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악취 심해 창문도 못 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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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 악취 심해 창문도 못 열어요"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8.10.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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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현장] 도화 뉴스테이 주민들, 악취유발 공장 이전 등 요구

미추홀구 도화동 'e편한세상 도화' 아파트 주변에 악취 고통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플라스틱 타는 냄새와 쇠 냄새 때문에 창문을 못 열어요. 악취 때문에 이사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2일 오후 미추홀구 도화동 뉴스테이 e-편한세상 아파트 단지. 2천여 세대 규모로 조성된 이 단지는 지난 2월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지만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이 아파트 주변에는 ‘냄새나서 못살겠다! 창문 좀 열어보자’, ‘숨통조이는 공장 유해 악취, 양심 없는 사업주, 방관하는 인천시. 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e편한세상 도화'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악취로 인해 구역질도 나고 구토까지 한적도 있다"며 "이로 인해 몸살을 앓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풍겨오는 독한 냄새로 인해 구토와 어지럼증을 겪고 있으며 일부 주민은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바람이 아파트 쪽으로 불거나 흐린 날에는 악취가 더욱 심해져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e편한세상 도화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은 ”악취로 인해 올 여름 살인적인 폭염에도 창문을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에어컨만 틀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도화동 'e편한세상 도화' 아파트 정문에 붙은 현수막.


올 2월 입주를 시작해 90% 정도 입주를 마친 도화동 뉴스테이 및 인근 주민들은 악취를 견디다 못해 그동안 미추홀구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 

주민들은 악취 진원지로 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한 중장비 부품 제조 공장을 지목하고 있다. 이 공장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부터 지금 자리에 있었다.

구는 지난 7월 악취 포집기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악취가 법적 기준치 이하로 측정돼,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기준치 이상이더라도 지자체가 악취 배출 업체에 할 수 있는 행정조치는 '개선 권고' 뿐이다.  

특히 도화동 뉴스테이 아파트의 주택 임대차 계약서에 입주민이 환경 민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대차 계약서에는 계약 후 악취나 소음 등 환경오염 피해 민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는 지난달 23일 해당 공장과 주민 간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해당 공장 측은 주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악취저감시설을 늘리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9월 15일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악취공장 이전과 유해배출업장의 시설개선에 필요한 도화지구 환경기금 마련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악취 민원을 제기하는 도화동 뉴스테이 아파트 입주자들. <사진제공=e편한세상 대책위원회>


인천시는 이같은 악취 민원에 따라 악취 발생지로 지목된 인근 인천지방산업단지와 인천기계산업단지 2곳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할 방침을 밝혔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확정 고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악취저감 계획을 포함한 악취배출시설 신고를 하고 1년 이내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들 지역은 82만2217㎡ 규모로 앞으로 이해 관계인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악 관리 대상으로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9곳 4055만8907㎡, 2573개의 악취배출업소가 가동 중인 인천의 악취관리지역에서 시설개선명령 외에 영업정지 또는 영업장 폐쇄 기업이 나온 적이 없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편한세상 도화 환경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공단지역에서 50m 거리에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을 승인해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시행사인 도시공사와 함께 공장 이전과 환경 개선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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