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 부실 감사보고에 고위직 ‘책임회피성’ 발언까지
상태바
인천문화재단, 부실 감사보고에 고위직 ‘책임회피성’ 발언까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1.08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의회 행감자료 받은 뒤 “행감 임할 준비 전혀 안돼 화가 날 지경”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8일 진행한 인천문화재단 행정사무감사에 출석한 나봉훈 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사진 가운데)와 박선홍 재단 사무처장(오른쪽)이 시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인천문화재단이 다시금 ‘부실 감사보고’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부실하게 진행돼 논란을 부른 재단 직접사업 대해 전임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넘기는 등의 발언으로 시의원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8일 진행한 인천문화재단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종혁 시의원을 비롯해 김성준, 박종혁 유세움 등 문복위 시의원들은 “행감이 진행되는 자리에 인천문화재단이 감사를 할 수 있 자료를 아예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질타는 유세움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유 의원은 “행감 준비 당시 시와 기관에서 시의원들이 자료 요구를 많이 한다며 원성이 있었는데, 적어도 인천문화재단이 제출한 감사자료를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어떤 축제 혹은 어떤 행사를 어떻게 했으면 언제 몇 시에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려온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으며 어떻게 추진했고 후속조치와 계획, 추진 시 겪은 애로사항이나 문제점 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적시된 자료들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기관들의 감사 자료에서 사실상 ‘내용’이 가장 중요한 지점임을 감안하면 인천문화재단이 행감에 임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유 의원이 보여주고 지적한 셈이다.
 
인천문화재단은 현재 전임 대표이사가 공석인 관계로 현 시점에서의 최종 결재자는 박선홍 사무처장이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대표이사 부재의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며 양해를 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유 의원이 “대표이사 핑계를 대지 마라, 그때 업무보고와 지금을 비교해도 (형식 내용 등이)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날 문복위 시의원들에 따르면 인천문화재단은 그간 감사자료 서류를 제출하면서 서류 양식 등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옛날식 서류에 맞춰 감사 자료를 기재하고 그것을 관행처럼 삼아오다 보니 내용을 기재한다거나 하는 점에서 부족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문복위 시의원들은 “다른 기관이나 시 집행부 등의 감사자료와 비교해 보라”며 “이렇게는 감사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그제서야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들은 “옛날 서류 형식을 제대로 안 바꾸고 보충자료나 주석 등을 달지 못한 문제를 인정한다”고 답했다.
 
오전 행감이 끝나고 이어진 오후 행감에서도 박 사무처장 등 재단 관계자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유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개항장 예술축제를 비롯해 최근 ‘하이 유스’라는 단체가 진행했던 인천청년문화대제전의 실패를 언급하며 “이러한 사태를 낳은 재단의 입장”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박 사무처장은 “청년예술제는 올해 3회째인데 공모방식에 의한 문제와 한계가 있었으나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만큼 없앨 수는 없어 전면적으로 형식을 바꿔보겠고, 개항장 예술축제는 전임 대표이사께서 본부 만들면서 추진했던 사업이며 논란이 있었음에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던 만큼 내년엔 일몰하는(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준 시의원이 일몰 여부에 대해 다시 묻자 박 사무처장은 “다만 이는 사무처장으로서의 생각이며 재단에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고, 이달 말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이를 참고해 축제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일몰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 의원이 “인천의 문화를 대표하는 인천문화재단이 (지원을 우선하지 않고) 굳이 하겠다고 직접 수행했던,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사업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던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박 사무처장은 “전임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자는 건 아니지만 조직 체계에 있어서 대표이사가 사업에 의욕을 크게 가지면 한계가 있다”며 “문화재단이 지원 우선 조직인 만큼 내부에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가장 고위직인 대표이사께서 갖고 있는 의지를 꺾기엔 부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그 대답이 상당히 불편하다”며 “(지금 박 사무처장이 있는) 사무처장 직책이 추경에도 반영되지 않고 시의회에 의견도 묻지 않은 채 만들어진 무리한 자리인데, 그렇게 편법적으로 ‘옥상옥’처럼 만든 자리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박 사무처장께서 언론인 출신으로 옛 동료였던 언론인들을 많이 만나시는 걸로 안다”면서 “그만큼만 시의회와 문화예술인들과도 만나고 대화하는 이른바 ‘정무적 기능’을 하셔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