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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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 하승주
  • 승인 2016.06.27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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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하승주 /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소장


결국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어 버렸다. 캐머런 총리의 얄팍한 선거운동 캠페인에서 시작된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정말로 통과가 된 것이다. 설마 영국인들이 저런 무리수를 둘 리가 있느냐고 안심하던 전세계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더라도, 이 대책없는 국민투표가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가장 놀란 것은 영국인들이다. EU잔류에 투표한 이들은 물론이고, 탈퇴하자고 투표한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진짜 탈퇴하게 될 지는 몰랐었다고 이제야 후회한다. 영국인들의 후회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바로 그날 주가지수가 8% 하락하고, 파운드화가 7%하락했다. 영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이 싫다고 브렉시트에 찬성한 영국의 노인들은 바로 그 결정으로 인해 자신들의 연금이 바로 그날 허물어지는 꼴을 봐야 했다.

 

대륙의 EU회원국들도 당연히 매우 화가 났다. 이렇게 탈퇴해서 나간 영국이 철저하게 망하는 꼴을 봐야지만 다른 회원국들의 동요를 막을 수 있다. 그러니 나갈려면 최대한 빨리 짐싸서 나가라는 성명서가 발표되는 판국이다. 대부분의 전망은 영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브렉시트는 결정 당일의 충격으로 끝날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지겹도록 영국과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나갈 것이다. 이 대형사건은 경제적으로도 큰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들에게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정치적인 사건이다. 그러니 정치를 되짚어 보는 것이 최우선이라 믿는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형식적으로 보아 민주주의에 매우 충실해 보인다. 국가의 리더가 투표를 제안하고, 전국민들이 직접 참가하여 투표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고대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그 결정을 보고 모두들 올바른 것이었나를 다시 묻고 있는 상황이 터져 버렸다. 무언가 잘못된 것은 없는가?

 

흔히들 하는 오해로, 직접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대의 민주주의는 이를 보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복잡해진 현대사회의 의사결정을 모두 직접 국민에게 묻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의민주주의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정치학은 전혀 다른 설명을 한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대의에 있고, 직접 민주제는 이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통념과 정확히 반대이다.

 

이것은 국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제가 가지는 위험성과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먼저 국민투표는 기본적으로 다수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수자를 보호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소수자 보호에 있다. 다수와 소수가 토론과 타협을 통해 의사를 조율해 가는 과정 자체에 민주주의가 존재한다. 국민투표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토론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투표가 제안되는 순간, 의사결정은 대립과 갈등이 주가 되어 버린다. 둘째로 국민투표는 위정자들이 매우 손쉽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수단이 되어 버린다. 반대자들의 목소리는 국민투표의 거대한 힘 앞에서 완전히 무력화되고 투표결과를 위정자들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브렉시트 투표제안도 자신들의 선거승리를 위해 제안된 얄팍한 수에서 시작된 것을 보면 이런 역사적 경험들은 지금도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대의제도에 있다. 자신의 판단을 대표자에게 맡겨 버리는 대의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권력적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지는 타협 속에서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가 살아나게 된다. 영국은 EU를 탈퇴하면서 잃은 가장 큰 손실은 경제적 기회이익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조국가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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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지기 2016-06-28 11:39:05
직접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명제의 의미를 제대로 브리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투표로 결정해야할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표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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