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예술활동에 시당국과 기성세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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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예술활동에 시당국과 기성세대 무관심”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9.0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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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의 멘토링, 자유로운 문화예술활동 분위기 조성돼야

 
인천지역 청년들은 인천 관내에서의 문화예술 활동 대해 꽤 큰 의지를 가지고 있음이 한 토론회장을 통해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인천시와 지역의 기성세대 등은 이러한 지역 청년들의 활동에 무관심하고, 때론 잘못된 정책을 내놓거나 건의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청년들에 실망을 주거나 아쉽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8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인천시민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 판’에 대한 열린 형식의 집담회가 열렸다. 시가 주최하고 문화단체 ‘문화다움’이 주관했다. 토론회는 지난 6일 문화기관 관계자들과 지역 언론사의 부장급 기자들을 모아 처음 개최했고, 이날은 청년 문화기획자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담론들이 오갔다.
 
주제발표에는 실제 인천 관내에서 여러 가지 청년예술운동을 벌이고 있는 기획자들이 직접 참여해 현 청년예술문화판의 현실을 직접 알리고 향후 인천서 청년예술문화의 비전을 제시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먼저 이강민 몬스터레코드 대표는 “인천은 많은 인구와 재원,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시의 무분별한 지원 및 문화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문화소외지역이 돼 버렸다”면서 “트렌드를 읽는 능력과 참신한 기획력을 가진 청년들이 지역 고유의 콘텐츠와 건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가 제대로 된 활동 지원을 하고 문화관련 기성단체들이 제대로 된 멘토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지훤 공유공간 팩토리얼 대표는 “청년 기획자들끼리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나 행사를 끝나고 술자리를 가질 때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우리가 이짓거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라며 “이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고, 이들의 다양한 활동과 도전이 실패한다 해도 다시 일으켜줄 수 있는 토양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콜롬비아공원축제를 기획했던 이영은 '청년문화기획 하다보니' 대표는 “주민 곁에 있었던 그 공간에 활기를 넣고자 했고, 또 지역 청년들이 서울이 아닌 동네에서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이 목적이었다”면서 “축제를 기획하면서 지역 내 소위 ‘진입장벽’이 청년들에게 너무 높았다는 것과 조직 내부의 한계 및 민-관 조직 간 소통 부재 등을 문제로 체감했다”라고 소회했다.
 
과거 뮤지션이기도 했다는 조윤상 '라벨' 대표는 “인천이 청년문화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청년의 소비 활동에 집중돼 있는 감이 있어, 청년이 소비가 아닌 생산의 영역에서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방법이나 장소의 부재가 심하고 지역의 기성세대 역시 이를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청년들의 문화 활동을 서포트하거나 멘토링할 수 있는 중간조직의 필요성을 요즘 많이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에서 연극 활동을 하고 있는 권근영 앤드씨어터 기획자는 덴마크 코펜하겐 내에 위치한 ‘크리스티나 자유도시’의 예를 들면서 “본디 공업지역이었던 곳의 공동화 현상 이후 히피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유니크한 공간으로 조성된 것처럼, 지역의 청년 혹은 젊은 예술가들이 일정 부분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자유로운 상상 및 예술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서 주제발표에 나선 청년기획자들. 스스로의 고민들을 담은 영양가 있는 담론들을 많이 제시했다. ⓒ배영수
 
한편 주제발표 이후에는 토론회장에 모인 참석자들 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발표에서 언급된 콜롬비아공원축제를 비롯해 인천 관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기획축제들이 관 주도로 알려진 사실이나 조성 장소 등의 특성서 벗어나 그 동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 기록화할 수 있는 소위 ‘아카이빙’의 역할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던 만큼 문화기획자 스스로가 이를 감안한 기획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한국 등 현대사회에서 예술가들이 중심이 된 공간 조성 이후 자연스럽게 따라온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일어남에도 지자체와 정부에서 손을 많이 쓰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예술가와 기획자들 개개인이 험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지역의 기성세대와 시 관계자들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역에서 힘을 가진 기성세대의 활동이 아직 영향력이 크지 않은 청년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현상이 겹치고 여기에 시에서 정책지원 사업을 내미는 순간 세대 간 쟁투가 벌어지는 등의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나이 드신 분들의 문화정책은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다, 살 날이 더 많은 청년들이 문화정책에 직접 참여해 그들이 스스로 중장기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조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상반기 인천시가 추진해 지역 문화인사들에게 비판을 받은 버스킹존 사업으로 지역 예술인들을 희생해 공직자들의 성과로 반영하는 등 부조리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토론회 현장에 시 담당공무원이 자리했기에 그런지는 몰라도 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토론회장 여기저기서 나왔다.
 
특히 아마추어 중심으로 진행되는 버스킹존 사업이 ‘아마추어들에게는 페이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시의 입장이 그대로 드러나며 당시 지역사회에서 지탄을 받았던 바 있다. 이를 두고 백지훤 공유공간 팩토리얼 대표는 “인천의 문화정책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부분”이라며 “시스템 자체가 없는 시의 문화정책은 정말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문화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민-관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 지역 내 예술을 판매할 수 잇는 시장의 열악함, 그리고 록 페스티벌과 맥주 축제 등 대형 문화행사의 송도 집중 현상도 언급됐다.
 
다만 송도 집중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성격의 대형 축제를 그렇다고 원도심에서 연다고 하면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한다”면서 “송도에 집중되니까 문제라는 의견보다는 그만큼 지역 문화축제의 다양성 부재를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직접 진행한 문화다움의 추미경 대표는 토론회 말미에 “문화 관련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문화예술 인프라의 구축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지치지 않고 인내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데, 열악한 환경에 의해 포기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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