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물을 문화지대로 조성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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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을 문화지대로 조성한 사람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4.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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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목요포럼, “오래된 건물, 문화거점으로 얼마든 활용 가능”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목요포럼의 제 54회 자리에서 도심의 폐공장, 창고, 빈집 등을 활용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사례를 조명했다.

‘색다른 민간 문화 공간 사례로 살펴보는 문화적 도시재생’이란 주제로 열린 이 포럼은 향후 문화단체 등에서 문 닫은 공장과 폐가 등을 활용한 공간의 재생을 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색다른 문화를 형성해 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1일 저녁 7시부터 밤 9시경까지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카페 ‘빙고’, ‘잇다스페이스’, ‘요일가게’, ‘발로’ 등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어떻게 조성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래된 폐건물이라도 활용에 따라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실제 이들 공간은 일제시대 쓰였던 얼음창고나 폐공장 등을 ‘가능한 한 원 모습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치면서 운영되고 있는 공간들이기도 하다.
 
먼저 ‘빙고’의 이의중 대표는 “애초 인천사람이 아닌 서울 잠실에 살고 있었는데, 재개발 등으로 동네가 다 바뀌면서 동네의 추억을 ‘상실’하고 나서야 마음속에 오게 됐다”면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줄 알았으나 막상 해보니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 이에 좀 더 답을 찾기로 하고 아직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일본 유학을 선택해 시골마을도 다니면서 현지의 쿠라시키 같이 오래된 민가를 사무실이나 절 등으로 사용하는 사례들을 보고 경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토연구원에서도 도시재생과 관련한 사업에 참여하면서 인천을 알게 됐다.그는 과거 얼음창고였던 빙고를 재생해 문화공간으로 만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빙고가 위치한 곳이 골목길이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었고, 건물은 1920년대에 지어진 걸로 추정이 되는데 17평 남짓한 공간은 밑부분이 화강석으로 돼 있었고, 얼음창고다 보니 창문이 적었는데, 방치되다 보니 취객들이 토하고 용변을 보는 등 환경이 무척 지저분했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이 공간을 다시 재생하면서 골목 분위기까지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둘러보니 인천에 근대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빛을 보지 못하다 보니 가치를 재조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건축 작업을 자료화 시키고 이 동네가 갖고 있는 역사에 대해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개당 280kg 짜리의 견고한 돌들을 동원해 기초를 다시 하면서 외관은 옛것을 그대로 지키는 선에서 복원해 내 다음 세대까지도 이 공간을 통한 상상력 발휘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1층은 카페, 2층은 개인 아틀리에로 공간이 조성된 이후 골목길 탁구대회와 사운드바운드 행사, 그리고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팀에서의 조명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고 전했다.
 
건축업자로서 오래된 건물에 대한 가치를 보니, 인천의 옛 건물들이 다 일로 보였다”는 이 대표는 회사 이름도 ‘건축재생공방’ 이라고 지었다면서 “돈을 버는 목적의 공간으로서보다는 최소 10년이 유지되고, 이후 30년이 유지되면서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에서 근대 건축재산 가치를 스스로 재조명,그들의 기억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공간이기를 희망한다.이런 성격의 사업에 공적자본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거라 보고, 민간에서도 그런 용기가 필요한 만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활동이 필요할 것 같고, 나는 그런 분들을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 말했다.
 

