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제주도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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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제주도에 푹 빠지다!
  • 정이슬
  • 승인 2011.05.22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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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이 경험한 수학여행]


성산일출봉

취재:정이슬 시민기자

지난 5월 11일~14일, 인일여고 2학년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1학년 때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느라 지친 친구들은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제주도에서 스트레스를 풀어버릴 준비를 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들끼리 모여서 마트에 가 간식을 한가득 사들였다. 그 때문에 출발하는 날 강당에서 “너희들 지금 제주도로 피난 가냐?” 라고 살짝 혼나긴 했지만 우리들의 끝없는 뱃속으로 금방 사라질 보따리들이란 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표를 받고 한층 들뜬 모습들도 잠시, 2시간 정도 공항에서 기다려야했기 때문에 갑갑함과 피곤함이 동시에 몰려와 의자에, 바닥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비행기 탑승시간이 다가왔다. 유리 통로 밖에 보이는 비행기도 굉장히 커보였고 입구에 서 있는 승무원들한테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짐칸에 짐을 넣고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니 이제야 비행기를 탔다는 걸 실감했다. 아쉽게도 나는 복도 자리였다. 창문 밖 구름들을 찍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곧 출발한다는 안내 후에, 바퀴가 굴러가면서 날아갈 준비를 했다. 친구들도 반응을 보일 준비를 하다가 큰 소리를 내며 비행기가 비행하자마자 롤러코스터가 점점 올라감을 느낄 때 “오…….오~오!!” 라고 소리치듯 크게 반응했다. 다른 승객들도 있었기 때문에 쟤네들 왜 저러냐며 조금 창피해 했지만 사실은 나도 살짝 놀랐었다. 저녁 비행기라 밖에는 어두운 구름들이 있었다. 나를 비롯한 복도 쪽에 앉은 애들은 창가 쪽 친구들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살짝 귀찮아했지만 열심히 찍어준 덕분에 바깥 풍경들을 카메라를 통해나마 볼 수 있었다.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 승무원 언니가 음료수도 나누어 주어서 맛있게 마시면서 편하게 제주도로 왔다. 한 거라곤 버스를 타고, 공항에 와서 비행기를 탄 것밖에 없는데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피곤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짐을 내려놓고 밥을 먹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할 때는 순서를 정해서 했는데, 가위바위보 같은 거창한 과정 필요 없이 “내가 1빠!”, “그럼 나는 2빠!” 이런 식으로 먼저 말하면 끝이다. 친구랑 겹쳐서 말하면 그제야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다시 정한다. 이 방법이 유치하긴 하지만 간편하고 공정한 것 같다. 긴장감도 있어서 나름 재미있기까지 하다. 첫 날에는 놀아줘야한다고 옆방 친구들까지 우리 방에 와서 과자를 많이 풀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먹지 말고 얼른 자라고 몇 번 들어와서 조금 분위기가 깨졌지만 제주도는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 것이라며 색색깔로 산 우비도 다 같이 입어보고, 무서운 이야기도 하고 계속 장난을 치면서 과자를 많이 먹고 늦게 잤다. 전 날 과자도 많이 먹고, 늦게 잔 탓인지 다음 날 일어나는 게 좀 힘들었다.

