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재해석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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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재해석하면…
  • 안명옥
  • 승인 2011.04.0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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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안명옥 교수 / 차 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히포크라테스 (BC 460-377)는 의학의 아버지, 의성이라 불리는 그리스의 의사 선생님입니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 졸업을 하면서(이 시기에는 이미 의사시험을 보고 발표가 끝나서 의사면허증을 받은 상황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합니다. 물론 다른 형식으로 의사면허를 받으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재해석하여 봅니다.

필자는 1979년 의과대학 졸업식장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였습니다. 정말 두근대는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한 마디 한 마디 의미를 새기며 선서를 하였습니다. 우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소개합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류,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至上)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소개하는 이유는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깨달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의술은 인술"이라 생각하며 30년 전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이후 이대로 살겠다는 열정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명을 언제나 다뤄야 하는 직업, 그리하여 추호라도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의사'라는 직업에 성실한 임무를 다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그리하여 한 마디를 더했던가 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 때 예술(the art)은 인술인 의술을 뜻하였던 것이랍니다. 즉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었기 때문이지요. 

생각해 보세요. 인술로 따지면 정치만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인술이 없을 터입니다. 한 사람의 의사도 이러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전 국민 4천800만을 대상으로 사는 이 땅의 정치인들은 더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문에서 제 성찰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시에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실상 이 선서는 모든 분들께 공통되는 직업의식, 윤리의식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학설이 많습니다만,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기원전 5-4세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역사가들이 추정하고 있습니다)에는 직업의 분화는 미미했다고 보아야지요. 히포크라테스 시기의 의사 선생님은 의학만을 전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학문을 같이 했고 여러 직업도 겸했을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대로부터 약 2천년이 지난 뒤 인물인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대에도 한 사람인 다빈치 선생님은 의학, 수학, 물리, 천문, 지리, 토목, 기계분야는 물론 예술가로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였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보듯이 기원전 시기에도 이러한 투철한 직업의식, 윤리의식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오늘날 직업윤리, 살아가는 철학과 신념은 과연 어떠한지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은 서로를 위하여 존재합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이 인류 발전을 위하여 서로가 서로를 돕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결코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만의 선서가 아니고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직업윤리라는 데 생각이 이르렀고 제 이 재해석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위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마디 한 마디 마음 속에 곱씹으며 읽어 보세요. (  )로 표시한 부분에 자신이 하는 일, 직업, 혹은 학문과 대상을 대입하여 선서 구절을 다시금 되새겨 보세요. 살맛 나는 직업에 대한 대단한 사랑과 열정, 자부심…. 인생의 존엄성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며 살라는 대단히 장엄한 메시지가 아닙니까!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해도 이와 같은 신념과 태도를 견지한다면 이 세상이 단숨에 밝아지겠지요.

내 명예를 건 선택인, 이러한 태도로 이 세상을 성실히 살아간다면 우리 삶은 진정으로  잘 살아가는 빛의 인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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