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서비스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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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서비스 '엉망진창'
  • 이혜정
  • 승인 2011.08.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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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시설급증으로 과열경쟁 - 대부분 서비스 질 낮아


취재 : 이혜정 기자

인천시내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노인요양시설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요양시설 간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요양대사자나 요양보호사 빼가기, 서비스 경비 절감 등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은 뒷전이라는 점이다.

과열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

최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노인요양시설이 급증하면서 본인부담금을 받지않거나 용돈과 건강식품 선물  공세로 요양대상자를 빼가기도 한다. 요양대상자들은 장기요양듭급(1~3등급)에 따라 진료비의 20% 지원을 받아 월 45만~50만원의 본인부담금을 지급하게 된다. 요양원들은 국미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받는 80%의 보험료를 두고 서로 노인 빼가기 등 과당경쟁을 일삼고 있다.

인천지역 한 요양원 관계자는 "요양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 요양원에선 요양대상자들을 찾아다니며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고, 매달 용돈을 주거나 건강식품을 선물하는 등으로 대상자를 빼가는 일이 많다"면서 "'다른 요양원에서는 이것저것 다 해준다는데, 이곳에서는 왜 안 해주냐'라며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어른신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요양원 관계자에 따르면 몇 달 전 다른 요양원에서 몇몇 요양대상자나 요양대상자 가족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겠다며 요양대상자를 빼가 큰 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이렇듯 노인요양시설들이 수익 챙기기에 골몰하다 보니 의료서비스는 뒷전이다.

한 요양대상자 가족인 이모(53)씨는 "시아버님을 모실 상황이 어려워 한 요양원에 모셨는데, 얼마 전 아버님이 '도저히 이곳에 못 있겠다'며 나가고 싶다고 해서 집으로 모셨다"면서 "목욕을 도와달라고 하면 비누 몇번 묻혀 물만 끼얹어주고, 건더기 없는 된장국에 김치 몇조각 올린 식사 등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서러울 정도라고 아버님이 그러셔서 죄송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시아버지를 모시러 불시에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음식물이 묻은 옷에 말라 보이는 시아버지 모습에 속상했다라고 이씨는 전했다.

큰 규모 요양병원의 경우도 시설은 열악하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2009년 기준)에 따르면 인천의 요양병원 중 1등급을 받은 병원은 전체 29곳 중 단 한 곳도 없었다. 12곳이 기준 미달인 4,5등급으로 평가받았고, 3등급 11곳, 2등급 5곳에 불과했다. 특히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대부분은 우울증, 불면증, 알츠하이머 등 정신계 관련 질병을 앓고 있지만, 신경외과 전문의를 두고 있는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낮은 문턱으로 시설 급증

31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요양병원은 지난 2005년 6곳에서 2011년 35곳으로 6년 만에 6.8배나 증가했다. 노인요양원(주거복지시설, 재가요양시설, 재가복지시설 등)도 현재 340여 곳에 이른다.

이처럼 지역 내 요양병원은 급증하지만, 시설이나 관련기준이 일반병원 기준에 비해 느슨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기 일쑤이다. 현행법을 보면 일반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20명 기준으로 의사 1명, 입원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이 있어야 한다. 요양병원에는 입원환자 40명당 의사1명, 입원환자 6명당 간호사 1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간호사 정원의 3분의 2는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요양병원 현실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1명당 10여명을 돌봐야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요양대상자들에게 소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요양병원 간호사는 "1명의 간호사가 적게는 8명~10명, 많게는 10명~20명의 환자를 돌보다 보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은 해도 꼼꼼하게 살펴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A 요양원 원장은 "법인으로 설립하면 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심지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병·의원, 어린이집 등 다른 업종에서 요양원으로 전업한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면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시장을 개방하면서 다양한 노인요양시설 문제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

유해숙 서울 사회복지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공공영역에서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민간영역에 떠념겨져 요양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다 보니 과열경쟁으로 인해 무분별한 설립, 서비스질 문제, 인력 문제(요양보호사 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공공성을 갖추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은 내 미래 모습이므로 노인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특히 현재의 노인은 빈곤, 건강, 가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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