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실종됐다"
상태바
"날개가 실종됐다"
  • 강창모
  • 승인 2011.03.14 0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 리뷰]


실종. 요즘은 실종이라는 단어를 참 많이 쓴다.

연예 관련 뉴스나 기사를 보아도 ‘하의 실종’, ‘턱선 실종’ 등등의 단어가 넘쳐난다.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이러한 추세에 인천 역시 동참한 것일까.

지난 3월 12일. 인천 문학 월드컵 경기장에서 현대 오일 뱅크 K리그 2011 2라운드, 인천과 제주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의 경기 결과는 0대 0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오히려 다이나믹했다.

하지만 인천의 전술상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인천은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 상무에게 2골을 헌납하며 패배했지만 첫 홈경기에서 승리하려는 의지를 불태웠다.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고, 특히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제주를 묶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측면 실종.
 

인천은 골키퍼 윤기원과 배효성, 정인환, 디에고가 수비라인을 구성했고, 안태은과 장원석 역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수비에 힘을 보탰다.

중원에는 바이야, 카파제, 그리고 정혁이 출전했고, 신예 스트라이커 유준수와 루이지뉴가 골문을 노렸다.

선수 명단만 보게 되면 3-5-2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5-2-1-2, 혹은 3-4-1-2에 가까운 시스템이었다.

인천의 지난 시즌을 살펴보면, 좌우의 전재호와 윤원일, 이세주 등 믿음직한 풀백을 기반으로 이준영, 김민수, 남준재 등 발 빠른 측면 미드필더들이 공격을 주도했었다. 코로만 같은 지능적인 윙어도 있었다.

특히, 2010년 5월 26일 대구전에선 강수일이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해 2골을 몰아치고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준영이 1골을 추가해 3대 2로 승리한 경험도 있다.

이처럼 수준급의 윙어들이 즐비한 인천이었는데, 2011 시즌은 이와는 대조적이다.

이 날의 경기에서 인천은 중앙 지향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중원에서 미드필더들이 정혁을 필두로 세밀한 플레이를 펼쳐 신예 스트라이커 유준수가 골문을 두드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제주에는 발이 빠르고 드리블이 능한 이상협과 배기종이 있었다.

인천이 중앙 공격을 고집하는 내내 제주는 배기종이 측면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인천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했다.

인천 역시 전반 32분 루이지뉴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마치 슈팅처럼 골문쪽으로 향하며 크로스바를 때리는 아쉬운 장면이 있었지만 정석적인 측면 돌파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인천은 2011 시즌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팀 개편에 들어갔다.

페트코비치 감독이 사용하던 포메이션을 과감히 버리고, 스리백으로 전술도 바꾸었다.

선수단도 대폭 교체했다. 많은 선수들이 나가고 많은 선수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지난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주장이었던 왼쪽 풀백 전재호는 스리백으로 전술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설 곳을 잃었다.

왼쪽 미드필더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지만 오늘처럼 측면 미드필더가 없는 전술에서 그가 뛸 자리는 없어 보였다.

이준영, 김민수는 입대와 함께 상주 상무로 팀을 옮겼고, 코로만은 팀 개편 과정에서 고국으로 돌아갔다.

간간이 측면 미드필더로 뛰던 강수일 역시 제주로 이적한 상태이다.

인천은 결국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측면 미드필더가 없다.

신인 선수들과 이적생들은 아직 인천의 측면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

제주와의 경기에서 인천의 허리는 무척이나 잘록한 인상을 주었다.

양 날개가 활발히 펼쳐주지 못해서 나오는 현상이었다.

결국 제주의 이상협과 배기종, 그리고 박현범은 텅 비어 있는 인천의 측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고,

위험 지역까지 침투하는 제주의 공격진을 막기 위해 인천의 미드필더들이 후방에서 플레이하게 되었다.

제주의 공격을 막아낸 후 인천의 공격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기 진영에 있었기 때문에 주로 롱패스 위주가 되어버렸다.

전방의 유준수와 루이지뉴는 제대로 된 패스를 받을 수 없었고, 득점이 나올 상황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워 보였다.

후반 들어 인천은 신인 스트라이커 유준수를 불러들이고 지난 시즌 득점왕 유병수를 투입했다.

유병수는 들어오자마자 수비를 3명을 달고 멋진 돌파를 시도하는 등 인천의 간판 공격수임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이 역시 중앙에서 올라온 패스를 받아 다시 중앙을 돌파해 득점 기회를 노리는 루트였다.

후반 7분경에는 부상당한 정혁을 대신해 들어온 공격수 김명운이 활발히 움직이며 역시 득점을 노렸지만 공격 루트는 같았다.

인천은 경기 막판까지 유병수가 골을 만들어내려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골은 터지지 않았고, 교체해 들어간 신예 박준태도 강한 슈팅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골키퍼 김호준에게 막히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허정무 감독은 “제주의 오른쪽 진영에 김영신과 배기종을 경계하였다.” 라고 이야기했다.

장원석과 안태은이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도 양측 윙백의 역할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공격 시 날개를 펼쳐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측면 실종’, ‘크로스 실종’ 등의 경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리그 초반이고, 선수들 간의 최상의 조합을 찾는 중이라 해도 이날의 측면은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했다.

후반전의 분위기를 완전히 주도한 인천이었지만 단조로운 공격에 득점을 기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양한 루트와 함께 리그 경기에서 멋진 날개를 펼치는 인천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 = 강창모 UTD 기자 (2nd_chance@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