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열우물' 지역주민의 마지막 프로젝트, 길고양이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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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열우물' 지역주민의 마지막 프로젝트, 길고양이 살리기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8.03.3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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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십정2구역 주민들, TNR 작업 나서




“사람 떠난 빈 동네, 길고양이는 어떻게 해야하나?”
 
봄이 오는 부평구 십정2구역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에는 요즘 곳곳에 펜스가 설치되고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해체되고 있다.
 
허문 콘크리트 벽들이 길가에 무더기로 쌓이며, 한 때 공단을 가까이 두고 번화했던 동네의 기억까지 휩쓸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재개발 지역으로 말도 많았던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 ‘열우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동네 길고양이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빈 길가 낮은 지붕 사이를 오고 가며 고양이들이 요즘 봄 기운에 겨워 기지개를 펴고있다. 고양이가 모여 있는 곳에는 누군가 마련한 고양이 밥자리가 보인다. 빈 동네이지만 고양이를 살피는 몇몇 이웃 사람들의 흔적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러나 얼마나 더 버틸까, 빈 마을 길고양이들의 삶 자리는 위태로워 보인다. 결국 길고양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마을사람들은 마음이 합해 ‘열우물 길고양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열우물공동체 주민들은 자신들과 함께 살았던 길고양이들의 피해를 줄이며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동물복지 단체의 자문을 받고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 4월 1일(일) 그 '종합' 대책을 시작한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길고양이 포획에 나선다. 4~5일에 걸친 TNR(Trap(포획)-Neuter(중성화)-Return(방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길고양이를 포획해 병원으로 데려가 수술시키고, 먹이를 이용해 그들의 영역을 인근 동네로 자연스레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첫날은 30마리 포획이 목표다. 인근 6개 협력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다.
 
길고양이 TNR사업의 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사람마다 길고양이 사업에 대한 이해 차이는 있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꾸준히 관심 갖고 노력하는 주민 덕분에 마을단체와 주변 사람들의 이해의 폭이 좁혀지고, 연대와 봉사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금예 '열우물 마을문화공간 두레박' 대표는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고, 하루가 다르게 마을이 해체되고 있어 길고양이 TNR사업도 서두르고 있다"며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주말을 이용해 고양이 포획과 병원 이송, 먹이주기와 삶터 이전까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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