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양보한 경제자유구역, 이젠 내실 면밀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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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양보한 경제자유구역, 이젠 내실 면밀히 따져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2.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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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훈 전 인천연구원 박사 “남은 11공구 R&D 중심으로 조성해야”





최근  저서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를 발간한 허동훈 전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사진)가 20일 저녁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출판기념’의 일환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자신의 저서를 ‘줄거리’로 풀어놓는 형식으로 세미나를 진행한 허 박사는 현 경제자유구역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허 박사는 경제자유구역이 시작부터 잘못된 정책과 방향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먼저 국내기업에는 조성원가 이하의 공급만 가능하지만, 외국인투자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외국인 투자유치 우선순위’는  외투기업에만 더큰 기회를 제공했는데 형식만 외투기업인 채 실질적으로는 국내기업이 다수였다는 것이다.
 
또 신규로 국내에 들어왔다기보다 타 지역에서 이전한 외투기업들로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고, R&D 등 지식기반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많았다는 것이 그간 경제자유구역의 개발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인천을 경제특구로  삼으려는 방향이 있었으나, 정부에서 나서서 예산지원을 하면서 혁신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오해하면서 타 지방에서도 경쟁적으로 자신들에게도 지정해 달라면서 결국 전국에 퍼져 있게 됐는데, 정부가 특례를 줄 수는 있어도 예산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특구 자체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허 박사는 지금까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추진했던 연동개발 방식과 이를 통한 토지 헐값 매각 등에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디벨로퍼(developer)가 아예 건설회사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공이익이 주목적이라 그렇다”며 “그렇게 되면 계약서에 도장 찍은 후론 비수익사업은 하지 않고 미루려고 하는 데다, 나중에 개발이익이 남을 경우 환수 장치에 대한 구속력이 부재하면서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 입장은 돈(이익)이 중요하고 공공기관은 원만한 진행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경제자유구역이라면 결국 경제청이 양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립적인 개발계획 하에 필지 별로 분양하고, 주거 및 상업용지의 매각 이익을 업무시설 개발 및 기업 유치에 지원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인 투자유치 우선주의를 통해 국내기업 역차벌 현상이 생겼는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 혁신형 중소기업을 위한 공간의 공급 등이 중요하다”면서 “이제 현재 정부가 OECD의 압력 때문에 올해부터 외투기업 세제혜택을 폐지했는데 이것도 대안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지 공급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그리 많은 면적이 필요치 않은 업체들이 필요 이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부가가치나 파급효과가 낮은 기업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도시 활성화를 저해하는 부분”이라며 “기업 성격에 따라 공급면적 및 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원의 삼성디지털시티를 예로 들며 “제조공장에 일자리가 많고 지식산업에 일자리가 없다는 관념은 이제 한참 옛날 이야기”라고 운을 뗀 뒤 “일자리 중심의 R&D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식집약도가 높은 기업을 유치해야 하고 용적률이나 고도제한 등을 완화시켜 중고밀도의 개발이 현 경제자유구역에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경제자유구역을 다뤄왔던 전임 인천시장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유명기업 및 유명대학 등이 가진 이미지에 대해 집착해왔던 관행을 버리고, 내실을 면밀히 따져 고효율의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라는 ‘훈수’다.
 
예를 들면 인천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송도 5공구 27만㎡를 50년간 공짜로 쓰도록 제공했지만 일자리 수는 2,100여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판교테크노밸리는 43만㎡에 6만 2천 명이 일하고 마곡 R&D산업단지는 79만㎡에서 16만 5천 명이 고용되는 계획으로 조성을 추진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허 박사는 “이제 송도에는 사실상 11공구 하나가 남아 있는데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1공구 토지를 공급해 달라는 요구가 있으나 투자시기나 실익 등이 불확실하고, 연세대의 경우 11공구 부지를 공급받기로 했는데 연세대는 1단계 사업에 포함된 종합병원 건립, 사이언스파크 조성 등의 약속을 모두 어기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압력과 약속 미이행에 대한 보상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은 플로어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사실 경제자유구역 조성과 관련해서는 원도심과의 균형 발전을 생각 안할 수가 없는데, 주변지역에 대한 낙수효과도 없고 오히려 도시공동화 등 현상이 발생하는 데다 송도 주민들도 낙수효과 등에 완강히 반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인천의 3개 경제자유구역이 조성 초기단계엔 각각의 목적이나 특징이 있었으나 현재 많이 사라진 것도 문제인데 정부에서 지정하고도 도움을 거의 안 준 것도 지적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전 인천시의원은 “송도지구에 한정한다면 송도도 충분히 ‘밸리’로서 조성될 수 있었으나 근본적으로 개발방식이 잘못된 것이 큰 문제”라며 “연동개발로 인해 (앵커시설에 등에 대한) 부지 제공기회가 많이 상실됐고 컨벤시아, 아트센터 등 사업에서 수많은 부정적 이슈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개발 방향을 바람직하게 잡고 잘 했다면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 됐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경제자유구역이 조성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조직이 커진 경제자유구역청의 조직 전환 등도 인천시가 고민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고민들을 전혀 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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