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유 '고공행진' … 서민들 "못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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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유 '고공행진' … 서민들 "못 살겠다"
  • 이혜정
  • 승인 2010.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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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기름값 올 들어 최고치 … "서민생활 돌보는가"


강민정씨가 아들을 목욕시키기 위해 마련한 연탄난로.

취재 : 이혜정 기자

"큰 아들이 뇌성마비 1급으로 앞도 볼 수 없고, 말도 못하고…. 하루종일 집안에만 누워 있어서 방안을 따뜻하게 데워야 하는데, 기름값은 점점 오르고…. 연탄보일러로 전부 바꾸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요. 겨울만 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 주부 강민정(52, 가명, 남구 학익동)씨

매서운 겨울 바람이 체감온도를 확 떨어뜨린 지난 9일 오전 강씨(52)의 집.

강씨는 최근 난방유 가격이 오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 싶었다. 연탄보일러를 더 들여놓고 싶은 심정이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학익동 산동네 마을. 산동네 아래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전세집에서 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겨울을 나기 위해 강민정씨네서 사용하고 있는 기름 보일러.

강씨는 "올 초 1드럼에 15만원 주고 샀는데, 지난달에는 21만원을 주고 샀다"면서 "아끼고 아껴도 한 달에 2~3드럼을 써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이 워낙 추워서 기름이 더 많이 들어요. 방바닥은 따뜻한데 온기가 없으니 웃풍이 장난이 아니에요. 나 혼자 있으면 기름을 아끼려고 온도를 내려놓겠지만 뇌성마비 1급 장애로 하루종일 집에 누워 있는 큰아들을 위해서 기름보일러를 계속 돌려야 하는데…. 올 겨울에는  어떻게 기름값을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강씨 가족은 남편과 2남 1녀의 5인 가족. 한 달 수입이 180만원이다. 큰 딸은 독립했고, 막내 아들은 중학 2학년에 재학중이다. 큰 아들은 뇌성마비 1급으로 늘 강씨가 옆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씨도 전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운전기사인 남편의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강씨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큰아들.

큰아들 약값, 기저귀값, 병원비 등으로 사용하고, 막내 아들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한 달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방이 두 개 뿐이에요. 큰 딸이 커서 한방에서 같이 생활하기도 힘들어 독립했어요. 막내 아들은 늦둥이라 한창 들어가는 비용이 많고, 큰아들은 장애 때문에 제가 항상 옆에서 돌봐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나마 남편이 벌어다 주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지요. 그 수입으로 네 식구 생활하기도 버거운데 겨울에는 난방비 걱정까지 해야 하니 정말 답답합니다."


기름통에 최고 2드럼이 들어간다고 설명하고 있는 강씨.

며칠 전 강씨가 이용하는 주유소에서 내년부터 기름값이 오를 것 같다며 필요하면 미리 구입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강씨는 전한다.

이렇듯 겨울철을 맞아 기름값이 오르면서 고통을 겪는 이들은 비단 강씨만이 아니다. 셋방살이를 하는 이들, 단독주택에 사는 이들 등 기름보일러를 때는 집집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아우성이다.

생활도 빠듯한 데다 추운 겨울에 기름값은 계속 오르니, 서민들은 정말 너무 힘들어 못 살겠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형편이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는 강씨처럼 집 일부 공간에 연탄보일러를 들여놓는 가정도 늘고 있다. 아무래도 연탄이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일러를 바꾸려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손이 많이 가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집들도 있다.
 
단독주택에 사는 이모(51, 남동구 구월동)씨는 "기름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라 연탄보일러로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나서 서민들의 생활을 돌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  

기름값 '고공행진' 계속돼
자동차 휘발유도 올 들어 최고 수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9일 현재 지역 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평균 보일러등유 값은 ℓ당 1,137.42원에 이른다. 지난 3월 1051.00원을 기록한 이후 올 들어 최고 수준이다.

이와 함께 이날 현재 평균 휘발유 값은 ℓ당 1765.86원으로 지난 5월 1730.24원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용 경유와 실내 등유 값은 각각 1523.04원, 1,129.41원으로 지난 4월 이후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원유 수입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 추이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해 향후 서민 가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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