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상실 '지역언론'…시민과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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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상실 '지역언론'…시민과 함께해야
  • 이병기
  • 승인 2010.12.2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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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②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아서야…


인천의 지역언론 … 현재와 미래

① 열악한 지역언론 … 악순환 고리 어떻게 끊을까?
② 외면받는 지역언론 … 시민과 함께해야
③ 소셜미디어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자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일보와 인천신문이 있지만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똑같은 신문 아닌가?', '계열사인가?' 해요.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알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역언론을 잘 모르죠. 지역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신뢰도'예요. 강하게 비판해야 할 때는 하고, 때로는 정보도 줘야 하는데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 기사는 정말 잘 다뤘구나'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현상만 보여주는 거죠. 취재도 소외된 계층,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사거리가 많은데 실제로 와닿는 기사는 없죠. 정해져 있는 거예요. 지역의 다양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고동원(52, 남구 문학동) 전 문학동 주민자치위원장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의 특성상 시민 대부분은 '서울 소식'을 주로 전하는 소위 '중앙언론'을 본다. 일각에서는 '인천시민들은 인천시장보다 오세훈 서울시장 소식을 더 많이 접한다'고 평한다.

지방에 비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지역언론에 무관심한 것은 이미 '보편적'인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역언론이 '홀대'를 받는 이유를 '시민의 무관심'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지역언론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생산되는 컨텐츠의 질 저하와 이권에서 멀어질 수 없는 구조,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지역언론의 자세 역시 '스스로 홀대를 받게 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인천의 지역언론 … 현재와 미래> 2편에서는 지역언론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지역언론만의 '색깔' 필요하다

강병수 인천시의회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에 당선되기 전 한겨레 신문사에서 근무했다.

1988년 한겨레 신문 창간 당시 인천지역 후원회장을 맡았던 그는 한겨레문화센터를 처음 만든 이다. 본사에서 7년 간 문화사업부장을 지냈다.

"1988년에 전국에서 50억원이 모아졌는데, 인천에서 2억원을 준비했어요. 당시 부평, 계양 한겨레 신문 지국장을 하면서 독자들의 이야기를 바닥에서부터 들고 신문사에 문화센터 건립을 제안했죠. 한겨레 신문은 독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 존재하죠. 그들이 있어 문화센터나 사업도 운영할 수 있었구요. 하지만 지역언론의 경우 시민적 기반이 없어요. '충성도' 높은 독자가 없는 거예요. 이때문에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죠."

인천지역 언론 중에서 한겨레 신문처럼 '시민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기업인들을 주축으로 투자되고 만들어지다 보니 '시민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강병수 인천시의회 의원"인천의 정주의식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부산이나 광주, 대전 등의 경우 지역성이 드러나고, 확실한 특징이 있죠.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은 특성이 있으면서도 없는 듯해요. 인천은 여러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고, 물론 인천 토박이도 있죠. 그러나 한 지역이 중심을 이루고 있진 않아요. 어울려 사는 거죠. 곧 배타성이 적고 민주적으로 어울림이 있는 도시가 인천이라고 봐요. 이는 공동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죠."

강병수 시의원은 다양성과 민주적 어울림을 가진 곳이 '인천'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어떤 사람이 와도 어울리고 자리잡게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과정에서 21세기의 새로운 정주의식을 지역언론이 확산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시민들을 주주 등 형식으로 지역언론에 참여시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언론은 기업을 바탕으로 한 물적 토대가 없어지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 이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천과 경기 지역을 포괄하면서 지역에 집중하는 모습도 부족하다.

"지역언론이 인천시의 홍보나 후원, 협찬에 휘둘린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언론이라면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권을 떠날 수 없는 거죠. 이런 문제가 시간이 흐르면 시민들에게 신뢰를 잃는 요인입니다.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구렁텅이를 파게 됩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인데 말이죠."

