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시대’에 우리가 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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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시대’에 우리가 망각하는 것
  • 어깨나눔
  • 승인 2016.07.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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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

‘협동조합 시대’에 우리가 망각하는 것

양준호(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우리사회에는 이른바 ‘협동조합 붐’이 일고 있다. 비록 정부가 자금줄을 쥐고 위에서부터 판을 까는 ‘권위적’ 행정에 의거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장원리의 작동 부전을 해소하고자 하는 새로운 경제 주체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그리 나쁘게 만은 평가할 수 없다.
즉 대기업과 같은 민간 영리기업이 고용과 투자의 측면에서 제 구실을 다해내지 못 하고 있는 지금, ‘협동’, ‘연대’, ‘조합원 민주주의’, 그리고 ‘지역사회에의 공헌’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협동조합이 전면에 나타나는 것은 중요한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바로 이와 같이 ‘대안’ 그 자체이기 때문에야 말로, 민간 영리기업과는 현저하게 다른 이들의 그 본질적 특징과 지향점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고 또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협동조합은 ‘비영리’와 조직 내 ‘민주적 의사결정’을 지향

협동조합은 ‘비영리’와 조직 내 ‘민주적 의사결정’을 지향하면서 이를 그들 사업의 핵심 기조 및 방식으로서 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이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험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우 중요한 협동조합의 본질이자 그 성공의 조건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비영리’와 ‘민주적 의사결정’을 협동조합들이 제대로 준수하고 또 진정성 있게 지향하는 지에 대한 여부를 법률 또는 제도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규제하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협동조합은 적어도 이를 ‘자율적으로 또 스스로’ 규제하고 관리해나가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과 국가 간의 관계가 ‘돈’으로 엮여져 있어 협동조합에 대한 규제 또는 관리가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회적경제가 발전되어 있는 주요 국가 및 도시의 협동조합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있고 또 이러한 협동조합이야말로 보다 훌륭한 사회경제적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이 자기조직에 대한 제대로 된 민주적 규제를 스스로 담보해내지 못 하면, 우리 사회에 우리 지역에 모처럼 불기 시작한 협동조합이라는 ‘대안’ 바람의 긍정적 효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즉 자기조직을 경제적으로 연명하는 것에 몰두한 채 협동조합의 이상을 망각하여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적, 권위적 조직으로 변질되어버리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진지한 유념이 필요한 시기도 되었다.

협동조합이 영리적, 권위적 위험으로부터 극복해야

이 글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협동조합이 직면한 다양한 논쟁적인 측면의 문제점은 차치하고, 향후 이들이 지속적으로 또 진지하게 유념하며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보다 큰 틀에서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자유화’, ‘글로벌화’ 그리고 ‘규제완화’ 등과 같은 경향에 대한 협동조합의 입장에 관한 문제이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지배 하에서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어 온 자유화, 글로벌화, 그리고 규제완화에 대한, 그리고 다국적기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윤리적인 움직임에 대한 협동조합의 대항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에 국제협동조합의 날과 UN국제협동조합의 날을 맞이하여 ICA(국제협동조합동맹)이 발표한 보고서 ‘협동조합과 경제의 글로벌화’를 보면, ‘경제의 글로벌화 과정은 전 세계의 협동조합에 있어 기회로 작용하고 있어, 시장을 더 개방하여 보다 나은 또 보다 효율적인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의 향후 전략의 방향을 꽤 ‘힘을 주며’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국제협동조합동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견지되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에 있어서 다수의 생협 및 농협이 그러하듯이, 자유화, 글로벌화, 그리고 규제완화를 자신의 기업경영상의 이익과 관련지어 파악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의 독점적이고도 비윤리적인 이윤추구 행태에 대해 진정으로 대항하고자 하는 자세와 그 문제의식은 전혀 갖추지 못 하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협동조합이 이와 같은 입장과 문제의식을 관철하게 되면, 결국 이른바 ‘대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협동조합의 위기가 표면화되면서 그 지속가능성 자체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또 반면에, 위에서 언급한 ICA의 보고서에는 ‘각국에서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이들이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내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지금 현재의 상황 하에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객관적인 사실과 정합적인 매우 정확한 문제의식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를 포함한 지금 전 세계의 협동조합 운동은 이와 같은 중요한 자기 논리의 모순 속에서 그 작동방식에 대한 올바른 입장과 문제의식을 요청받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협동조합은 이른바 ‘참여형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협동조합들의 실태를 보면, 조합원들의 참여 그리고 이를 강화하는 체제는 강조하고 있으나, 사실 협동조합에 고용되어 있는 직원 또는 종업원의 해당 조직의 경영에 대한 참여 체제는 지극히 취약한 가운데 있다.
그 수준은 ‘참여’를 본질적으로 중시하는 조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을 정도다. ICA의 보고서 ‘변화하는 세계에 있어서의 협동조합의 가치’는 ‘조합원과 경영진 그리고 직원 간의 관계, 나아가 조합민주주의와 노동자민주주의가 협동조합의 효율적인 실천과 경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며,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협동조합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이용자와 직원 양측 모두에 의해 성립되는 혼합적 형태의 민주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전 세계의 협동조합 진영은 아직까지도 이 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응을 보이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서, 협동조합의 운영에 있어서의 과학적 관리와 민주적 참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지 않으면 안 된다.

협동조합의 시대, 경제민주주의와 민주적 통제로 조직운영 지향해야

‘협동조합의 시대’. 맞다. 우리 눈앞에 이 시대가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아니, 이러한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허나, 이 시대는 한 나라의 또 한 도시의 투자와 고용을 일으키는 새로운 방식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는 경제민주주의와 민주적 통제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운영 방식을 지향하는, 즉 ‘대안의 시대’로 다듬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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