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무궁화훈장 추서에 대한 단상
상태바
김종필 전 총리 무궁화훈장 추서에 대한 단상
  • 김천권
  • 승인 2018.06.26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김천권 /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 정치사에 명암을 남긴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어떤 이는 김종필에 대한 평가에서 ‘풍운아’, ‘영원한 2인자’ 등으로 칭하고 있다. 그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각자 주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는 고인에 대해 국가에서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훈장인 무궁화장을 추서하였다.
그래서 고인이 과연 무궁화장을 받을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김 전 총리에게 무궁화장을 수여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자.
 
첫째, 다 아는바와 같이, 김 전 총리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군화발로 짓밟은 5.16쿠데타의 주역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5.16쿠데타 후에 들어선 박정희 정권에 의해 한국의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이루었으니, 잘못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일견 일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도굴꾼이 문화재를 훔쳐가서 오랫 동안 보관 및 관리를 한 뒤에 훔쳐간 문화재를 되돌려주며, 그 동안 보관 및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상태가 이만큼 호전되었으니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또 다른 예로, 미성년을 겁박하여 자신의 아내로 만든 후에 그래도 내가 먹고사는데 문제없이 만들었으니 훌륭한 결혼생활이 아니었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과연 국가는 도굴꾼에게 훈장을 주는 것이 합당하고, 성 범죄자에게 상장을 내리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둘째, 김 전 총리의 업적으로 산업화를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져왔고, 1987년 이후 3김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공헌하였다고 내세운다. 그런데 정말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이 김 전 총리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1987년 정계복귀 이후 김 전 총리의 행보가 과연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행보였는가? 물론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후에 한국의 고도성장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김종필 전 총리는 이 과정에서 무엇을 하였기에 산업화에 공헌하였다고 평가를 하는가? 문제가 많은 한일협정의 주역이었기 때문에, 아니면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공작정치를 하였기 때문에 민중의 반발을 강압적으로 눌러 고도성장을 이루는데 일조를 했다는 것인가? 1987년 이후 김종필 전 총리의 행보가 과연 국가의 앞날을 생각한 행동이었는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활동이었는가? 과연 이 두 질문에 대하여 훈장을 수여할 만한 긍정적 답변이 가능한가. 국가에서 주는 훈장은 인류와 국가, 그리고 사회를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후손이 본받을만한 행동을 했기에 이를 존경하고 기억하기 위해 주는 것이다. 단순히 공직에 오래 있었다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정치활동을 오랫동안 했다고 주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공직에 오래 있었으면 그만큼 오랫동안 생활이 보장되었고, 높은 지위에 올랐으면 부귀영화를 많이 누렸을 것이고, 정치활동을 오랫동안 했으면 그만큼 오랜 세월을 군림하며 살았을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의 생애를 보면 딱 이런 삶이 눈앞에 보인다. 국가가 이런 삶을 산 사람에게 훈장을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 처사인가 의문이 든다.

필자는 이번 김종필 전 총리의 조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조문을 가야 하는가의 문제는 개인적일수도 있고, 공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즉, 같은 정치인 입장에서 대통령 조문은 선배 정치인에 대한 예우를 위한 개인적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수여하는 훈장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정치적 판단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판단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필 전 총리에게 조문은 가고, 훈장은 주지 않은 것이 국민의 마음을 생각하는 처사가 아니었나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