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지역언론'…"해법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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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지역언론'…"해법이 안 보인다"
  • 이병기
  • 승인 2010.12.2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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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① 열악한 지역언론의 악순환


기자실이 위치한 인천시청 2층.
현재 인천시에는 50개 언론사 110여명의 기자가 출입하고 있다.

[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인천의 지역언론 … 현재와 미래

① 열악한 지역언론 … 악순환 고리 어떻게 끊을까?
② 외면받는 지역언론 … 시민과 함께해야
③ 소셜미디어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자

취재: 이병기 기자

1년 전 <인천in>이 '창간기획'으로 준비한 '지역언론, 희망은 있는가?'에 이어 창간 1주년을 맞아 열악한 지역언론의 현실과 향후 대안을 모색해보는 [창간 1주년 기획] '인천의 지역언론 … 현재와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세 편에 걸쳐 보도되는 이번 기획기사는 지역언론의 그늘을 조명하고,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지역언론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합니다. '우리 동네'가 바뀌기 위해서는 지역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독자 여러분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편집자>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게 가장 가슴 아픕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미지급 급여만 1900만원이예요. 올해 10월과 11월 급여는 100만원만 나왔죠. 알아보니 회사 내 20명 이상에게 평균 1200만원 미지급 급여가 있습니다. 엄청난 일이죠. 이달엔 아내 몰래 딱 2만원 썼어요. 이것도 미안하죠. 최악이라니까요. 차라리 조건이 되면 그만두고 실업급여 받으면서 아르바이트 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대책이 없습니다." - A언론사 K씨

지역언론의 재정난은 하루 이틀 제기되는 문제가 아니다. 해가 지날수록 적자는 늘어나고 심지어는 직원들 월급이 밀리거나 폐간되는 일도 발생한다.

고질적인 수익구조 문제와 경영상 이유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역언론 구조가 기사로 연결되면서 언론의 역할에 제약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지역언론에 몸 담고 있는 구성원들한테 직접 그 실태를 들어봤다.

열악한 지역언론

인천에 본사를 둔 A신문사는 지난 10월부터 경영상 이유로 두 달 동안 직원 급여를 100만원만 일괄 지급했다. 또 1년마다 정산하기로 했던 퇴직금 2년치와 2008년 12월부터 3개월간 미지급됐던 급여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 50여명의 구성원 중 절반 정도가 평균 1200만원의 미지급금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 경영인이 없다는 겁니다. 광고 수익은 어림없고 구독료도 미미하죠. 인건비는 물론 관리비나 운영비, 세금도 내야죠. 주 수입원이 광고수익보다는 콘서트나 마라톤, 축제 등에 껴서 티켓 파는 건데 10월부터는 날이 추워지고 행사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잘 하면 한 달치 직원들 월급은 주는데 말이죠." - B언론사 L씨

일반적으로 언론사 주 수익원이 광고라고 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은 곳도 상당수다. 인천의 광고시장은 일정한데 해마다 언론사는 늘고 있으니, 나눠먹는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기관이나 기업에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일부 언론사들은 대형 콘서트나 마라톤대회, 축제 등 행사를 통해 티켓을 판매하고, 그 수익의 일부로 재정을 마련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행사가 적은 시기에 구독료나 광고수익만으로는 구성원들의 인건비를 해결하기가 막막한 상황이다.

"얼마 전 대표이사가 바뀐 이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기대했는데, 여전히 똑같아요. 지역에서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사업이나 광고가 있으면 언론사들이 떼로 몰리죠. 사람 많은 행사 하나 잘 치르면 1억원 정도 남을 겁니다. 하지만 행사를 하고도 욕 먹는 이유 중 하나가 기획사나 대행업체는 진행을 잘 하는데, 언론사가 하기 때문에 서툴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리턴이 없어요. 그냥 사람들 민원을 들어주는 게 끝이죠." - A언론사 K씨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

C언론사 N씨는 "광고수주는 잘 해야 200만원 정도"라며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광고단가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독료 역시 재정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한다. C언론사는 인천과 경기 지역까지 포함해 9만부 정도 찍어내지만, 지국에서 일부를 가져가면 본사에 입금되는 금액은 미미하다.

N씨는 "구성원이 130여명 되는데 만성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서 "급여를 150만원 정도, 보너스까지 합쳐서 200만원으로 치면 한 달에 인건비만 3억원 정도 든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종이펄프, 관리비, 4대보험까지 더하면 월간 4억원 가량 운영 비용이 소요된다.

그는 "달마다 1억5천만원 정도 적자가 나고 있다"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연간 1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고, 구성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게 지역언론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N씨는 "이는 신문뿐만 아니라 지역 방송사들에도 해당되는 문제"라며 "다들 문제점은 공감하는데 극복하지 못하고, 언론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답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사장 말로는 12월이 되면 해결하겠다고, 100% 지급하겠다고 해요. 지난 급여까지 주겠다고 했죠. 이걸 지키지 않으면 살지 못해요. 만약 이번에도 계속되면 버티지 못해요. 나가서 소송을 거는 거죠.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 소송을 내면 회사가 가압류되니까 운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 A언론사 K씨

기자 = 영업사원?


지난 8월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허정무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펼치고 있다.

언론사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언론과 기자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

언론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거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는 '기자'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영업사원'으로 전락하는 경우다.

