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독사' 방치 … "사회 정책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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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고독사' 방치 … "사회 정책 아쉽다"
  • 이혜정
  • 승인 2011.05.12 22: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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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들에게 '가정의 달'은 없다 … 죽음맞이도 쓸쓸하게

8일 오전 이모(84) 할머니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외출에 나서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5월. 그러나 최근 '나홀로 가구'가 많아지면서 가족들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멀리 떨어져 있어 남보다 못하게 지내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늘고 있는 '노인 고독사'의 단면을 반영하듯이 유품정리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사회 노인들에게 닥친 위기의 단면을 짚어본다.

8일 오전 인천시 남구 학익동 법원 인근.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한 법원 건너편 한쪽에는 쓰러져 가는 집들이 모여 있다. 좁은 골목 첫 번째 집에는 홀몸노인 이모 할머니(84)가 살고 있다. 햇살이 비추는 오전임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두운 방안에는 차가운 기운마저 맴돌았다.

8년 전 췌장암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다. 할머니에게 유일한 낙은 종이를 주어 파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쪽 팔에 풍이 와서 힘들어졌다. 최근 할머니에게는 낮에 운동삼아 동네 몇바퀴를 도는 게 새로운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 할머니를 반겨주는 것은 텔레비전뿐이다. 할머니에게 유일한 '가족'.

"혼자 사는데 낙이 뭐가 있겠어. 집안에만 있으면 적적하고 답답하니까 얼마 전까지 종이 주우러 다녔는데, 풍이 와서 한쪽을 쓰는 게 불편하니까 이제 그것도 못하지. 그렇다고 방안에 있기는 뭐하니까 운동을 할겸 슬슬 동네를 돌아다녀."
 
얼마 전엔 늦도록 동네를 돌아다니는 할머니를 본 경찰관이 "할머니 어디사세요? 집 잃으셨어요? 모셔다 드릴께요."라며 다가오기도 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사는 게 힘들어서 자식들 제대로 교육을 못 시켜 어렵게 사는 거 보면 미안한 마음만 든다"라며 "지들 살기 바쁜데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수급비와 노령연금 30여 만원으로 생활하면서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는 김모 할머니(72) 역시 홀몸노인이다.

목포가 고향인 할머니는 산재로 남편을 먼저 보내고 결혼 10여 년 만에 혼자서 생활했다. 생활이 어려웠던 당시 할머니의 2남 1녀 자식들은 일찌감치 인천과 서울 등지에 올라와 일을 했다. 재봉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막내 아들이 12살이 되던 해 할머니는 인천으로 와서 막내 아들과 함께 살다가 지금은 혼자 지내고 있다.

"아휴! 가족 이야기만 하면 속상해. 큰 사위는 죽어서 딸 혼자 살고, 둘째 아들은 말도 꺼내지마." 할머니는 한참 말을 잇지 못한다.

마음이 안정됐는지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그나마 막내 아들은 가정을 꾸려서 사는데, 지들 살기 바쁘니 얼굴을 보기도 힘들지. 내 팔자가 이러니 우리 자식들도 이런가 싶어서 말하면 속상해. 그냥 혼자 이러고 있다가 가는 게 맘 편해."
 
수급비 30만원으로 생활하는 김 할머니는 올 초 종이를 가득 실은 리어커를 끌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다 넘어져 왼쪽 팔목을 다쳤다. 몇달 동안 깁스를 하고 풀었지만 뼈가 잘 붙지 않아 통증 때문에 손을 쓰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부엌에는 며칠 쌓아놓은 설거지거리가 잔뜩 있었다. 방안에는 개다 만 옷가지들이 널려 있고 어수선한 모습이다.

김 할머니는 외롭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인근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버이날에도 성당에서 기도를 하면서 보냈다. "가정의 달을 맞이했지만 찾아올 사람도, 찾아갈 사람도 없는 노년이 서글프기만 하다"라고 할머니는 말했다.

지난 5년 새 인천지역 '나홀로 가구'는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집계에 따르면 가구수는 91만9천702호에 이른다. 이 중 1인 가구는 18만4천534호로 전체의 20%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전체가구(82만3천23가구) 대비 1인가구(14만1천511가구) 비율 17%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특히 노인들의 외로움과 가난은 '고독사'를 부추긴다. 인천시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7만3천71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2만3천507명으로 세 집 중 한 집이 노년층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고독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다 외로움이 겹쳐 일어난다고 꼽는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가족해체 현상과 고령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노인들이 방치되기 일쑤고, 몸이 불편하더라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고 한다.

인천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노인들의 고독사를 부추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홀로 살면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이 우울증·자살 등으로 이어진다"라며 "노부모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을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모(72) 할머니는 "얼마 전 손을 다쳐 욱신거린다"면서
다친 팔목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가족 대신 유품을 정리하는 업체까지 생겨

고독사가 늘면서 고인의 집과 유품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업체'까지 등장했다. 일본 유품정리 전문 업체 '키퍼스'의 국내 프랜차이즈인 '키퍼스코리아'가 지난해 3월 한국에 문을 열었다.

유족들이 의뢰를 하면 직원들이 현장에 찾아가 견적을 낸다. 필요없는 물건은 처리하고 보관가치가 있는 물건들만 골라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가족들에게 유품을 정리해 보내주기도 한다. 이 회사는 가족이 전국에 흩어져 살면 장례식이 끝난 후 다시 모이기 어렵거나 부모에 대한 미안함에 유품을 정리하지 못해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만약 혼자 사망한 노인들의 경우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발견되면 집안 곳곳에 스며든 부패한 시신 냄새를 없애고 살균소독을 한다. 유품은 전염성 폐기물 또는 산업폐기물로 분류해 처분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일본에선 지난 2002년 '키퍼스'를 창업해 현재 도교, 오사카, 후쿠오카 등 5개 지점에서 연간 1500건의 고독사를 처리하고 있다. 점차 문의가 늘면서 기존 이삿집센터나 폐가전제품 수거업체 중에서도 이런 종류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유품정리업'으로 등록된 업체만 10여 곳이나 된다.

키퍼스 코리아 김석중(42) 대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이 증가하는 한 '고독사'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라며 "우리나라에도 고독사 문제가 일본만큼 심각해지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노인 자살 급증 -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악화가 주 원인

지병을 앓던 노부부가 어버이날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8일 오후 5시30분께 용인시 신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모(69)씨와 노모(62.여)씨 부부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는 침실에서, 노씨는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 부부는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미안하다.고마웠다'는 내용의 유서 5장을 남겼다.

경찰은 전씨 부부가 함께 사는 아들 내외와 손자 2명을 7일 지방으로 여행을 보내놓고 목숨을 끊을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벼랑 끝에 선 노인들이 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뚜렷한 돈벌이도 없이 건강이 악화되자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9일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자살 노인 수는 60대 2074명, 70대 1899명, 80대 964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 60대 796명, 70대 571명, 80대 235명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인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의 빈곤 문제에서 찾는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3.3%에 비해 3.4배나 높다. 미국(23.7%)이나 일본(20.5%)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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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15-01-17 15:24:03
저게 남의일이 아니다 일본은 80년대경제위기 이후 저런일이 터졌지
그다음은 98년 IMF맞은 한국 차례다. 아니 벌써 진행중인지도 몰라

ㅇㅇㅇ 2015-01-17 15:23:09
장수가 무조건 축복은 아니지. 하지만 사람들은 평균수명만 늘어나면 좋은줄로 알고들 있어. 에하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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