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성장은 작가들에게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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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예술 성장은 작가들에게 달려"
  • 이혜정
  • 승인 2011.11.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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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아트팩토리 사람' 김원범 대표


김원범 '아트팩토리 사람'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는 김원범 '아트팩토리 사람' 대표를 소개한다.

취재 : 이혜정 기자

현대인들은 산업화 이후 질주하는 첨단과학의 발전 속에서 점점 단순해지고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로봇'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계들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기계화에 익숙해지고,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 로봇을 닮아가는 듯하다. 인간성을 상실한 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차갑고 싸늘한 기계와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인간이 창조한 로봇들은 점점 사람을 닮아가며 사람처럼 움직이고 감정을 갖기도 한다.

이 시대 인간상은 무엇인가? "첨단과학 속 기술을 통해 인간은 정말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걸까"라는 의구심을 던지며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김원범 '아트팩토리 사람' 대표를 만났다.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 인간과 기계 사이 작용을 근본적으로 파고들어 완전한 인간의 삶으로 되고 싶어하는 현대인과 함께 성찰하는 작품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이들을 '로봇'이라 부른다. 우리라는 관계 회복을 위해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과 '인간의 본질을 상실한 불완전한 인간'을 바라보며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오는 12월 16일~31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Robot No.9'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이 어울어진 재미 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가시나무새 작품 중 한 장면.공연과 전시가 만난 레지던스 프로그램 'Robot No.9'.

'Robot No.9'는 영상과 설치 등 시각분야 6명의 작가와 6명의 연극인이 함께하는 시각예술에 움직임을 더한 독특한 레지던스다.

"그동안 미술과 설치 등의 분야에서는 레지던스를 많이 해왔지만 공연으로 레지던스를 한다는 건 매우 어렵지요. 더군다나 설치예술과 연극적 요소가 함께 어울어진다는 건 무엇보다 더 힘듭니다. 하지만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분야들이 협업을 통해 이 과정을 잘 이어간다면 아주 굉장한 레지던스가 완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전시분야와 연극적 요소가 강한 공연분야가 가진 색깔의 의미가 매우 다르게 표현된다며 예를 들었다. 또 '마지막 인간상'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각 작가와 연극인들이 함께 또다른 창조적 예술을 지역에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우리나라 국공립 공연단체 중 레지던스를 하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레지던스라는 명칭이 아닌 다른 형식의 비슷한 움직임이 연극계에서 그동안 벌어져 왔지요. 인천 역시 레지던스프로그램이 생긴 지 올해 2년째입니다. 힘들지만 재미 있는 이런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잘 꾸려진다면 분명히 좋은 지역 문화예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이번 'Robot No.9'는 6명의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영상으로 표현한다. 그 속에 세 가지 레퍼토리로 7명의 연극인이 그들의 설치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을 한다.

첫 번째 레퍼토리는 '인간, 기계가 되다'. 기계소리와 기차 기적 소리 등 19세기 사회 기계문명의 소리에 맞춰 일사분란한 과장된 동작들을 표현하며 쳇바퀴 도는 듯한 기계화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이 때론 로봇이 아닐까라는 '소름끼치'는 작업이다.

두 번째는 '로봇을 느낀다'이다. '마음을 읽는 로봇', '소녀를 사랑하는 로봇', '마음이 아픈 로봇' 등 "과연 사람이 된 로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세 번째는 '나는 9번째 기계다'라는 주제로 노동공간에서 로봇처럼 일하는 인간, 인간을 감시하는 로봇이다. 새로운 현대 노동조건 아래서 일어나는 인간성 파괴와 경제적 변화의 문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나타낸다.

김 대표는 "변화하는 삶의 자아 인식 모습이 새로운 형태의 억압은 아닌지 도전적으로 묻고자 이 작품들을 표현했다"면서 "연극인들의 움직임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한 개인의 존재를 느껴보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 작품  내 한 장면.'아트팩토리 사람'의 태동

'아트팩토리 사람'을 이끌어 온 김원범 대표는 지역의 연극적인 마임을 하는 대표 작가이다. 마임이라고 하면 대사 없이 몸짓으로 하는 예술행위라고 보지만 그는 그렇치 않다고 설명한다.

"보통 사람들은 마임이라고 하면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말 없이 표현하는 걸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임은 단순한 몸짓이 아닙니다. 어떨 땐 대사가 있기도 하고 다양한 움직임 속에 내면을 표현하는 예술행위로서 깊이가 있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에 빠져 연극인의 꿈을 키웠다. 그러다 움직임의 다양성을 알게 되면서 마임이라는 장르에 그는 빠진다.  그동안 서울에서 활동을 하다가 지난 1985년 인천에 터를 잡는다.

그 이후 인천의 대표 예술가로 자리잡은 김 대표는 지역의 예술문화를 성장시키고자 자신의 분야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극단 '로프 김원범 마임컴퍼니'를 결성한 후 극단 명칭을 'dramatic theatre Art factory사'로 변경하면서 신체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펼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2010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 레지던스에 대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여러 작가와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과 작가들을 보면서 이제 시작이지만 공연과 전시, 또는 공연이라는 장르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펼치고 싶습니다."

지역 예술문화 성장 기반은 작가들에게 있다

그는 "공연과 전시의 융합, 또는 공연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지역에서 정착하는 것은 지역 예술문화 성장의 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한다.

"수십년 동안 지역에서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예술문화 향유 정착이 아직 미숙한 수준이라는 걸 압니다. 특히나 인천지역 분위기가 매우 침체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 인프라 구축과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이뤄진다고 해도 빛을 발하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그는 "지역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들 스스로 노력이 더욱 시급한데, 예전에 비해 인프라는 많이 구축되고, 인천문화재단에서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이제는 인천지역 예술가들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문화계를 바라보고, 작가들 스스로 변화해 함께 소통을 하는 부분이 더욱 중요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러 지역 작가들이 관객들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도록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전한다.

그에겐 꿈이 있다.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함께 소통하고, 이해하고 싶다고 한다. 그것은 자기성찰이다.

김 대표는 "현대화 속에서 '인간이 정말 행복한가, 바람직한 인간상인가'라고 고민을 하는 동안 나 자신을 돌이켜 보고 싶다"면서 "물질적인 게 아닌 정서적 또는 심리적인 것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관객들도 그런 고민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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