D언론사 P씨는 "예전에는 사회 정의상 기자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생활이 어렵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 년 전 아는 사람이 연봉 2천만원을 주는 직장을 간다고 해서 '네가 2천만원짜리 인생이냐?'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 나는 2천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자라는 직업이 박봉이지만, '동네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활이 어려우면 양질의 기사를 양산하기도 어렵고, 광고를 따내서 700만~800만원 받는 기자를 보면 '살  만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부럽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회의감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P씨에 따르면 인천 모 언론사의 경우 행사를 진행하면 기자에게 할당되는 티켓 양이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1인당 30~50장을 기자에게 할당하고 '분명히 소화'하라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의 돈으로 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P씨가 속한 언론사는 반기나 분기별로 구독관리나 행사 티켓을 누가 얼마 만큼 팔았는지 구성원 모두 볼 수 있도록 회람시킨다고 한다. 기자를 비롯해 모든 직원의 평균 판매량을 본다는 것이다. 이후 실적(?)이 저조하면 경영자나 부장, 간부급이 실망스럽다며 면박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자로 채용됐지만, 광고 압박이나 영업 능력이 부족해서 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출입처 간부들한테 '우리 행사를 한다'고 하면 다 알아들어요. 다만 기자가 무리하게 할 경우에는 욕을 먹기도 하죠. 일례로 티켓을 특정 기업에게 떠넘기는 거예요. 기업에서 예산이 없다고 하면, 돌려 막는 법까지 알려주죠. 뒤에선 그사람에게 '양아치'란 말까지 나와요. 항상 있는 일이죠. 티켓 판매와 기사와는 큰 연관이 없는 것 같고, 촌지나 청탁은 영향이 있죠. 나도 받진 않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100번 넘게 촌지 받을 기회가 있었죠. 명절날 집 앞에서 기다린 사람도 있고. 봉투를 열어보지 않아 금액은 몰라요." - D언론사 P씨

E언론사에서 몇 개월 전 퇴사한 H씨.

H씨는 "행사 티켓은 팔아본 적이 없지만, 매년 연감은 팔러 다녔다"면서 "각 구청(출입기자)마다 10부 정도 목표치를 주고 홍보팀이나 자신의 출입처, 동네 유지들 만나서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광고 한 편을 따오면 금액의 5~10% 정도를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보통 정식루트인 언론재단을 통해 들어오는 광고는 5%, 개인적으로 따낸 광고는 금액의 10%를 지급받는다.

H씨는 "수습기자가 들어오면 처음에는 광고 같은 거 신경쓰지 말고 아이템이나 잘 잡으라고 말한다"면서 "수습이 끝나면 '우리만 기자가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조중동 등 큰 언론사도 다 광고한다'며 세뇌시킨다"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진행하는 행사가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닥달해요. 기업 리스트 뽑아서 출입처별로 주는 거예요. 주요 관공서, '여기는 얼마짜리다. 이 정도에서 '쇼부(흥정)' 봐라' 하죠. 회사에 형식상 광고국이 있지만 업무를 보지는 못해요. 그러니 기자들이 광고를 못하면 깨지는 거죠. 회의때마다 지적받고. 아무래도 기사를 쓰는 데 제약이 많죠." - E언론사 H씨

F언론사 M씨는 "지역언론의 맹점이 지방정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천시의 예산을 받아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쓴 소리 하는 부분이 적고, 정치부는 시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의 영업활동은 지역언론의 재정형편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C언론사 N씨는 "언론사가 사회의 공공적인 면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기자 비용이나 부대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면서 "'오로지 기자들은 취재만 하고, 보도만 하라'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티켓 강매나 구독자를 무리하게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상도의를 지켜가면 된다"면서 "상도의를 유의하면서 대중매체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쪽으로 만들어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말하는 언론사의 방향

C언론사 N씨는 "지금은 기자정신이나 가치관보다 지역언론 자체가 망가진 것 같다"면서 "언론관 있는 경영자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역언론이라면 각 회사를 떠나 인천을 고민하고, 현안이 있으면 언론인들끼리 고민해 대안을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네트워크나 커뮤니케이션이 없이 각개전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견인차 구실을 하는 언론이 없고, 그때그때 수익창출을 위해 단편적인 것만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지역언론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봐요. 시민들 삶이 다양해지면서 매니아들을 공략하는 색깔이 있어야 하죠. 깊이 있는 기사, 색깔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경영자들이 지원하고, 발상의 전환 속에서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압적으로 틀에 갇혀서 쥐어짜는 기사는 사람들이 보지 않을 테니까요."

B언론사 L씨는 "경영을 위해서는 인력을 줄여야 하는데 노사문제도 있고, 같이 가자니 고통을 분담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시민사회가 도와준다거나 기업에서 광고를 따내기도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천의 특징이 뭘까 생각해보면, 인천공항과 항만이 있어 물류이동이 많은 것이다"면서 "전자신문이나 부동산 신문처럼 물류방면 전문지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언론이 지역의 모든 소식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타켓을 정해 힘을 집중시키자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항만이나 물류만 하자는 건 아니고 지역의 특성에 맞게 집중하고, 고급 알짜 뉴스를 보도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언론사 K씨는 "경영진이 '너희들이 영업을 못하니 회사가 돈이 없다'는 말을 한다"면서 "자신이 지역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면 그런 마인드를 버려야지, 사람들과 악수나 하고 인사만 한다고 해서 경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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