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형제애와 사랑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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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형제애와 사랑의 정치
  • 안명옥
  • 승인 2011.11.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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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안명옥 교수 / 차 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정치는 이 세상이 시작되고부터 있어 왔던 개념입니다만, 다른 학문들에 비해서는 참으로 뒤늦게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발전의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  정치학의 관점으로 사랑, 그 중에서도 '보편적 형제애'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1948년 12월 10일, 제3차 유엔총회에서 체택된 세계인권선언(世界人權宣言,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역사적 선언문에 형제애가 기록됩니다. 전문과 30조의 본문으로 이루어진 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합니다. 즉, 자유와 평등을 자연적 권리와 함께 보편적 형제애도 역시 자유와 평등 이전 자연적 권리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이 놀라운 개념, '보편적 형제애'에 관하여 얼마나 삶 속에서 인권과 연결하여 성찰되고 있는지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종교가 기독교인 분들의 경우 종교적 일상생활에서 '형제', '자매'로 호칭하는 이웃사랑을 인권의 관점으로 이해하며 생각과 말과 행위가 그에 근거하여 작동하고 있는지도 성찰해볼 일입니다.

현대 정치학에서 정치에는 윤리적인 가치가 필수라는 추세입니다. 경제 영역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겁고 신나지만 심오한 정치철학과 신념에 근거한 사랑의 정치를 기대합니다. 보편적 형제애는 이에 대한 하나의 적극적 해답이기도 합니다.

한편, 근대로부터 시작된 민주주의 개념은 발달을 거듭해 왔고 우리의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이 지양해 왔던 개념입니다. 철학적인 근거를 가지지만 하나의 기술적 측면으로 인식되어 온 경향도 있습니다. 1949년에 독일 정치학 교수 슘페터가 정의한 "민주주의는 행정부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방법이다"가 현대 민주주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경향으로 볼 때 더 이상 단순하지 않고 이제는 민주주의에도 '질'에 대한 논의가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학은 민주주의로의 전개, 혹은 전이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질적으로 어떤 민주주의인가가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길의 한 방법이 바로 형제애를 본질로 하는 가치관입니다. 보편적 형제애. 즉, 사랑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질적인 성장에 생명과 생기를 더하는 가치입니다.

질적 민주주의 논의 중 대두된 부분이 바로 영국의 정치학자 폴 기븐스가 주창한 '민주주의의 제3의 길'이고 많은 이들이 이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유럽의 정치학 교수들이 형제애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이 제3의 길이라 보고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후에 언급할 경제 영역, 필자가 '사랑의 경제'로 명명한 '공유경제' 등 제3의 길인 경제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민주주의 질에 대하여 더 깊이 살펴봅니다. 질적인 민주주의에서는 목적, 내용과 함께 방법 이 세 가지가 모두 좋아야 합니다. 형제애는 '방법'에 해당합니다. 방법으로서만 아니고 내용에서 또한 우리는 질 좋은 자유와 평등을 지닌 가치관을 확고히 지니고 정치방법론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편적 형제애를 받아들이고 실천하여야 합니다. 역사가 이미 증명하였듯이 자유와 평등만이 각기 강조되었을 때 실패의 역사는 반복되었습니다. 자유나 평등은 빼앗긴 상황에 처할 수 있으나 형제애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정치적 개념으로서 보편적 형제애를 이탈리아의 마르코 파투초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파합니다.

1. 보편적 형제애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보듯이 자연적 권리이기도 하다.

2. 보편적 형제애는 공공적으로 실천되고 행해질 수 있는 정치적인 개념이며 방법론이다. 정치의 복합성 안에서 보편적 형제애는 내용과 방법에서 공존하는 삶을 지지하는 가장 좋은 제도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3. 보편적 형제애는 정치적 삶을 위한 자원이다. 공동의 가치를 위해 공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일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동의 자원으로 내놓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정치 활동의 긍정적이고 중요한 원동력이다. 보편적 형제애는 다양성을 대립되는 도전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필요한 동시에 매력적인 비교 관점에서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것도 역시 소홀히 여기지 않고 존중한다.

4. 보편적 형제애는 정치와 정책방향을 위한 기준이다. 오늘날 지구를 고통스럽게 하는 세계적 위기와 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일 수 있다. 전쟁과 폭력, 세계 인구 다수가 겪는 소외와 빈곤, 경제 금융 위기 문제들 자체가 보편적 형제애의 중대한 결손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형제로서 상호의존성의 이 세계, 인류를 보는 관점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정치 주체가 온 인류, 인류 공동체임을 상기시켜 준다. 

마틴 루터 킹의 주장은 놀라운 성찰을 보여줍니다. “보편적 형제애의 정신으로 함께 사는 법을 배우든지, 아니면 바보처럼 모두 멸망하든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생각할수록 보편적 형제애야말로 정치방법론으로서도 가장 실용적이며 실질적 개념이라 여겨집니다. 나날이 '사랑의 정치', '사랑의 경제'에 대한 성찰은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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