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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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 부담스럽다?
  • 이혜정
  • 승인 2011.05.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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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념일 · 행사 · 경조사비 몰려 … "가계지출 고민되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상당수 직장인들은 괴롭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 없습니다)

취재: 이혜정 기자

12년차 회사원 정모(41·남동구 간석동)씨는 5월 달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실수령액 170여만원이란 빠듯한 월급에 비해 5월 5일 어린이날 아들 선물, 5월 8일 어버이날 부모님과 장인·장모님께 드릴 용돈 등 지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씨는 부하 직원 청첩장을 2통이나 받아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기념일인 만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외식을 계획하고 있지만, 양가 부모님께 드릴 용돈은 예전의 반으로 줄일 생각이다.

정씨는 "4월 말 월급에 상여금이 나오지 않은 데다 건보료 폭탄으로 정말 쥐꼬리 월급이 돼 버렸다"면서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나한테는 돈 나가는 달 같다"고 푸념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월급으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정의 달인 만큼 더 행복해야 할 시기이지만, 가계부담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는 달이다.

5일 어린이날부터 주말(7일)과 일요일(8일)을 겸한 어버이날, 5월 10일 석가탄신일까지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지면서 지출 부담은 커진다. 반면 4월 건보료 정산액은 오히려 추가로 부과돼 월급이 깎이면서 걱정이 앞서고 있다.

두 명의 자녀를 둔 이모(38·연수구 연수동)씨도 어린이날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선물로 20만원대 킥보드를 사달라고 하고, 2학년 아들은 최신 유행하고 있는 15만원 상당의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린이날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한 후 필기도구를 사줄 계획이었지만, 딸과 아들은 같은 반 친구들이 부모한테 고가의 선물을 받는다며 떼를 쓰고 있다.

그는 "단순히 학용품과 책 등을 사주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값 나가는 선물을 받는다고 떼를 쓰니 안 해줄 수도 없다"면서 "두 명의 아이에게 해주려고 하니 보통 식비에 선물까지 40만원 정도는 써야 하기 때문에 5월에는 항상 출혈이 심해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회사원 천모(35·남동구 만수동)씨에게도 고민이 많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에게 간단한 선물을 드리려고 해도, 양가 부모님들이 용돈을 원해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천씨는 "자식된 도리로서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어버이날에 같이 식사하고 선물을 드리려고 했는데, 부모님들이 은근히 용돈을 원하셔서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서 "한 분당 적어도 10만원씩 드리고, 외식비까지 생각하면 5월 한 달 생활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두고 있는 이모(43·부평구 부평동)씨도 각종 기념일에 대한 부담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씨는 "5월은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는 달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각종 경비를 간소화해 가계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마음의 정성을 보여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지역 상당수 가정에서는 각종 행사와 경조사비 치출 부담 때문에 '5월은 괴로운 달'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5월에 집중된 기념일로 인해 각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가장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서는 10명 중 7명꼴로 5월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5월 기념일 예상 지출비용은 평균 30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40.3%는 '지난해보다 지출 규모가 늘어날 것 같다'고 답해 '줄어들 것 같다(10%)' 응답자보다 4배 가량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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