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두살, 아직도 설레고 마음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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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두살, 아직도 설레고 마음이 뜁니다!
  • 문경숙 객원기자
  • 승인 2014.03.1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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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갤러리 '수', 정희 할머니 수채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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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두 살, 난 아직도 설래고 가슴이 뛴다"는 수채화 박정희 할머니는 누구일까?
세상에 할머니가 알려진 것은 200년KBS일요스페셜 '사랑'-박정희 할머니 욱아일기 가 방영이 되면서 세상에 알려 지게 되었다.
한글점자 창안자 송암 박두성 선생의 딸로 5남매를 키우면서 있었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사진과 그림과 글로 담아 기록을 했다.
이 육아일기는 책으로 발매되었고 원본은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기록물로 보관이 되 있다.
 
 그저 세상의 소식을 통해서 할머니를 알고 있었다. 지역골목길 촬영을 다니면서 할머니 집앞을 지나갈 때 현관문에 써 있는 연락처를 보면서도 차마 전화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할머니가 운영하는 '평안수채화의 집'앞을 지나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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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지인으로부터 할머니의 전시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가겠다고 다짐했다.
3월 9일,서둘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을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시장문을 열었는데 할머니는 안계셔서 마음이 허전했다.
건강이좋지 않으셔서 댁에 계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삼삼오오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박정희 할머니에 대해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들을 토로했다.
그림앞에서 한 참을 서성이기도 하고 자녀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알고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닥토닥 전해주기도 했다.
전시장에 걸린 할머니의 작품은 화사한 봄 빛이였고 수줍은 소녀의 복사꽃 볼빛 이였다.
 
서둘러 다시 인천으로 내려 왔다.
평안수채화의 집 문을 두드리니 햇살이 가장 잘드는 현관앞에서 봄햇살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차마 덜컥 찾아온 것이 죄송스러워 차가운 콘크리트바닥에 무릎을 끓었다.
지금 서울전시회장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할머님을 뵙고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렸다.
곁엔 20년지기 제자분이 할머니를 돕고 계셨다.
그렇게 할머니와의 만남은 한 시간여를 훌쩍 넘기면서 지난 이야기 속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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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살았어'
지긋하리만치 고단했던 지난 세월을 할머닌'참 잘 살았어' 라고 표현하셨다.
평안수채화의 집은 남편(내과의사 유영호씨 작고)이 병원(평안의원)간판을 뒤집어서' 평안 수채화의 집'이라 한 것이라고 들려주셨다.
 
초등학교시절 선생님이 "넌 참 공부도 잘 하고 그림도 잘그리네" 라고 해주신 한마디가 할머니 평생 "난,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그리는 사람이야" 란 자부심과 자심감을 안고 사셨다.
그후로 20여명이 넘는 대가족 살림을 꾸리면서도 틈틈히 그림을 그리고 육아일기를 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누구한테 그림공부를 해본적이 없는 할머니는 67세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머무는 방은 침실이자 작업실이자 갤러리 이다.
무작정 찾아갔는데 불편한 내색없이 두 손꼭 잡고 반겨주셨다. 지난시간 동안 틈틈히 써 두셨던 글과 그림책도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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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가장 하고싶어 하는 일을 하도록 해야해!"
인터뷰 중에 요즘 부모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부탁드렸다.
"자식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도록 해주는게 부모의 역할이야. 자기가 하고싶어하는 일을 하면서 살도록 해야지 부모욕심을 앞세워 자식을 불행하게 하진 말아야해. 
그게 답이야! 다른거 없어 난, 지긋한 근대사 시절을 살아왔지  전쟁도 겪었고....
그렇지만 난 참 잘살았어. 좋아하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살았으니까!"
 
할머니가 제자분에게 말씀하신다
"아가! 아까하던거 좀 갖고 와!"
제자분이 가지고온 스케치북에 다시 색을 입히신다.
봄 꽃향기 가득한 꽃들속에서 아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아니, 그것은 아이들이아닌 박정희 할머니의 모습이였다.
 
수채화 화가 박정희 할머닌 그 흔한 물통도 없었다.
오래된 빠래트에 다 먹고 비운 빨간 고추장통이 할머니의 물통이였다.
자신의 모든것을 세상에 내어 준 할머니의 평안한 모습.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 오는 내내 귓전에 맴도는 말씀.

"난, 참 잘 살았어 .그래서  참 행복해!"
다시 붓을들고 웃어주시는 할머니의 미소가 따스한 봄햇살을 닮아 괜스레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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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두살.
난 아직도 설레고, 가슴이 뜁니다.
                      92세 박정희 할머니 수채화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5길 리더스 갤러리 '수' 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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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세상에 나온 박정희 할머니의 창작동화 '깨끗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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