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죽을 맛' … 연말연시 대목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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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죽을 맛' … 연말연시 대목 '실종'
  • 이혜정
  • 승인 2010.12.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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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건 · 구제역 발생 등 잇단 '악재'로 송년모임 취소 · 간소화


취재 : 이혜정 기자

"지난달 연평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 시민 등이 연말모임을 취소하거나 간소하게 하다 보니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가량 떨어졌어요. 천안함 때부터 계속 힘들더니 연평도 사태까지 일어나 정말 미치겠어요. 그런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까지 발생했으니, 올해 장사는 다 망쳤어요." - A 화로구이 사장 김모(42)씨

연말연시 대목을 노리던 인천지역 상인들이 울상이다.

지난달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구제역 발생 등으로 지역 송년모임을 없애거나 약식으로 치르는 등 자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상인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9시 남동구 구월동의 A화로구이 집. 이 시간 쯤이면 손님맞이로 한창 분주해야 할 식당 안은 13명만(네 테이블)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음식점은 좌석 수만 100여석. 대규모 회식장소로 적합한 곳이지만, 썰렁하기만 하다. 연평도 사태와 구제역 발생 등으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가량 줄었다. 그나마 하루 평균 서너 건이던 8~10명의 소규모 팀회식도 하루에 한 건 건지기 어려워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연평도 사건이 터지자마자 손님이 확 떨어졌어요. 그나마 송년모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거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을 막이죠. 여기다 인천에 구제역까지 발생했으니, 대목이고 뭐고 올해 장사는 다했네요." 김 사장은 한숨을 푹 쉰다.

인근 다른 고깃집을 비롯해 호프집, 노래방 등의 분위기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40여석 규모의 한 고깃집에는 손님은 보이지 않고 직원 6명만 눈에 띄었다.

"송년회요? 보세요. 사람이 있는지…. 연평도 사건 터지고 나서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절반이나 줄었어요. 간혹 회식자리가 있어도 손님들이 술은 마시지 않고 빨리 끝내고 가는 분위기라서 우리도 요즘은 일찍 문을 닫아요." 한 식당 직원(38)의 얘기다.

그는 "최근 지역마다 구제역이 발생하고 나서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도 안 팔린다"면서 "저녁은 그렇다 치고 점심장사도 덩달아 안 되고,  손님이 워낙 없어서 나와서 일하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 없는 상인들은 그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한 호프집 주인(45)은 "연평도 사건 일어나고 나서 손님이 없는가 싶더니, 구제역이 발생한 후 아예 손님이 끊기다시피했다"면서 "속상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밤 11시 30분쯤, 호프집 바로 위 노래방 주인 한모(55)씨 역시 답답함을 호소했다.

"요즘 들어 노래방에 손님이 뜸해요. 작년 연말에는 방이 없어서 손님들이 20분씩 기다렸어요. 최근 연평도 사건 터지고 나서 하루에 4팀 받는 것도 힘들어요. 인근 호프집 사장한테 물어보니 장사가 정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손님들은 주변 술집에서 1차를 마치고 오니까 당연히 우리도 장사가 안 될 수밖에요."

한씨는 매년 연말연시를 맞아 10월~2월까지 5개월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대비했다. 그러나 연평도 사건과 구제역 발생으로 손님 발길이 뜸해지자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마저 내보내고 혼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업과 각종 단체, 기관 등의 '송년회 문화'도 변하고 있다. 술잔을 주고받는 문화에서 벗어나 복지시설을 방문하거나 문화활동을 하면서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가 늘고 있는 것이다.

28일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 13일부터 인천지역 아동센터들을 찾아가는 '산타 원정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사내 팀별로 지역 내 아동센터 1곳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산타원정대를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며 "술에 취해 흥청망청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보다 취약계층 아동을 돌보며 차분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게 의미도 있고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임직원들은 송년행사로 지난 20일부터 장애인 복지시설인 예향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돌며 목욕과 청소 봉사를 하고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인천지역 금융기관장 모임인 인천금융협의회도 지난 2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회를 방문해 지체장애인 보호 시설을 위한 성금 200만 원을 전달했다.

KT&G 인천본부 직원 20여명은 28일 저녁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한 뒤 영화를 감상하며 한 해를 정리할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고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송년회 문화도 변하는 것 같다"면서 "직원들도 이런 송년회 계획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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