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강서중학교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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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강서중학교의 생활
  • 이수석
  • 승인 2018.06.21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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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 이수석/강서중 교사, 이다희(삽화)/강서중 학생


#1 학교 등교 시 학생들과의 대화

“매일 7시 30분에는 무조건 학교에서 버스가 출발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이 꼬여요. 학생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6월 말까지 근무하는 문 주무관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 책무성이 뛰어나고 투철하다. 그리고 통합버스를 타고 내리는 학생들 면면을 잘 파악하고 있다. 무뚝뚝한 표정 속에는 학생을 사랑하고 감싸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정문으로 나갔다. 매일처럼, 교장은 언덕빼기 위 강서중학교 정문의 그 자리 그 곳에서 일찍 오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특유의 손으로 울리는 호르라기를 울리며.

“힘들지 않으세요? 어떻게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이곳에서 등교맞이를 하세요?… 땡땡이 치고 싶지 않으세요?”
“그 무슨 말씀이신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네. 등교하면서 기분 좋으면, …하루가 좋지 않겠나?”
“교장 선생님께선 매일 아침 8시 10분부터 학교 정문에 나가계시잖아요. 일찍 출근하시는 선생님들께 등교 맞이 인사도 하시고요… 더 중요한 것은 걸어오던가, 일반 버스를 타고 오는 학생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예든이는 호기심이 참 많아요. 오늘은 어떤 질문을 할까? 그게 궁금하지요. 뭐 나머지는 그때그때 마다 적절한 멘트를 하지요. … 은정이의 단발머리가 참으로 이쁘구나. 사진 찍는 것과 그림 그리는 연습은 열심히 하니? 하정이의 미소와 친절은 보는 사람을 심쿵하게 해. 가은이는 장녀의 포스가 너무 좋아. 정말 아름다워. 가영이는 독서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져. 호민이는 조용하지만 강한 학생이지. 다희는 정신연령이 조금 높은 거 같아. 그리고 기쁨이는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학생이야. 집에서 오빠들과 같이 목축업일도 돕고, 학교에서도 똑 부러지잖아. 평안이는 시인이지. 시인이야!”

버스 올 시간이 되어, 나는 교무부장과 학생부장이 학생들을 기다리는 강서중학교 버스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8시 45분이 되니, 등교버스는 정확하게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18명의 학생들을 보며 인사한다.
“준이는 오늘 기분이 좋은 가보다. 송연이는 오늘 기분이 좋은가 봐. 에너지가 넘쳐. 성호는 언제나 분위기 있어. 멋져. 원경이는 컷트 머리가 이쁘네. 주안이는 오늘, 어떤 유머를 줄 거니? 단하는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머릿결 같아. 효은이 안녕! 이찬미 성우, 안녕! 극작가 재현이 안녕! 든든한 현우! 방송 엔진니어 윤건이 안녕! 극작가 나휘 안녕. 개그맨 예찬이 파이팅! 스토리텔링 현서도 안녕! 유쾌 발랄 상쾌 보람이 안녕! 박학다식한 교은이 안녕!”

나와 교무부장과 학생부장은 아이들의 기분과 특성에 맞게 하이파이브(HIGH  FIVE)와 하이텐(HIGH TEN)을 하며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맞이한다. 이렇게 강서중학교의 아침은 시작한다.


#2 다희와의 대화

“다희야! 선생님이 쓴 글을 읽어보고, 내용에 적합한 그림을 한 컷이나 두 컷으로 표현해 줄래?”
“어떤 양식과 파일로요?… 크기는요?”
“그건 네가 더 잘알 거 같은데... 그림에 대해서는 네가 더 전문가잖아?”
“그래도 대강 사이즈는 알려주셔야죠.”
“일반 사진 한 장정도 크기? 8×12 정도면 어떨까? 그림 내용은 창작자인 다희가 알아서 하면 되겠지. 다희는 창작자니까!”
“그럼 선생님이 원고를 빨리 주세요. 다음 주 화요일이라고 했으니까, 오늘 원고를 주세요.”


#3 강서중학교 학생들과의 대화

“기쁨이 승지 가은이 호민이는 연극 대본을 선생님에게 줄래? 물론 연극했던 사진도.”
“왜요?”
“너희들의 창작물을 책으로 묶어서 내고 싶으니까. 물론 너희들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도 필요하고.”

