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눈망울', 개교 5년 다문화학교를 마주하다
상태바
'밝은 눈망울', 개교 5년 다문화학교를 마주하다
  • 한인경 객원기자
  • 승인 2018.07.04 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최초의 공립 다문화학교, '인천한누리학교' 방문기

▲남동구 논현고잔로 215 인천한누리학교


다문화 가정 자녀들

‘다문화, 다문화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들’, 쑥쑥 커가는 그 자녀들의 교육 전반이 궁금하다. 공교육 적응에의 어려움, 특히 언어 소통에서 힘든 그들, 러시아, 베트남, 예맨, 몽골, 중국, 아랍, 캄보디아 등등 국적을 갖고 있는 자녀들이 활기차게 생활하는 기숙형 대안학교인 인천한누리학교를 찾았다.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가 2013년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개교(2013년 3월)한 이래 5년이 훌쩍 지났다. 초등 51명, 중·고등 66명 총 117명(2018년 7월 2일 현재)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인천한누리학교(공립)는 전국 최초의 초중·고 통합 기숙형 공립 다문화 학교다.

무엇보다 학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초·중·고생들을 위탁받는 형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다른 피부색, 서툰 한국어로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밝았다.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신선한 놀람이 있었다. 학생들과 교사들의 표정이었다. 참으로 밝았다. 어눌한 한국어지만 낯선 방문객인 기자에게 미소지으며 인사하는 모습에서 이 학생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여 흐뭇했고 한편으로 원적 교에서 언어불통으로 겪었을 어려움이 보이는 듯하여 애잔하기도 했다. 홍호석 교장, 김영옥 초등 교감 그리고 교사들의 친절하고 기품있는 분위기에서 인천한누리학교의 저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입학 자격으로는 중도 입국 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 국제결혼가정 자녀, 난민들 등 다문화 가정 자녀로 자격을 두고 있으며, 원적 교 입학 후 위탁교육을 신청하는 절차로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초·중·고 학력을 인정받는다. 특히 기본교육과정을 50% 내외로 축소하고 특성화 교육과정(한국어, 한국문화, 특기·적성과정, 진로과정, 다문화과정 등) 50%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는 다문화학생들이 빠르고 쉽게 한국어를 습득하고 한국 생활 방식에 익숙해져서, 원적 교 복귀 후 일반 학교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러시아어, 중국어 등 2중 언어를 쓰는 교사가 4명이었는데 3명을 충원하여 현재 7명이다.


기숙사와 통학 버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인 희망자만 기숙사에 입소할 수 있다.


▲ 기숙사


2018년 4월부터 원거리 통학 다문화 학생을 위한 통학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이를 추진한 홍호석 교장은 “특히 연수구에서 다문화 학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통학버스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통학버스 운행 이후 위탁 학생 수가 증가했다.”라고 한다. 연수구에서 남동구에 있는 인천한누리학교까지 운행하는 통학버스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안전한 등하교는 물론 즐거운 학교생활까지 일조하는 귀한 수단이 되었다.

기숙사, 통학 버스 포함하여 모든 교육이 무료로 운영된다.



▲ 도서관                                        
 
▲ 세계 의상 체험실


다양한 특별실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다국어 도서가 비치된 도서관이 인상적이었다. 다국어 도서를 이용하여 모국어를 유지하도록 돕고 있으며 특히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2018 학부모 한국어 교실(담당 교사 이혜영)’이 열리고 있었다.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단연 ‘언어’라고 한다. 부모들도 취업에서 서툰 언어는 당연히 불리하다. 그래서 학부모 중 일부는 도서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어 강좌를 듣고, 익숙해진 한국어로 취업에 도전하여 성공한다고 한다.
학교의 지역사회를 향한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한 현장의 소리였다.

그리고 도서관의 쾌적한 환경은 일명 ‘맥가이버’라는 ‘애칭’을 듣고 있는 안봉규 교사의 손길로 갖추게 된 환경이라고 한다. 바닥부터 도서 진열까지 독서환경 조성면에서 학생들과 교사들까지 즐겨 이용하고 싶은 공간이 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학부모 한국어 교실(박은미 외부 강사)


초·중·고 합동으로 월 1회 자치 조회

기자가 방문한 날이 월 1회 운영되고 있는 조회가 있는 날이었다.
특이한 점은 조회 전에 학생 공연이 이루어지는 점이었다. 평소 연습한 오카리나 연주 공연으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이날은 국립국악중학교(서울 강남구) 해금 강사로 재직 중인 성연영 선생(인천 계양구 거주)의 재능 기부 연주가 돋보였다. 한국 전통 악기인 해금으로 도라지, 밀양 아리랑 등 한국 민요를 연주하여 집중도에서 단연 ‘갑’이었다. 이어진 성연영 선생이 만든 곡 ‘국화야’ 해금 병창까지 다문화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한국 문화체험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다. 병창竝唱은 가야금 병창, 거문고 병창 등 악기를 연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한다.



▲공연 관람. 홍호석 교장, 김영옥 초등 교감


▲‘국화야’ 해금 병창 성연영 선생


교내로 들어서면서 이곳이 다문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라고 확인을 시켜주는 환경 게시물들이 곳곳에 있다.


 


▲실내 복도 게시물들(독도 관련 게시물-밑에서 3번째 위가 ‘미얀마’ 글자라고 한다.)



교사 밴드부가 조직되어 있으며 공연도 이루어진다. 홍호석 교장도 교사 밴드부에서 드럼을 맡아서 맹연습 중이라고. 홍 교장은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도 있지만, 모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서 '한국 학생들보다 지나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의 소리도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한국의 민간 외교관이 될 것이며, 이들은 한국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한다. 또한 홍 교장은 인권이 차별받지 않고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원적 교에서 소외되고 자존감마저 상실된 학생들을 위탁 교육을 받아서, 기자가 본 바와 같이 밝은 눈망울로 인사하게 되기까지의 인천한누리학교의 5년 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의 성과를 보는 듯했다.
 
한인경/시인  인천in 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