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 10년.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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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위 10년.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3.0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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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일이 넘도록 끝내지 못한 싸움, 콜트-콜텍 이야기

 

콜트-콜텍에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투쟁을 시작한지 오늘로 3319일이 됐다. 책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는 길 위에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콜텍 대전 공장은 그야말로 사장에게만 '꿈의 공장'이었다" 

공장의 노동환경은 끔찍했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페인트 칠을 하는 등 온갖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지만 "창밖을 자주 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창문 하나 없었다. 마스크 한 개로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었지만 회사는 1주일을 쓰도록 강요했으며, 조기출근에 무급 연장근무까지 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1990년대 회사가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공장을 세운 이후론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해외 공장이 안정권에 접어 들고 생산물량이 늘어 날 수록 국내공장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2006년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인간적인 근무환경을 요구했지만, 회사의 대답은 폐업으로 돌아왔다. 국내 발주 물량이 없다는 이유였다.


"30년 제 직장을 잃었어요. 이대론 못 갑니다" 

콜트-콜텍은 처음 회사가 설립된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던 기업이었으며, 세계 기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였다. IMF가 터져 극심한 불경기에도 끄덕없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미래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국내 공장의 문을 닫았다. 골치아픈 노동자들을 버리겠다는 속셈이었다.

임재춘에게 콜텍은 그의 생에 첫 직장이기도 하지만, 그에겐 자부심이고 자존심이기도 했다. 30년을 일하면서 기타를 만드는 일에 누구보다 자긍심을 가졌던 그다. 하지만 10년 전 회사는 공장을 폐쇄했고, 생산직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그들의 투쟁은 그렇게 시작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을지언정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자동차도 끌고, 보험도 들고, 식구들보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던 그였다. 하지만 투쟁을 시작하고는 친구는 물론 가족 조차  만나기 힘들정도로 맘이 편치 않다고 한다.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중학생이던 두 딸은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닌다. 투쟁은 고통스러우면서 길게 이어졌다.  

그의 일기는 동료에 대한 걱정과 서운함, 때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들도 담고 있다.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밴드"(이하 콜밴)이 결성되고 나서는 카혼을 치는 그가 실수를 할 때마다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기억, 연습을 하고 작사 작업을 하면서 서운했던 일들. 콜밴 활동을 통해 음악을 하는 즐거움과 그동안 연대해 주었던 음악가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부평 천막 농성장에 있는 '평등한 밥상' © 박남규

콜트-콜텍 농성장에서 그는 주방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농성장을 찾아 준 사람들이 자신이 해 준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뿌듯하다고 한다. 하지만 농성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 질 때면 "너무나도 외롭고 답답하다"고 이야기 한다. 부평 공장에서 밀려나 길 건너 인도에 천막을 치고 생활했을 때부턴 음식을 해먹지 못하고 주변에 신세를 질 때가 가장 속상했다고 술회했다. 

임재춘 조합원의 글에는 투쟁을 하면서 겪어내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와 그 일상을 채우는 감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길 위에서 보낸 3000일이 넘는 시간동안 "죽는 것 빼곤 다 해 봤다"는 콜트-콜텍 노동자들. 지나 온 3000일보다 앞으로 전개될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지만 새로운 투쟁을 위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고뇌에 찬 삶의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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