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의 생존은 마케팅이다
상태바
사회적기업의 생존은 마케팅이다
  • 어깨나눔
  • 승인 2016.05.02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원준(청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marketing@cju.ac.kr)
이원준(청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marketing@cju.ac.kr)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은 일반적인 영리 기업과 다르게 영리 추구와 더불어 사회적인 공익 달성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영리기업과 비영리 기관의 중간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위캔이나 아름다운 가게와 같이 잘 알려진 사회적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그 존재감이 점차 증대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생경한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 기관이나 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의 후원을 받고 관계를 맺고 있지만, 가장 궁극적인 공익적 목표의 실현 수단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시장 경제와 경쟁 속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과거 유사한 목적을 수행하던 비영리 기관들이 주로 후원자의 자선과 기부에 의존하였다면, 사회적 기업은 진정성 있는 마케팅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즉 사회적 기업과 이해관계자 집단의 관계는 후원자로서의 관계가 아닌 양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교환의 관계로 재 정의되어야 하며, 어떤 형태로든 고객이나 후원자들에게 그들이 제공하는 것 이상의 충분한 가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 스스로 제공하는 상품의 매력성을 높여야만 한다.
 
‘영혼이 있는’ 마케팅 필요

사회적 기업이 이런 교환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혜택을 발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품질, 저가격에 기반한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반 기업들과 달리 비교적 영세한 사회적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제약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만족감이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 일반적인 상품들이 이성적 가치나 감성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면 비영리 기관은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하고 윤리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영혼이 있는’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사회적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동네의 슈퍼마켓 같은 소매상들에 비하면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공익적 영역에서도 마케팅 개념이 확산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그간 마케팅 개념의 확산을 저해했던 요인들을 살펴보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마케팅 활동 활성화와 관련해 가장 먼저 언급될 수 있는 것은 마케팅 마인드의 부재다. 마케팅 마인드를 갖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이익에 대한 진솔한 애정과 태도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 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마케팅 지향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다. 비영리적 특성이 강한 사회적 기업 역시 보다 원활하게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여유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적 기업들의 다수는 영리 추구라는 목적에 대해 명확한 비전이 없다. 성공적인 운영과 임직원들의 복리 향상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는 활발하지 못하다. 이익 없이는 자생력을 갖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이나 수혜대상자들의 행복도 보장하기 어렵다. 최근 많은 비영리 기관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사회적 기업의 목적이 단순히 소외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의 서비스로 제한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름지기 기업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종업원들에게 그에 걸맞은 목표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최저 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기업이라 부를 수는 없다.

기업 대의명분이나 가치 공감대 늘려야

경쟁력 측면에서도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영리사업에 뛰어들면 들수록 일반 기업이나 상인들과 불가피하게 충돌하거나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제빵, 제과 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은 사실상 지역 상권 내에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기존 제과점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브랜드들과 전면적으로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복지 시설이나 사회적 기업들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으며, 이렇게 비우호적인 이미지들은 그대로 이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이미지에 투영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은 이런 비영리 기관이나 사회적 기업들에 대하여 운영이 투명하지 않으며, 일반기업에 비하여 품질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은 대부분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 고객들에게 사회적 기업이 지향하는 대의명분이나 가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하며, 이를 통하여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달성하여만 한다. 일예로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이 목적인 미국의 사회적 기업 주마 벤처스(Juma Ventures)는 아이스크림 체인점 벤앤드제리스(Ben&Jerry's)와 제휴해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벤앤드제리스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입지 선정, 시장 분석, 매장 설비와 인테리어, 직원 교육, 운영 노하우, 홍보 및 광고 등을 라이선스 비용 없이 무상으로 제공하였고, 주마는 이를 활용해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여러 지역에 체인점을 개설했다. 그 결과 연간 청소년 100명이 새롭게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었으며, 200명에 달하는 고용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마케팅 개념에 입각해 과거 일회성 거래를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매년 가을이면 잘 익은 사과가 출하된다. 그런데 과일이나 야채 같은 농산물들은 태풍 혹은 풍부한 일조량 등 자연적 요인 때문에 매년 생산량이나 가격이 일정하지 않아 생산자에게 고민거리를 안겨다 준다. 지나치게 풍작이면 가격 하락과 더불어 소비도 정체된다. 생산량만큼 안정적으로 소비시킬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 알테스란트의 사과 생산자 조합은 근교 학교들과 ‘스쿨 애플(School Apple)’ 운동을 전개했다. 학교 급식으로 우유를 배달하는 것처럼 사과를 배달함으로써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교훈 삼아 당장 눈앞의 일회성 거래를 위한 고객을 찾아다니는 근시안적인 ‘수렵형’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이들을 가꾸는 ‘경작형’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케팅 활성화로 한계극복해야

결론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영역에서 마케팅을 활성화한다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조직의 존재 목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회적 기업 역시 보다 수익성 있는 운영체로 탈바꿈해야 하며, 이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하고 여기에 노력을 집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체험, 스토리 등 새로운 가치를 계속 발굴하고 고객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