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음악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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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음악이 만나다!
  • 문은현
  • 승인 2011.09.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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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문은현 / 짱뚱이 어린이도서관 관장


연주 전 리허설 장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의 흥미와 감성을 두드립니다. 엄마는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어주려고 그림책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재미 있게 읽어주는 방법도 배웁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수고와 노력을 내 아이에게만 읽어주자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게다가 이젠 내 아이가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기엔 힘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엄마들이 모여 '오른발 왼발'이라는 책 읽어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오른발 왼발'은 지역 중증장애인 시설을 방문하여 그림책을 읽어주는 짱뚱이 어린이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동아리 중 하나입니다.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실력을 조금 더 다듬어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커다란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보기 좋은 영상으로, 때로는 인형극으로 준비하여 아이들을 찾아갑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아이들이 반응을 보입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나쁜 등장인물이 나오면 화를 내기도 하고, 커다란 동물이 등장하면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함께 종이기차를 만들어 타고 여행을 떠나면 즐거워 싱글벙글 웃기도 합니다.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던 느낌과는 다른 감동이 '오른발 왼발'에게도 찾아옵니다. 아이들의 작은 반응에 감사하며 더 많이 준비하여 아이들을 찾아갑니다. 이젠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확하지는 않은 발음이지만 "오른발, 왼발"하며 환하게 반겨줍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음악공부를 합니다. 좋아하는 악기를 선택해 배우고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한 주에 한 번씩 만나서 각자 소리를 냅니다. 바이올린, 플룻, 첼로….  하나하나 소리가 만나 또 다른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음악을 매개로 많은 이웃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매년 1회 정기연주회를 마련하여 이웃과 가족을 초청하기도 하고, 문화공간으로 나오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찾아가서 연주를 들려줍니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클래식을 쉽고 재미 있게  이야기로 풀어서 들려줍니다. 이들은 '리조이스'라는 이름으로 만난 아마추어 챔버 오케스트라입니다.

지난 여름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던 '오른발 왼발'과 '리조이스'가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책 읽어주는 오케스트라'로 그림책과 음악이 만난 것입니다. 서로 특색을 살려 또 다른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림책의 아름다운 영상과 흥미로운 이야기에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조화시켜 감동과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각 악기의 특성을 살려 이야기의 효과음악을 넣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림책이 연상되고, 그림책을 펼치면 음악이 떠오르는 연주회를 준비하여 이웃을 찾아갑니다.

참으로 행복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람인(人)은 사람과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을 따서 만든 상형문자라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줌으로써 더 풍요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아이를 위해서 하던 일들이, 내 발전을 위해서 하던 일들이 내 울타리를 넘어서 이웃에게 나누어집니다. 조금씩 쌓아놓았던 재능을 나누니 그 열매는 달고 좋은 맛을 냅니다. 즐거워하고 고마워하는 관객의 모습에서 준비한 이들도 즐겁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함께하면서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움직임이 더 좋은 삶터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 내 울타리만을 생각하다 보면, 세상은 더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곳이 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협력하면 여러 가지 선한 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또 다른 기쁨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기에 이들은 오늘도 악기를 들고 책을 펼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풍성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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