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한국의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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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한국의 LA’
  • 배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14.08.0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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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탐방기
 
8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올해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3일 통틀어 들락날락한 관객 모두를 합하면 약 9만여 명이 이 페스티벌을 다녀갔다고 한다. 과거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들의 주요 태동지로 ‘한국의 LA’로 불렸던 인천이 잠시나마 그 위용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글쓴이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인천in]의 객원기자 자격으로, 또한 음악평론가 자격으로 다녀왔다. 덕분에 음악잡지와 중앙언론에서 활동하던 시절 자주 봤던 동료 기자, 평론가들과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다. 이에 글쓴이를 비롯한 평론가와 기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시선을 공연이 끝난 후 모아봤다.
 
내년이면 10년차,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록 페스티벌
 
이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페스티벌 현장이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굉장히 깔끔한 환경 속에서 운영됐다는 점이다. 비오는 것을 대비한 물빠짐의 대비와 쾌적한 잔디밭, 캠핑 등 레저문화의 유연한 유입이나 화장실 운영까지 모든 부분이 그리 질척이는 부분이 없었다. 깔끔한 측면으로만 평가하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보다도 우위였다. 마지막 날 적잖이 비가 왔음에도 흙탕물 세례를 받은 관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이를 잘 증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다른 음악업계 종사자들 역시 의견은 비슷했다. 인천 토박이로 현재도 인천에 거주하는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작년보다 공원기반시설이 더 구비되고 VIP존 등 편의공간이 늘어나 확실히 관객들이 편안해 하는 분위기가 보였다”고 말했다. 전직 음악PD인 이승희씨 역시 “올해는 관객 입장으로 왔는데 2010~2011년뿐만 아니라 작년에 비해서도 확실히 개선된 시설은 역대 최고였다”며 “주최 측이 쾌적한 환경을 기반으로 다양한 변수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에서 괜히 9년차 페스티벌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미 [스타에이지] 편집장의 경우 “제반시설과 편의시설, 주최 측의 진행 등이 모두 비교적 매끄러워 큰 흠을 찾기가 어려웠을 정도”라고 밝혔다.
 

2-올해 펜타포트의 환경은 역대 최고의 쾌적함을 제공했다.
 
다양한 출연진, 관객들을 흡족시키다 
 
올 한해는 쉬는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나 [시티브레이크], [슈퍼 소닉] 등 타지에서 열리는 록 음악 축제들이 [후지 록 페스티벌]이나 [섬머 소닉] 등 일본의 록 페스티벌과 같은 날짜에서 라인업을 교환하는 식으로 열리며 전적으로 일본 시장에 의지하는 것에 비하면, [펜타포트]는 그러한 시장에 기대지 않는 ‘사실상 독자적인 방향’의 운영을 택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만 기반해 출연진을 섭외하는 측면 때문에, 사실 [펜타포트]는 출연진, 즉 라인업의 측면에서 음악 팬들의 만족도가 좀 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2010년 이후로 [펜타포트]는 라인업의 레벨을 계속 올려가고 있었다. 그 결과 올해의 [펜타포트]는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출연진의 지명도가 결코 덜하지 않았다. [글래스톤베리] 등 해외 록 페스티벌에서도 헤드라이너의 자리에 오른 카사비앙을 비롯해 이미 중견 이상의 밴드가 된 트래비스, 그리고 최근 재결성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온 스타세일러 등 영국 밴드들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모셔오려고 혈안이 돼 있는 팀들이다. 8090시대의 전설 리지 보든이나 수어사이덜 텐덴시즈 등도 큰 만족도를 준 팀들. 국내 출연진도 우수했다. 첫날 주인공 자리에 올랐던 이승환을 비롯해 장필순, 로맨틱 펀치, 불독 맨션과 크래시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인기 팀들도 젊은이들이 3일 동안 제대로 뛰고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줬다. 더불어 무대 양쪽에서 덥다 싶으면 관객들에게 ‘시원한 비’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늘로 물대포를 쏘아 준 소방당국의 살수차는 이런 분위기의 ‘숨은 공신’들이었다.
 
음악평론가를 겸하고 있는 권석정 [텐아시아] 기자는 “다채로운 성격의 출연진들을 다양하게 배치시켜 관객들이 무대를 직접 선택해서 보게 하는 배려는 최고였다”고 평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의 경우 “보통의 록 페스티벌은 출연진 중 한두 팀의 유명세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펜타포트]가 데리고 온 팀들을 보면 확실히 내실을 기했다고 할 수 있으며 다양해진 관객 취향을 배려해 공연시간을 배치한 것이 무척 탁월했다”고 말했다.
 
 
3-마지막 날 출연한 ‘트래비스’의 베이시스트, 더글라스 페인.
 
완벽에 가까운 페스티벌, 2% 부족했던 것은? 
 
