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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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리얼리즘"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6.12.1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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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야 시인 첫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발간


 

이설야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창비)가 출간됐다.

지난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6년만의 첫 시집이다.

 

인천작가회의 계간지 ‘작가들’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설야의 시는 시집 ‘시인의 말’에서 처럼 ‘기억의 저지대로 내려가... 발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던 날들’의 기록이다. 개천의 물풀들, 검은 폐수가 흐르는 바다와 공장들, 공가와 폐가, 곁을 내주는 스산한 골목들, 상처와 상처들이 부딪치며 내는 생활의 소리들...  그러나 ‘그것은 시인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시구들은 ‘못 자국 같은 생의 숨구멍들’(「못, 자국」)로 겨우 버티며 ‘죽고 싶다는 말을 이름표 처럼 달고 다니던'(「등화관제」) 지난날 삶의 풍경을 재현한다. 시인에게 '기억의 서랍마다 알이 슬어있는'(「장롱속에는 별을 놓친 골목길이」) 그 시절은 '잘못 꾼 꿈'(「어제 자르다 만 귀가 있다」)이었다.

 

이설야 시인의 시 세계는 줄곧 "고통받는 민중의 자리에서 처절한 삶의 경험을 한땀 한땀 꿰메는 듯한 시적 진정성으로 민중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리얼리즘을 개척한다"(최현식, 해설).  그의 시집은 "고통을 뚫고 나오는 진실과 희망에 귀 기울이는 태도와 방법을 넌지시 보여주는 '참혹하게 아름다운'"(김해자, 추천사) 시편들로 이어져 그 결연한 의지가 가슴을 울린다.


인천 68년생인 시인의 첫 시집답게 66편 시들의 제목만으로도 ‘기억의 저지대’에 있는 인천의 냄새가 물신 풍긴다. ‘동일방직에 다니던 그 애는’ ‘눈 내리는, 양키시장’ ‘수문통 언니들’ ‘해성보육원’ ‘신흥여인숙’ ‘남광 자망 닻 전문’ ...

 

 

일번지 다방

종이인형

 

화평동 이모들은

일번지다방에 나가요

기차가 지나가면

창문 유리가 아슬아슬한 이모들처럼

깨질 듯하던 일번지다방

밤이 되면 아이들은

검정 구두를 신고 소꿉놀이를 하지요

 

이모들 창문에는

가슴이 찔리면서도 떼어내지 못하는

고드름이 매달려있지요

기차 소리가 고드름 속으로 사라지면

전봇대도 하나둘 불을 끄지요

 

화평동 이모들은

네모난 상자 속

모가지가 잘린 종이 인형처럼

한가지 마른 얼굴로

일곱가지의 젖은 밤을 자지요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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