우리의 제주도 첫 관광지는 새섬 올레길. 올레길 반대쪽에는 고기잡이배들과 함께 서귀포 수산물 시장이 있었는데, 인천에 살다보니 많이 본 광경이여서 반가웠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현무암을 밟으니 이제야 제주도를 밟은 느낌이 들었다. 바다색도 시원하니 예뻐서 친구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다. 비몽사몽한 얼굴들도 시원한 제주도 바닷바람에 다 씻어버리고 자기 카메라로도 찍어달라며 한 손 가득 카메라를 넘겨주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레길에서 매우 열심히 사진만 찍은 탓일까? 바로 옆에 있는 천지연 폭포에 가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천지연 폭포 입장비가 비싸니까 얼른 뛰어가라는 선생님 말씀에 친구들 손을 잡고 허겁지겁 달려갔다. 폭포 앞에 도착했을 때는 5분밖에 남지 않아서 기념사진만 얼른 찍고 다시 뛰어갔다. 뛰면서 매표소를 봤는데 단체는 600원이었다. 조금은 허탈했지만 덕분에 더 열심히 뛸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버스를 탔다. 그 다음에는 주상절리에 갔다. 절벽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아서 얼마 걷지 않고도 시원한 파도를 볼 수 있었다. 저렇게 밝고 파란 파도는 처음 봐서 셔터를 계속 눌렀다. 파도가 크게 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찍으니 사진작가가 된 것 같았다. 엄청 큰 파도가 쳤을 땐 우리가 있는 곳까지 물이 튈 정도였다. 햇볕 때문에 정수리는 뜨거웠지만 눈과 귀는 시원했다. 그렇게 제주도 푸른 파도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유리의 성으로 갔다. 그 곳에는 유리의 역사들도 있고, 유리로 만든 각종 예술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꽃도 유리, 장식품들도 유리, 심지어는 문손잡이까지 유리로 만들어진 물고기라서 재미있었다.

친구들과 사진을 많이 찍고 한림공원에 갔다. 여기는 야자수가 많이 있어서 이국적이었다. 협재와 쌍용 동굴이라는, 용암동굴이면서 석순과 종유석이 자라는 석회동굴인 곳도 들어가 봤다. 동굴 말고도 여러 식물들과, 공작, 타조, 거북이 등 동물들도 많았다. 너무 넓어서 설렁설렁 구경했는데도 힘이 들었다. 이곳은 원래 황무지였는데 재암 송봉규 선생님이 흙을 날라다가 직접 가꿔서 이렇게 멋있어진 것이라고 했다. 10평도 아닌 10만평에 가까운 넓은 땅을 저렇게 가꿨다고 생각하니 놀라웠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서 금릉 해수욕장에 갔다. 바다색이 정말 투명한 하늘색이여서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온 느낌이 들었다. 슬리퍼를 벗어놓고 물속에 발을 담갔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서 발만 담그다가 바지가 젖지 않게 바지를 걷어붙이고 허벅지 정도까지 물이 차는 곳으로 갔다. 키 큰 친구는 어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갔지만 나는 작은 파도가 칠 때마다 바지를 젖지 않게 하려고 까치발을 들어 올리며 애를 썼다. 정말 물이 맑아서 꽤 깊은 곳에서도 내 발가락들이 다 보였다. 연두색 미역들이 다리를 스쳐지나갈 때마다 미끄덩한 느낌이 좀 간지러웠다. 바지를 열심히 걷어올리고 까치발도 있는 힘껏 들어올렸지만 결국 바지는 젖고 말았다. 근처 야영장에서 모래만 대충 씻어내고 찝찝한 느낌과 함께 차를 탔다. 숙소로 가는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승마를 더 오래 타기 위해 내일 일정 중 하나인 프시케 공원을 앞당겨 갔다.
 
프시케 공원은 거울궁전, 나비박물관, 보석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테마파크였다. 가장 먼저 나비박물관을 갔는데 나비 표본이 엄청 많았다. 나비의 종류가 엄청 다양해서인지 재미있고 기발한 나비 이름들도 많았다. 거울 궁전에서는 거울미로를 체험했다. 사방이 거울이라 잘못하면 거울에 부딪히기 때문에 손으로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가야 했다. 여기도 거울, 저기도 거울, 사방팔방에 내가 있어서 좀 무서웠다. 친구들 손을 꼭 잡고 무사히 나온 후 보석박물관에 갔다. 거기에는 각종 보석들이 많이 있었다. 탄생석도 있었고, 영국 왕실의 티아라들도 있었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착용했던 보석들도 있었다. 조명이 조금 어두워서 보석들이 더 밝게 빛났다. 반티와 체육복 차림으로 들어온 우리들이 보석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 같아서 얼른 보고 나왔다. 기나긴 일정을 마치고 탄 버스 안은 오래 끓인 시래깃국 같았다. 전날 늦게까지 먹다 자서 둘째 날은 누구도 놀자는 말없이 일찍 잤다. 다음 날, 아이유의 3단 고음 알람을 들으며 일어나 아침을 먹고 김녕 미로공원으로 갔다. 우리끼리는 출구를 결국 찾지 못해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오고 나서 성산일출봉으로 갔다.

