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잔치 제물이 된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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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잔치 제물이 된 인천 유나이티드
  • 김동환
  • 승인 2011.03.0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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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1] 1라운드 리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대장정이 드디어 시작됐다. 전국 4곳의 경기장에서 열린 1라운드 경기에서 총 10골이 터지며 개막전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는 올 시즌 상주로 새로 연고지를 옮긴 상주 상무 피닉스(이하 상주)와 첫 경기를 가졌다. 한적하고 조용한 상주시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상주전에서 인천은 겨울동안 가다듬은 팀워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상주에 2골을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허정무 감독은 "첫 경기에서 패하게 되어 죄송하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이다"며 말을 끝맺었다.

상주시의 큰 잔치, 상주와 인천의 경기

상주시는 경상북도에 위치한 곳으로 총인구가 11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곳이다. 그동안 마땅히 즐길 오락거리가 없었던 상주시민에게 올해 새로 생긴 상주의 K리그 경기는 최대의 즐길 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상주 시내 곳곳에는 인천과의 홈 개막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도로에는 배너까지 설치되어 홈 개막전의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경기가 열렸던 상주 시민운동장 앞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수많은 사람들로 마치 장이 선 것 같은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16,000명이 입장한 경기장은 관중의 연령층도 매우 다양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건 물론이고 자녀를 동반한 가족부터 중, 고등학생 일행 그리고 70대 어르신들까지 그야말로 상주에 불어온 '축구바람'을 즐기기 위한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었다. 90분 내내 울려 퍼진 상주시민의 응원소리는 오늘이 그들에게 역사적인 날이 될 것임을 말하는 듯 했다.

 



▲ 경기장을 가득 메운 상주시민 (ⓒ UTD기자단 김민지)

인천 유나이티드, 조직력은 어디로?

올해 인천은 선수단을 대폭 물갈이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쳤던 것일까. 유일한 창단멤버인 전재호를 제외하고 새롭게 바뀐 선수단은 전지훈련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괌과 목포에서 긴 기간 동안 훈련을 했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른 모양이다. 연습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며 팬들에게 새 시즌의 첫발을 상큼하게 내딛을 것처럼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90분이 지난 후의 결과는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새롭게 선보인 인천의 포백은 중앙에 밀집되어 상주에 측면을 허용했고 공격진과 수비진간의 간격이 크게 벌어져 중원을 상주에 넘겨주기도 했다.

스트라이커로 나선 김정우를 막지 못한 인천

그동안 국가 대표팀이나 정규리그 경기에서 김정우는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올 시즌 상주의 전력정비와 함께 김정우가 최전방 공격수로 경기에 나서게 되었고 이에 대한 축구팬들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공격수 김정우'의 실력은 예상외였다. 인천전에서 김정우는 2골을 쏟아 부으며 포지션 변경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페널티킥과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인천을 무너뜨린 김정우는 앞으로 상주의 공격수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을 예고하였다.

코너킥 상황에서 얻은 것이 없는 인천

이 날, 인천이 얻은 코너킥은 총 7개로 상주가 1개를 얻었던 것에 비교하면 많은 득점 기회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코너킥 상황에서 인천이 얻어낸 것은 없었다. 정혁이 전담키커로 나서서 골을 노렸으나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전술적인 이유인지 좋지 않은 잔디로 인해 공을 높게 띄울 수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짧게 내주며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일곱 번이나 얻은 코너킥 기회에서 한골정도는 성공시켜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주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던 인천의 중원

바이야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인천은 중앙에 정혁과 이재권을 놓고 김명운을 미드필더로 투입시켰다.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기 때문에 인천은 자연스럽게 공격성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상주에 중원을 내주며 수비시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재권이 수비성향이 있는 미드필더이긴 하지만 공격가담에서 더 좋은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100% 완벽한 수비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울 뿐이다.

