력, 친일친미적 언론재벌, 천박한 자본가, 자발적 문화사대주의자들이 자신에 대한 반성은커녕 일제식민지에서 답습한 통치논리를 가지고 나라사람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든 사회적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나라사람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잘 따르면 선량한 국민(國民: 일제 때 생성된 용어로 노예적 존재를 일컬음)이라 하고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비위에 안 맞으면 국적(國賊=‘좌빨종북’)으로 몰아버립니다. 이게 바로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술책입니다. 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산세습권력의 비위에 거슬리면 이 또한 국적(반동분자새끼)이 됩니다. 분단권력자들이 나라의 모든 이익을 독점하려는 습성은 일제식민지시대 배운 더러운 식민지노예 근성입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통일을 할 때입니다. 통일의 준비를 위해서는, 남북 권력자들이 함께 분열을 획책하고 민족분단을 이용하여 안일한 권력유지에 급급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남북화해를 서둘러야 합니다. 한반도 두 지역의 권력자들이 나라권력을 독점하려는 더러운 욕망을 성찰하고 반성할 때, 통일의 미래가 보입니다.

 

함석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위적으로 치우쳐 만든 관념의 교육 때문에 인류는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함석헌저작집》 3 새나라 꿈틀거림, 한길사, 2009, 249쪽) 맞습니다. 이제는 인위적으로 만든 이념교육을 지양하고 통일을 위한 실천적 교육에만 힘을 기울일 때입니다. 이럴 때만이 이 나라는 통일의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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