담임선생님이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어오면 아이스크림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친구랑 열심히 올라갔다. 조금 올라갔는데도 아래 보이는 광경이 정말 예뻤다. 다른 곳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특히 성산일출봉에는 나랑 친구랑 하는 말 빼고는 모두 중국말일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들어보니 ‘힘들다~’, ‘좋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경사가 가팔랐지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넓게 보이는 제주도 경치 덕분에 힘이 났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에 정상보단 올라가는 길이 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려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선생님들이 얼른 내려가야 한다고 재촉하셔서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모두 함께 찍기 위해 중국인 아줌마께 촬영을 부탁하고 수업시간에 배운 “셰세!”라고 말하고, 포토라운지에서는 중국인 아줌마 아저씨와 사진도 같이 찍었다. 시간은 없고 사진은 찍고 싶어서 그랬던 거였지만 색다르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말을 타러 갔다. 5명씩 각자 말을 타고 뒤에 직원 한 명이 따라가는 형식이었는데 직접 말을 탔을 때는 생각보다 말이 빠르고 거칠어서 놀랐었다. 말들끼리 서로 이기려는 본능들이 있어서 옆에서 치고 나오면 내 말도 이기려고 더 빨리 달려서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입에 그물 같은 것을 차지 않은 말이 내 다리 옆으로 지나가서 ‘혹시 내 다리를 무로 착각하고 물어버리면 어떡하지? 영화촬영하다가 낙마사고 많이 일어나던데 혹시라도 낙마했다가 뒤에 오는 말들한테 밟히면 어떡하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말을 탔다. 자꾸 빨리 달리는 말이 무서워서 “야. 좀만 천천히 달려. 너 힘들잖아. 좀 늦게 가면 어때~ 괜찮아!” 라고 다독여봤지만 말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정신이 반 쯤 나간 채, 내 말은 2등으로 들어왔지만 말을 조금만 더 믿었더라면 더 신나는 승마체험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다음 이번 수학여행 마지막 코스, 산굼부리 분화구를 갔다. 성산일출봉보다는 비교적 완만했다. 분화구가 넓어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하나 고민했는데 사진을 잘 찍으라고 설치된 계단위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저 멀리 한라산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차를 타러 갔다. 제주도에 바람이 많다는 걸 느끼며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엉킨 머리를 빗어야만 했다. 밥을 맛있게 먹고 친구들의 장기자랑을 보러갔다. 사회자 아저씨가 유희열을 닮아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방청하러 간 느낌이었다. 미스에이의 ‘Bad Girl Good Girl’도 추고,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 비스트의 ‘숨’, 틴탑의 ‘Supa Luv’, 영어선생님과 함께한 파파라치 등 모두 가수 못지않게 열심히 췄다.

매일 수업만 하시던 선생님들이 의외의 춤 솜씨를 보여주신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이틀 후면 스승의 날이라서 마지막엔 다 같이 둥글게 손잡고 ‘스승의 은혜’를 불러드렸다. 다들 목이 쉬어라 열심히 불러서 정말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날 밤이라서 다시 한 번 과자를 모아 과자파티를 했다. 피곤했지만 자기에는 아쉬워서 이 방 저 방 놀러 다니고, 먹으러 다니다가 새벽 늦게 잠이 들었다. 아침 8시 20분 비행기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다들 못 잔 잠은 비행기 안에서 자느라 가는 날에 비해 매우 조용한 비행이었다. 내 베개, 내 이불, 우리 집이 아니라서 편하지 않았던 잠자리였지만 친구들과 신나게 노느라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걸어 다니고, 함께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웃는 얼굴로 카메라 렌즈를 볼 수 있었다. 제주도의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추억이 더 즐겁고 예쁘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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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2011-05-22 16:30:50
인일인 반갑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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