카페 ‘빙고’의 이의중 대표(사진 오른쪽)가 공간의 조성 과정과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구 배다리에 위치한 ‘요일가게-다 괜찮아’의 권은숙 대표는 “인천에 오기 전까지는 타 지방에서 내 건물이 아닌 공간에서 막상 공간을 조성하고 나니까 건물주 횡포 등을 이유로 쫓겨나는 생활을 몇 차례 반복하기도 하다가, 인천으로 들어와 배다리의 지역 정서가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1년간 지켜보면서, 내가 어떤 것을 이 동네에서 풀어내고 서로 도네이션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인근 단체들과도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금 지역사회서 꽤 주목을 받고 있는 요일가게는 수익을 위해 운영을 시작한 것이고, 사실 바로 옆 조흥상회 건물에 위치한 ‘나비날다책방’을 조성하는 과정이 크게 의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2년 경 조흥상회 건물이 비었다고 해서 처음 들어갔을 때는 냄새도 심하고 지저분해서 누가 쓰겠냐는 생각도 들었는데, 내 눈엔 그곳에서 특이한 것들이 보여서 스스로가 한번 써보고 안되면 접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문제는 이게 남의 건물이니까 어떻게 조성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여지가 생기지 않았고, 그래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조성했다”면서 “조성 후 이 건물 내에서 여러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용해 요일가게를 포함한 공간에 적용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잘된 프로그램들은 최소 비용으로 적용해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여러 생활문화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양산됐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동네 주민 분들이 악기도 배우고, 배다리 마을에서 벼룩시장도 열고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요일가게가 매월 마지막 주에는 요일마켓도 여는 등의 활동으로 지역과 소통하고 있고 이를 롤 모델로 타 지역에도 요일가게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내 건물이 아니니까 한계도 있고, 지역 분위기 상 상업적인 것들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특성이 있는 상황에서 수익이나 월세 등을 생각해야 하니 지금도 고민은 많이 하고 있다”며 고충도 토로했다.
 
인천에 15년 이상을 살았으면서도 지금의 공간을 만들기 전까지는 오래된 건물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살았었다는 ‘잇다스페이스’의 정희석 대표는 “중구 일대를 많이 드나들다가 작년부터 마음속에 뭔가 도드라지는 게 있었고, 작가로서 전시를 하려할 때 갖다놓을 데가 없어서 한 평짜리라도 개인 아틀리에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계획된 곳이 지금의 잇다스페이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작년 1월부터 동구와 중구 등을 헤매다가 요일가게와 스페이스빔 등 비슷한 과정으로 조성된 곳과 교류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그 건물의 의미들을 모르다 보니 내가 보는 관점에서 재생된 건물들이 다소 어설프다는 느낌을 받기만 했다. 그래서 3개월여를 더 헤매다가, 우연히 공간을 발견하게 됐고 그곳이 1930년대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금창고 및 여성전용 한증막 건물이었다”고 말했다.
 
건물에 매력을 느껴 “여기서 무조건 해야 되겠다”고 작정한 정 대표는 건물주인을 찾아가 임대를 문의했다. 그러나 건물주가 애초 투자 목적으로 갖고 있어서 동의를 구하지 못했는데, 여러 차례 '읍소'해 결국 동의를 구했다고 한다. 이어 그는 “건물주가 ‘뭘 해주면 되느냐’고 묻기에 2년만 무상으로 쓰게 해 주면 공간을 조성해서 2년 후에는 월세를 조금씩 내겠다고 약속해 어럽게 동의를 구해 지금의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 공간을 구했을 당시 전 재산이 1,500만 원밖에 없었는데 주변에서 소셜 펀딩을 해보자는 권유를 듣고 그 방법을 통해 ‘너무 많이 모이면 부담이 커질 테니 1천만 원까지만 모으자’고 목표해 이를 이루고 수도와 전기 등을 끌어오면서 52평이라는 적지 않은 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업자들을 불러 리모델링을 시작했으나 그들은 인테리어 개념으로 모든 공간을 뜯어고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어 곧 이들을 내보내고 주변 사람들끼리 작가정신을 기반해 공사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잇다스페이스는 내게 버려진 건물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근대 건축물에 대한 지역 역사를 돌아보고 공부하게 해준 곳으로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이렇게 활동하다 보니까 작가로서의 나를 많이 찾아주는 분들도 있고 건물 자체도 내게 생산적 활동을 해주게끔 가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예술인들이 자주 와서 많이 사용도 해주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포럼에는 지역의 문화관계자들과 다수의 주민들이 참여해 포럼이 열린 공간을 가득 메웠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날 포럼은 조촐한 분위기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은 지역의 문화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화 현상에 관심있는 지역 주민들까지 모여 앉을 자리가 금세 들어찰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중구가 옛 인천의 문화중심지였던 만큼 이를 되살리고 싶은 주민들의 심리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럼을 진행한 인천문화재단의 손동혁 정책연구팀장은 “지역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민간 문화 공간들이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획한 포럼”이라며 “중구와 동구 등에서 오래된 공간을 지역의 문화거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고 이것이 인천 전역으로 확대돼 문화거점도시로서의 역할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 포럼과 이를 통해 모인 사람들이 그 밀알의 역할을 모색할 수 있었다면 포럼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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