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소통 창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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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의 소통 창구입니다"
  • 김도연
  • 승인 2010.02.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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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인천] 계양무지개유소년축구단
취재:김도연 기자

"우리사회에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이웃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울림이 필요하고 그 어울림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와 스포츠죠.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무지개유소년축구단을 만들게 됐습니다." - 조대흥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지난달에 창단한 계양무지개유소년축구단. 사진 제공=계양구다문화가정지원센터.

지난 달 23일 계양구청 대강당에서 계양무지개유소년축구단 창단식이 열렸다.
 
이날 식은 다른 여느 유소년축구단 창단식과는 조금 달랐다.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편견과 오해의 벽을 뛰어 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계양무지개유소년축구단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선수로 뛰는 축구단이다.
 
모두 서른 명으로 구성된 축구단은 계양구 지역에 거주하는 만 11세 이하의 남녀 초등학생들로 꾸려졌다. 아버지는 모두 한국인이지만 어머니의 출신국은 몽골, 필리핀, 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한국 등 다양하다.
 
30명의 선수들 가운데 23명의 어린이들이 모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
 
지난해 5월 기준 계양구의 다문화 가정은 모두 1천119세대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더 쉽고 편하게 생활하며 이웃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가 무지개유소년축구단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축구단 단장인 조대흥 회장은 "우리 주위에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부담스러운 시선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편하게 이웃들과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모보다 어울림이 편한 아이들부터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순진함과 순수성이 행동에 그대로 묻어나는 아이들에게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벽도 소통과 어울림의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조 회장과 계양구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이들보다 부모가 더 이웃들과의 어울림 속에 파고들기 쉽지 않고, 나아가 사회 활동 속에서 지역 주민으로서 함께 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듯, 자신들의 아이를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이날 창단식에는 아이들의 발표회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부모들이 모두 참석해 아이들을 응원했다.
 
조 회장은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운동을 할 수 있는 축구팀을 만들자고 했을 때 조금은 망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는데, 막상 제안을 하고 나니 아이들 아버지가 더 난리였다"며 "아이들 축구팀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숨어 있던 아버지들이 나서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단장 조대흥 인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결국 모두가 소통하는 기회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덟 살 조채민 양의 어머니 김태희(38, 필리핀)씨는 "평소 같은 성당에 다니는 필리핀 출신 친구와 가까운 이웃 외에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웠는데, 창단식에서 다른 어머니들을 만나 색다른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 다른 학부모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결국 유소년축구단이 지역의 작은 소통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김태희씨는 "누나인 채민이가 축구를 한다고 하니 동생이 자기도 축구단에 끼워달라며 울면서 졸라 다음에 기회가 오면 꼭 넣어주겠다고 위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계양무지개유소년축구단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전국 유일의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선수로 활동하는 곳이어서 아직까지 '경쟁상대'가 없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의 취미와 건강을 위해 꾸려진 축구단이지만, '태생적 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더 쉽고 깊이 사회에 젖어들게 하기 위한 역할이다.
 
조 회장은 "앞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으로 리그도 참여하며 활동할 계획이다"라며 "인천에서 출발해 앞으로 전국 모든 지역에 다문화 가정이 함께하는 스포츠단이 만들어져 우리 사회와 소통의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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