“1학년인 은선, 태하, 현우, 송연, 지예, 가영, 효은, 단하, 창대, 예든, 원경, 예찬, 준이는 너희들이 공연한 대본을 선생님에게 줄래?”
“……정말 저희들 글과 그림을 책으로 내실 거예요?”
“그러고 싶구나. 내 인생에서 너희들은 처음이잖니. 물론 너희들도 내가 처음이고 말이야… 영화비평반인 재현이 은정이 기쁨이 성호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영화대본이 완성될 수 있겠니? 그 대본을 보고 수정보완해서 영화를 찍어야지. 한편의 영화를 너희들이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거야.”
“저희들이 정말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유치찬란해서요.”
“여러분은 이미 잘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그저 너희들이 하는 일을 믿고 신뢰하면서 지켜만 봤잖아. 여러분은 이미 잘하고 있어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대본을 완성할 거예요. 선생님의 역할도 있어요. 선생님도 참여하셔야 해요.”


#4 수행평가에 대한 대화



“이 수행평가는 여러분이 친구들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의 평가를 존중하면서, 평가합니다. 물론 선생님의 최종 평가 점수에 이의가 있으면 제시하십시오. 합당한 여러분의 이의제기를 받아 들여, 최종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평가는 선생님의 고유권한이잖아요. 선생님이 평가해 주세요.”
“공정성 있는 평가, 객관성이 있는 평가! 선생님도 그것을 위해서 여러분에게 둉료평가와 상대평가를 요청하는 겁니다. 선생님의 생활의 습성상, 학습의 관성 때문에 선생님이 틀릴 수도 있어요. 또한 선생님이 보지 못한 면도 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 왜 글씨가 수행평가, 논술과 서술형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전, 저의 수행평가점수에 대해서 승복하지 못하겠습니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의 수단입니다. 자기는 자기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어본 친구들은 알아볼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읽을 수 없는 답안을 제출해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왜 이해하지 못하냐고 이의제기를 하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아니 왜 저만 미워하는 거예요?”
“글은 그 사람의 마음이라네. 그리고 글씨는 또 다른 마음의 얼굴이고, 제2의 얼굴이라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정확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네. 그게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네. 관계 속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하네.”


#5 교장선생님과의 대화

“4차 산업혁명시대. 창의력과 자기 발표력이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지식과 개념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소? 무엇을 하려고 해도, 기본 지식과 개념 파악이 안 되는데, 무엇을 생각할 줄 알고 더욱이 새로운 디자인과 계획을 세울 수 있겠소? …기본 지식, 기초학력은 분명히 교육해야 하지 않겠어요?”
“교장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게 핵심인 거 같습니다. ……기초 기본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과 수업에서 충실하며 더 밀도 있게 수업하고 맞춤형 개별지도도 병행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난, 학년초에 교사 대화의 시간에 이야기 했던 말을, 내 정년까지 유지하고 싶소. 왜, 이 선생이 사회를 보아 진행했던, 교사와 학교장과의 대화 시간 말이요. 교단에 처음 섰을 때의 ‘초심과 초심회복’, 가르침의 보람과 배움의 기쁨이 넘치는 교실, 그리고 지역이나 마을과 함께하는 ‘평화롭고 상생하는 교육공동체’를 체험하는 교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할 진정성과 책무성에 기반한 자율과 소통의 직장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하, 그렇지요. 자중자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저의 경험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한글을 읽고 쓸 줄 몰랐고, 구구단을 못 외웠습니다. 4학년 2학기, 옆의 여자 짝꿍인 혜경이가 저를 알려주고 깨우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국어 선생님께서, 열심히 재밌게 책을 읽는 저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학교 때 소년소녀 계림문고 100여권을 읽었습니다.”

“그건 이 선생의 경우잖소. 자신의 성공(?)담을 일반화 시키지 마시오.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학교에 다니고 있소. 왜 그들 모두가 이 선생과 같아질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요?”
“어느 순간, 계기가 되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전 그 아이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긍정적인 계기가 되어 변하길 바랍니다. 그 시기가 언제 어떻게 올지는 저도 모르고, 심지어 그 아이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전 믿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신뢰하면, 그 아이들은 변한다고요.


#6 나와의 대화

“난, 열린 교육과 거꾸로 수업, 배움의 공동체, 하브루타, 자기주도 학습 등에 대한 자유학기제의 수업을 찬성한다.”
“난, 이들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추적해 보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그와 같은 수업이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논문을 쓰고 싶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수업의 효과가 아주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문제는 그 수업방법과 평가의 적용이다. 과연 나의 이 수업방법과 평가 방법은 제대로 된 것인가? 그리고 모든 수업을 획일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가? 현장 교사들의 접하는 학생들에 따라서 최선의 수업을 할 것이라는, 교사에 대한 신뢰를 왜 정부와 관계당국은 신뢰하지를 못하는 것인가?”

“선생이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모르는 게 많아지고, 점점 더 어리석어 지는 거 같다. 어떻게 수업하고 평가할 것인가? 나의 이 수업과 평가 방법은 제대로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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