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평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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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평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이었나?
  • 윤종환 기자
  • 승인 2019.10.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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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예총, 평화포럼 '국제체계로 본 인천상륙전' 열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가 주도한 ‘인천상륙작전’은 열세였던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군사작전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전쟁이 종식된 지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수많은 행사 등으로 기려지는 ‘인천상륙작전’과 ‘더글라스 맥아더’에 대해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인가?’라고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천상륙작전을 단순히 기려야 할 것으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이면에 숨은 문제는 무엇인가를 논하는 자리다.





인천민예총이 주관하는 ‘2019 인천평화축제 – 평화포럼’이 30일 오후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에서 ‘국제체계로 본 인천상륙전’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근대를 연 개항장, 외세 침략과 수탈 등 아픈 역사를 지닌 인천에서 ‘평화’를 주제로 하는 축제을 통해 평화를 위해 우리가 가야할 길, 평화를 위한 올바른 역사 해석 등을 제언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시우 사진작가가 주제발표를 한 뒤 함께 자리한 이혁희 통일맞이 운영위원장, 박충의 작가의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발제에 앞서 사회를 맡은 성창훈 인천민예총 사무처장은 “인천상륙작전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개최되나, 틀에 박힌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천상륙작전의 이면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시우 사진작가는 “인천상륙작전이 해결한 것은 무엇인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구도는 여전하고 주한미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인천상륙작전을 논하고 바라보기 위해선 당시(1950년대 전후) 세계의 국제체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미국의 패권주의 정립이 인천상륙작전을 바라보는 하나의 열쇠일 것”이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 시기엔 세계사회에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등 이념이 획일화되지 않았고, 각 국가들은 UN을 중심으로 한 집단안보-세력균형체계를 유지하는 상태였다.
 
그는 “미국이 주도한 UN체계(집단안보체계)의 정립이 1947년에 이르러선 트루먼독트린(반공 정부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 등을 토대로, 국제체계를 미국을 중심으로 통일된 것”이라 주장했다.
 
UN체계의 강력한 공권력 하에서 각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와 이미지를 위해 UN헌장을 지킬 것이 강요됐다. 그러나 트루먼독트린 선언은 미국이 UN의 힘을 벗어날 수 있는 권리 지녔다고 스스로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한국전쟁은 유엔의 이름으로 군사적 강제조치가 취해졌지만, 그것은 사실상 미국 패권에 의해 왜곡된 것이다”며 “미국은 소련의 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보리 구조를 바꿔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미국이 한국전쟁과 관련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한국전쟁은 ‘내전’이고, 유엔이 참가할 명분이 없었으나, 미국이 이를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UN헌장 39조 군사조치법을 명백히 어긴 것”이라며,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은 ‘권고’에 따른 평화적 해결을 목적으로 했으나, 임의로 ‘강제조치’로 헌장을 해석해 군사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또 “유엔사령부는 그저 이름만 유엔사령부일 뿐, 유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안보리에서 결정된 사항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엔사령부는 실상 미국통합군사령부이나 공식 명칭은 유엔 기구인 것처럼 표기된 것이다.
 
이 작가에 따르면 한국전쟁과 인천상륙작전의 미국 참여는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닌, 곧 미국 자신의 패권을 확인·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무대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일본 군대의 한국전쟁 참여 유도 과정에서 맥아더가 임의로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 당초 안보리 결의안의 3.8선 회복에 멈추지 않고 국경을 넘은 것, 북한 지역에 대한 유엔사령관의 점령권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작가는 “아직까지도 한국의 일부 주권(전쟁결정권 등)은 유엔사에 있어 우리는 그저 행정권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평범한 이웃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와 사회체제의 문제, 그곳에서 다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이혁희 운영위원은 “유엔사령부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놀랍다”며 “평화란 무력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고 발제에 대한 평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전쟁의 주역이 누군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토론자에 따르면 한국전쟁 과정에서 주 전공을 올린 것은 한국군이다. 그는 “그런데도 일반인의 인식은 미국이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신화의 출발점이 인천상륙작전”이라 강조했다.

이 토론자는 시리아 내전의 경우를 볼 때 주한미군은 결국 미국의 필요에 의해 주둔하는 것이라며, 평화를 위해선 맹목적인 의존을 벗어나 시민들의 주체적인 논의(인천 외 전쟁지역 주민들과의 만남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충의 작가는 평화에 대한 시민 인식 확충을 위해선, 포럼 외에도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함을 말했다. 그는 “민예총의 멤버, 외부인 초청만으로는 시민사회에 많은 것을 전파할 수 없다”며 프로그램 주최측의 규모 확대와 참여 시민들의 확충, 예술인 연합·연계 등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 외에도 현 남북의 정전 상황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평화인지, 아시아 국가관계의 미래는 어떻지 등 폭넓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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