잔디가 매우 좋지 않았던 상주 시민운동장

경기가 열린 상주 시민운동장의 잔디 상태는 최악이었다. 누렇게 죽은 잔디는 한일전을 치르기 위해 녹색물을 들여야 했던 잠실주경기장의 잔디를 떠올리게 했다. 공의 움직임에 저항을 가져온 잔디는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던 인천의 경기력을 약화시켰다. 반면 긴 패스와 공중볼로 인천을 노린 상주에게 경기장의 잔디는 최고의 홈 어드벤테이지(advantage)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인천이 땅볼로 패스를 할 때 스피드가 떨어진 공은 곧바로 상주에게 역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고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잔디상태는 인천 선수들을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허정무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과 같은 잔디를 가진 경기장에서는 다시는 경기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경기장 상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돌아오지 않는 풀백, 디에고

인천에 새로 영입된 디에고는 전지훈련과 연습경기에서 오버래핑 실력을 뽐내며 인천의 공격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빈도가 높은 공격가담으로 인해 인천의 수비가 약화될 수 있다는 단점도 동시에 보여주곤 했다. 포백전술을 이용할 때는 양쪽 풀백의 공격가담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상대방이 역습을 할 때 수비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상주전에서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디에고가 공격상황에서 큰 전력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수비로 전환할 때 인천의 진영으로 넘어오는 시간이 길었던 점은 디에고가 안고 가야할 과제다. 디에고의 지나친 공격가담으로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전재호가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전체적인 인천의 공격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후반 5분, 김정우에 두 번째 골을 내준 것도 디에고의 수비가담이 늦어 왼쪽 측면을 상주에 허용한 결과였다. 앞으로 자신의 위치가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극복해서 '돌아오지 않는 풀백'이라는 별명을 갖는 일은 없길 바란다.

 
▲ 공격가담이 좋은 디에고, 그러나 수비는? (ⓒ UTD기자단 남궁경상)
 

득점 기회에서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여준 유병수

2010년에 득점왕을 한 유병수는 올해 3년 재계약을 하며 더욱 강력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 하더라도 벌떼같이 달려드는 수비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가보다. 유병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공을 잡을 때는 상주의 수비수가 두 명 이상 붙어 밀착수비를 하며 움직임을 저지하였다. 자신에게 득점기회가 제대로 오지 않은 답답함 때문인지 자주 측면 돌파도 하고 정혁, 김명운과 위치를 바꾸며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기회는 역시나 오지 않았다. 조급함이 자신감을 떨어뜨린 것일까. 어쩌다 골문 앞에서 기회를 잡게 되면 완벽한 득점을 위해 유병수는 두 번, 세 번 공을 끌었고 결국 움직임이 봉쇄되어 슛을 해보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후반 12분, 유병수는 90분을 통틀어 가장 완벽했던 득점 기회를 얻었다. 순간적으로 상주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며 유병수는 김지혁과 1대1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골키퍼를 제치려던 드리블이 길어졌고 골대와의 각도가 없어진 상황에서 유병수는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반대쪽 골라인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팬들은 아직까지는 유병수의 득점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이다. 이미 작년 초반에도 득점을 하지 못해서 '2년차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유병수는 결국 득점왕에 오르지 않았던가.


▲ 김지혁을 앞에 두고 슈팅하는 유병수 (ⓒ UTD기자단 남궁경상)

외국인 선수들을 조금 더 기다려주자

올해 인천에 영입된 외국인 선수들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K리그 경험이 있는 루이지뉴, 우즈벡의 돌풍을 몰고 온 카파제, 오버래핑이 뛰어난 디에고와 상주전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바이야까지 팬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외국인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앞으로 인천의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오늘 한경기만 보고 판단하지는 말자. 어떤 일을 하든지 처음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들 역시 이제 겨우 첫 경기를 뛴 것뿐이다. 아무리 해외에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K리그에서는 갓 데뷔한 선수들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선수들이 확실하기 때문에 당장 오늘은 만족하지 못했더라도 내일의 그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팬들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 인천 유나이티드의 카파제(왼쪽)와 루이지뉴(오른쪽) (ⓒ UTD기자단 남궁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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