물론 인천시나 기업에서 협찬이나 광고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지만, 기사 작성에 이권 개입은 편집권 침해로 이어져 '펜'을 무디게 한다. 이는 언론에 다시 돌아오고 시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시정을 아무리 잘해도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헛 일'입니다. 시민들은 중앙언론만 보는데, 하루에 지역 소식이 한 두 꼭지나 나올까요? 지자체와 지역언론이 같이 양립해서 나가야 합니다. 언론사별로 공정한 배분이 필요하다면 '지방언론조례' 등을 만들어서 기획취재나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합니다. 언론과 행정, 정치, 기업이 하나의 틀로 돌아가야 하는데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를 메우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죠."

강 의원은 "지역언론은 문화사업으로 회사 경영을 회복하기는 어렵고, 결국 광고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관계를 유지할 게 아니라, 광고효과가 있는 매체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 지방언론이 난립하면서 정체성이 불문명한 언론이 많아지는 것도 지역언론의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그는 설명한다. 신문사라고 이름은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시민의 입장에서 신뢰하는 정보를 기사화 하는 언론'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결국 '듣도 보도 못한 신문사가 많다고 지적한다.

"일부 사이비 언론도 있는 걸로 알아요. 언론 스스로 구분하는 과정, 지역 기자실 내에서 옥석을 구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물론 새로운 언론이 등장하는 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조중동이나 경향, 한겨레 등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논조, 기조가 있어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역언론은 자신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큰 차별성이 전달되지 않는 거죠."

강병수 시의원은 "지역언론 역시 자신의 '색깔'을 갖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언론의 중요성 인식시키는 공동의 노력 필요

"지역언론이 홀대를 받는 이유는 관에 밀착했기 때문입니다. 경영이 어려우니 밀착할 수밖에 없죠. 또 회사 경영이 어렵다 보니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자질도 낮아지게 됩니다. 임금이 낮으니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거죠."

지역언론 데스크로 퇴사한 A씨는 현재 언론이 아닌 곳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다.

"지역언론 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경기도 나빠지면서 빚더미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이벤트를 시작했죠. 이런 행사들이 지역언론의 주수입으로 되고, 자치단체에서 주는 시비보조금이 재정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스스로 지역언론이 홀대를 받게 만든 거죠. 또 시민들 역시 지역언론을 보지 않는다고 살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지역언론 재정이 어려워지면 인재가 빠져나가고, 읽을거리가 적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읽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가치없는 컨텐츠'가 생산된다는 것이다. 그 역시 지역언론의 재정난 타계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언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시민이 알고 싶어하는, 독자가 관심 있는 기사가 나와야지 사주나 간부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으로 만드는 경향도 있어요. 기자들이 경영도 하고, 이권에 개입하면 기사를 쓰는 데 한계가 존재하죠.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믿게 해야 합니다. 지역언론은 지역만의 특화한 내용을 담아야 해요. 또 시민들에게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손동혁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소장손동혁 주안영상미디어센터(CAMF) 소장(경인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장)은 "지역언론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기관이나 단체에서 광고 등 이권을 이유로 언론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지역언론에서는 자신이 볼 만한 뉴스가 없다'라고 느낍니다. 또한 지역언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없죠. '소식이야 어디서든 찾아보면 된다'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인천의 소식을 담는 언론이 없다면 지역 소식도 적어질 겁니다. 시민들이 지역언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인천의 뉴스'가 생산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독료를 납부하는 것은 곧 지역의 정보가 생산되는 기반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 높은 콘텐츠의 확보도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자의 질도 중요한데, 인천에서는 좋은 기자를 만들기 위한 재교육 등 과정 역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광고에 목줄 잡혀 있는 것'도 비판적 기사를 쓰기에는 한계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열악한 지역언론의 환경이 전반적인 기사 콘텐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지역언론이 왜 중요한가', '왜 지역언론을 봐야 하는가'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캠페인도 좋구요. 바로 이것이 지역언론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봐요. 신문 보는 것도 습관인데, 인천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문보기 습관을 길러주는 곳이 있나요? 외국에선 우리나라 고3 청소년들 또래 아이들에게 1년 간 무상으로 신문을 보내주는 곳도 있어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죠."

손동혁 소장은 "'기자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가' 하는 특강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들이 지역언론을 보지 않으니 광고료로 먹고 살아야 하고, 따라서 광고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언론사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쟁을 해서 남의 시장을 뺏는 것이 살아나는 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지역언론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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