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바꾸고' - 달라지는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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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바꾸고' - 달라지는 전통시장
  • 송은숙
  • 승인 2012.07.2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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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을 가다 ⑥ 서구 중앙시장


취재:송은숙

30~40대 젊은 상인들이 똘똘 뭉쳐 활기가 넘치는 시장을 만들고 있다. 바로 서구 중앙시장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내로라하는 규모의 시장들을 제치고 2009년 우수시장 박람회 국무총리상에 이어, 2011년에는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1989년 번영회가 들어서고, 2005년에는 인정시장으로 등록한 중앙시장 점포는 모두 113개(노점 25개)이다. 다른 곳보다 상인회가 잘 운영되는 곳으로 꼽힌다. 상인회 가입율이 95%가 넘어 상인회 차원 마케팅이나 교육열이 매우 높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상인교육프로그램 '상인대학'에도 많은 상인이 참여했고, 수료한 일부 상인들은 '신바람연구소'라는 모임을 만들어 점포경영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배우고 있다.

"30~40대 젊은 상인들이 85%를 차지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장 일에 관심이 많고 참여율도 높아요. 상인대학도 세 번이나 열었는데,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하더라고요. 한 차례 할 때마다 40여 점포가 참여했으니 모두 한 번씩은 교육을 받은 셈이죠."

이곳에서 18년째 아동복 매장을 운영 중인 이재길(47) 상인회장의 이야기이다.
이재길 상인회장.

시장을 둘러보니 아케이트가 둥글지 않고 지붕처럼 각이 진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알고 보니 태양광발전 시설 때문이라고 한다.

"2010년에 시장경영진흥원 지원사업으로 아케이트 일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췄습니다. 덕분에 홍보전광판 등에 다달이 13만~15만원 내던 시장상인회 전기세가 1만5천원으로 확 줄었어요. 올해 모듈을 더 추가설치할 예정입니다."

가게 간판들도 시설현대화 사업을 하면서 디자인에 통일감을 주었고, 모두 LED 간판으로 바꿔 전기를 절약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깔끔한 인상을 준다.

"전통시장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금연구역으로 선포했습니다. 그 전과 비교하면 70~80% 정도 시장이 깨끗해졌어요."

'친환경 녹색 전통시장'을 만들려는 이런 노력 덕분인지 규모는 크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바로 중앙시장이다. 상인과 시장고객들이 함께 산행을 하는 '어울림산악회' 회원도 130명에 이른다.

시장 아케이트에 설치한 태양광발전 시설.

중앙시장을 이용할 때는 '공동배송센터'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배송을 요청하면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물건을 배달해주는데, 이용 횟수가 하루 60건이 넘는다.

또한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5천원, 또는 만원 단위로 쿠폰을 지급하는 '공동쿠폰'도 활성화되어 있다. 이 쿠폰 10장을 모으면 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고, 매월 말일에는 시장고객들에게 회수한 쿠폰을 추첨해서 선물도 준다.

매주 금요일 오후 2~5시에는 특판세일을 해서 더 많은 이들이 찾는 날이다. 세일을 하려는 가게에서 상인회에 연락하면, 평소에는 충분한 쇼핑 공간 확보를 위해 추가 판매대를 내놓을 수 없지만 이때만큼은 예외가 허용된다. 상인회에서는 판매대를 무료대여하고, 안내방송을 한다. 보통 10~15곳의 가게가 세일에 참여한다.

금요일 오후 특판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왼편에 보이는 정육점 '맘앤팜'의 상인은 상인대학을 수료하고 다녀온 일본시장 견학 후 점포운영에 변화를 주었고, 이것이 적중해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상인회를 중심으로 시장 활기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곳 역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영향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구에는 16곳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가 있고 올해 2곳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가까운 청라지구 등에서 차를 갖고 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주차장도 시장 숙원사업 중 하나이다.

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묵밥이 눈길을 끈다.
시장맛집 중 한곳인 족발집. '20년 맛집'이다.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야 있나요? 시설현대화로 깨끗하고 쾌적한 시장을 만들고, 경영현대화로 더 고객에게 다가서야죠. 지금은 임대해서 상인회 사무실과 공동배송센터를 쓰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독립건물에 고객쉼터와 고객지원센터, 교육장을 갖추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재길 상인회장은 "이곳에서 시장고객들을 위한 노래교실이나 스포츠댄스 등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이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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