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물들듯 시심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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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물들듯 시심이 스며든다"
  • 신은주
  • 승인 2012.08.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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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배다리 시낭송회 초청 시인 한연순


8월 25일(토) 낮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2층 다락방에서 56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한연순 시인을 모시고 열렸다.
 
늦더위가 물러가는 처서를 지나 몸과 마음으로 스며드는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배다리 시낭송회로 화려한 외출을 한 사람들이 나무계단을 올라 작은 다락방을 가득 채워 주었다. 나이와 직업, 성별을 초월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찾아 온 이곳은 공간과 시의 만남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한연순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 생활 34년을 끝으로 올해 퇴직을 하고 '감수성 훈련을 통한 시창작 강의'를 인천교육연수원, 강화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며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월간 '조선문학' 시 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한 한연순 시인은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 2004년에는 매월 5편씩 1년 동안 60편을 '조선문학'에 연재했다. 현재 국제 PEN클럽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조선문인회, 영월 요선문학,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발간한 시집으로는 '방치된 슬픔', '공기벽돌 쌓기놀이', '돌담을 쌓으며'가 있고 그 외 다수의 동인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한연순 시인은 "옛 벽돌과 새 벽돌이 함께 공존하는 다락방의 따뜻한 공간에 오게 되어 감사하다"면서 "참석한 모든 분에게 이 시간이 단풍잎 물들듯이 시가 가슴에 스며들길 바란다"는 시적인 인사를 건넸다. 특히 이날  초청시인의 지인들이 많이 참석해서 한연순 시인과의 인연, 시세계도 들려주어 시낭송회는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수필작가 신미송, 윤연옥씨가 참석하여 한연순 시인의 시를 낭송하여 자리를 더 빛내주었다.
 
몇 달 전에 우연히 이곳에 들러 이제는 단골이 된 젊은 청년은  한연순 시인의 '감잎 한 장'을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 외워서 암송으로 들려주고  시를 놓고 엄마랑 각자의 감상이 맞는지 설전을 벌인 일을 들려주며 한연순 시인에게 질문을 했다. 한연순 시인은 "자신은 술을 잘 못하는데, 감잎이 물든 모습이 술에 적당히 취한 모습으로 다가와서 그 시를 쓰게 되었다. 시인은 쓸쓸하면서도 도도한 여자다"라며 아들과 엄마의 손을 다 들어주었다.

이날도 인일여고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여 참석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최윤정(인일여고 2학년) 학생은 국어선생님 소개로 오늘 처음 왔지만 늘 왔던 곳처럼 이곳이 편하게 느껴진다는 인사말을 건네며 '서귀포 앞바다'를 낭송했다.

한연순 시인은 영월에 갔다가 혼을 다 사로잡은 경치에 반해서 밭을 샀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다른 사람이 살까봐 부동산업자가 달라는 돈을 다 주고 사서 한 마디로 바가지를 썼지만, 그곳에서 많은 시를 썼다면서 무척 행복해 했다. 경제적 가치에 비해 돈을 많이 지불한 시인은 더 소중한 것을 바라보았기에 높아 보이고, 돈만 바라볼 줄 아는 부동산 업자는 한없이 초라한 사람으로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한연순 시인은 "삶의 체험이 감수성을 건드려 시의 종자가 되므로  그것을 놓치지 말고 적어두었다가  잘 발화시켜 시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으면 그 시가 우리들의 삶을 살아 있게 만든다"면서 시를 쓰며 살아가는 삶을 추천하였다.
 
이제  배다리 시낭송회는 56회라는 시간의 무게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시인과 독자들은 다락방의 행복한 추억을 소중하게 기억하며 시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연순 시인은 "낭송을 통해 자신의 시가 더 좋은 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시낭송회가 끝난 후 한연순 시인이 참석자들에게 직접 싸인을 한 시집 '돌담을 쌓으며'를 선물했고, 배다리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는은 떡과 별미 수박 화채로 먹는 행복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날 뒤풀이는 한연순 시인이 가져온 포도로 더 풍성했다.

나무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한연순 시인의 첫 인사처럼 '행복'이  단풍잎처럼 곱게 물들었다.

제57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추석연휴와 겹친 9월을 건너 뛰고 10월 27일(토) 낮 2시 양은숙 시인을 모시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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