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의 작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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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의 작심』출간
  • 배천분 시민기자
  • 승인 2016.07.2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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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처럼 투명하고 명증된' 시 세계 펼쳐


 

조경숙 시인(인천문인협회, 굴포문학)의 『절벽의 귀』 첫 번째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 『눈의 작심』이 출간됐다. 조 시인은 강원도 영월 출생으로 2012년 제23회 인천문예 대전에서 시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13년 계간 『시와 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조경숙의 이번 시집은 지난 시집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해석하고 자아를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세계를 이해하고 인생을 조망하는 시선이 존재론적이며, 생태론적이다. 어느 경우는 신화적 상상력까지 확장되는 시 세계를 보이기도 한다.
 
조경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눈의 작심』에는 두 편의 메타시가 들어있다.
시 「명창」과 「풍선껌을 불며」를 나는 그녀의 시에 대한 입장과 태도로 읽는다.

 
“노래가 되지 않아/ 신에게 삐져 다른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돌이 말했다// 지금 너의 신음/ 그것이 온몸으로 연주하는 음악(시)이 아니겠니”(「명창」 부분)

“단물이 다 빠져야 /제대로 풍선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았다”(「풍선껌」 부분)
 
메타시의 전언처럼 시인의 시편들은 대체로 자신이 걸어온, 결코 간단치 않은 이력을 질료로 삼은 것들로서 그것들을, 생경하지 않게 충분히 발효시켜 차원 높게 미적으로 승화시킨 것들이다.
 
그녀의 시집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니 따뜻한 마음으로 내가 엄마이기 전에 또 다른 나의 엄마를 그리며 눈가를 적시게 하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시인의 상상력은 대지에 뿌리박은 것들로서 그 품이 심원하다. 시인은 세상에 편재하는 인간과 사물들을 지극한 모성의 눈으로 바라보며 감싸주고 있다.
 

수평선
 
앞으로 많은 차가 바쁘게 지나간다
나도 내 속도로 세상의 뉴스를 들으며
엄마를 만나러 간다
 
다행스럽게 아직 엄마는 견딜 만 하다
내가 함부로 지껄이는 말도
다 받아준다
나도 엄마의 관섭이 견딜 만 하다
 
처음으로 떠나는 엄마와 함께하는 1박 2일
 
수평선을 바라보며 엄마가 말한다
애들은 잘 크니

네 신랑이 고맙구나

엄마, 엄마 아직 나는 견딜 만해요
 
엄마는 어떠세요
엄마에게 했던 질문을 바다가 삼킨다
 
비가 내린다
밀려와서 밀려가는데
지금 나의 시간은 썰물일까 밀물일까
엄마의 시간일까 딸의 시간일까
엄마는 다 살았다고 딸의 손을 놓을 수 있을까
 
넘어져 크게 울면 어디선가 뛰어와
무릎의 피와 눈물을 닦아주던 젊은 엄마
나는 넘어졌던 상처를 다 나았다고
엄마에게 말할 수 있을까
 


<시평>

조경숙 시인의 시 속에서 모성에 대한 원형적 체험과 기억, 그리고 현재가 자리 잡고 있다.
 
전통 서정 문법에 충실한 시편들의 이미지는 정지용의 고전 시편들이 그러했듯이 얼음처럼 투명하고 명증하다. 시적 화자의 진술은 탈을 쓰거나 에둘러가기보다는 대상과 세계에 직핍하여 이면의 진실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시적 화자와 시인이 일치하는 개성적인 시편들이 많다는 것은 시인의 성정과도 직결되는 것으로서 세상을 과장하거나 굴절시키지 않고 액면 그대로 보고 읽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여진다.
 
시인의 시편들에서 더러 보이는 경구적 표현이나 아포리즘이 거짓 포즈와는 다르게 진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 것도 그것이 관념에서가 아닌, 구체적 경험 현실에서 발견한 지혜이자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은 “비극적 경험이 예술의 유일한 원천이다”(마크 로스코)라는 말을, 창작을 위한 경전으로 삼아 시인이 언어의 바늘과 실로 “한 땀 한 땀 ” 누추한 생활을 기워 시의 “밥상이며 베갯잇 홑이불들”을 만들어 낸 결과물로서 우리에게 감동의 물보라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재무(시인)
 


<시인의 말>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나
 
네띠네띠 네띠네띠
 
눈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완전히 닿지 않아도
완전하게 그리워한다고 눈이 손을 흔든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눈의 작심
 
“사랑하기에 안 좋은 날씨는 없다”는 문장을 쓰고
“죽기에 안 좋은 날씨는 없다”로 바꿔 읽는다
 
넓고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퍼붓는 눈을 본다
하늘은 작심한 듯 허리춤을 풀고 마음껏 제 기분을 보인다
 
다 식은 찻잔을 놓고
눈을 바라보는 창가 여인의 검은 눈
손수건을 대기만 해도 흠뻑 젖을 축축한 눈이다
 
살아가기에 안 좋은 날씨가 없듯
죽기에 안 좋은 날씨도 없다는 듯
 
눈은 자꾸만 높은 곳에서 제 몸을 던지고 있다



 

공광규 시인은 "조경숙의 이번 시집은 지난 시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세계를 해석하고 자아를 들여다보는 시들이 높은 시적 성취를 이룬다. 세계를 이해하고 인생을 조망하는 시선이 존재론적이고 생태론적이다. 어느 경우는 신화적 상상력까지 확장된다"고 평론했다.

<배천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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