이번 [펜타포트]의 단점이라면 교통편과 페스티벌 현장으로 가는 동선이 약간은 쓸데없을 정도로 길게 짜였다는 점이다. 일반 교통을 이용하는 관객들이야 이미 정해진 루트의 교통 라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 치지만, 택시나 혹은 주최 측이 가동했던 유료 셔틀버스를 이용했던 관객들까지도 먼 곳에서 하차해 페스티벌 현장까지 15~20분여를 걸어 들어와야 했다. ‘인천 토박이’이며 최근까지 국제업무지구 인근 지형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글쓴이도 이 대목은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향후 개선점으로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윤미 [스타에이지] 편집장 역시 “셔틀버스와 행사장의 엄청난 거리는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지적한 것으로 내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면 이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희씨는 “얼마 전 자동차 경주도 했을 만큼 넓은 도로를 갖고 있는 지역인데 이렇게까지 버스나 택시 진입을 제한시킬 필요가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 역시 “난 인천사람인데도 행사장과 교통편 진입에 거리를 둔 것은 이해가 안 갔다”며 “메인무대와 푸드존 간 거리도 상당해 내년에는 이에 대한 동선을 고민한 결과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라인업의 성의 없는 공연도 지적 대상. 둘째 날 무대에 오른 미국의 보이스 라이크 걸스는 자신들의 히트곡 ‘The Great Escape’를 첫곡과 끝곡에 두 번 연주하고 간주에서도 부분 섞을 정도로 다른 레퍼토리를 별로 준비하지 못하고 왔음을 드러냈다. 그들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저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승희씨는 “본디 록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출연진들의 리얼한 연주나 현장에서의 테크닉을 보러 오는 것인데 이를 보기 좋게 배신한 무대가 마지막 날 하하와 스컬”이라며 “이들은 록 페스티벌에 엄청난 민폐를 끼친 것으로 향후에도 이렇게 공연할 것이면 차라리 안 데리고 오는 것이 낫겠다”며 분기탱천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4-둘째 날 출연한 영국 록 밴드 ‘카사비앙’
 
지역 문화계는 ‘딴지’보다 ‘상생’을 고민해야 
 
공연 후 글쓴이와 함께 한 음악 평론가들 일부는 [인천in]에 게재된 [펜타포트]의 기사를 열람하기도 했다. 그중 “그러나 인천지역 문화계에서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지역성 문제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인천이라는 지역성과는 전혀 무관하게 외부인을 위한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게 된 대표 사례”라며 “인천시의 공적 자금이 투여되는 축제인데 지역민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음악업계 관계자들은 이 의견이 “전반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것은 글쓴이 역시 마찬가지의 생각이다. 록 페스티벌이 열리고 이것이 저변확대가 되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지역에 영향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것이 당장에 보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속도가 좀 느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여 이런 의견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인천시가 2010년에 해답을 준 적이 있었다. 그해 [펜타포트]는 록 페스티벌을 중심에 두고 거리에서의 버스킹이나 클럽 공연, 프린지 뮤직 무대 등 인천 곳곳에서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펜타포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벌였다. 그 방식은 현재 [글래스톤베리] 등의 해외 음악 축제가 취하는 방법으로 예술/관광 등의 측면에서 경제적 효과를 꽤 보는 부분이 있는데 그들 역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을 감내해야 했다. 지역민과 지역예술인들의 참여는 당장은 좀 힘들어도 그런 식으로 정착되어야 하며, 록 페스티벌이 변수가 많은 행사임을 전제했을 때는 2010년에 보여준 플랫폼을 부활시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본인들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이다. 이는 이미 국내/외의 비슷한 음악 축제들을 통해 ‘지겹도록’ 증명된 부분이다.
 
이승희씨 역시 2010년의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예로 들면서 “당시 참여도가 크지 않았지만 원래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게 문화예술계의 생리”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은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 인프라의 발전에도 가능성이 높은 도시인데 이들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답이 나오며 [펜타포트]도 마찬가지로 좀 길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시가 예산의 여유가 없어 2010년 같은 운영을 못하는 점은 분명 아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록 페스티벌의 중심에 지역민들 갖다 놓고 뭘 하자면 이미 아시아권에서도 ‘브랜드’화에 성공한 [펜타포트]를, 지역민들 스스로 감귤아가씨,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같은 레벨의 축제로 ‘다운그레이드’ 시키는 것인 만큼 절대 록 페스티벌 자체에서 중심을 주장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는 이유가 있고 이해도 간다. 하지만 [펜타포트]는 인천시와 민간 공연전문 기획사가 함께 예산을 투입해 진행되는 것으로, 민간 기획사는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인천시가 공연장과 장소 등을 맡는 ‘공동운영체제’로 관이 100% 운영하는 지역민들 우선의 축제와는 기획 의도부터가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펜타포트]의 관객들은 초대권을 받은 사람들까지 향후 이 시설의 관리 등을 명목으로 관객 당 1만원씩 환경개선부담금을 냈는데 인천시민에겐 티켓 전액에서 20%나 할인 혜택을 준 만큼 [펜타포트]가 지역을 위한 축제의 역할은 지금 플랫폼에서는 상당 부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예술/문화계 인사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기 전 록 페스티벌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이해해야 하며, 이후 아이디어를 짜서 인천시에 민원을 넣던 뭘 하던 해서 펜타포트 기획 측과 만나고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합의점을 찾아보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며 “불만을 먼저 내세우기보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들고 와서 함께 이야기해 보고 그렇게 해서 맞는 영역에 지역민들이 참여하면 되는 부분이지, 록 페스티벌 자체에서 뭔가 휘두르려고 한다면 현재 그들이 무언가 엄청난 오해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 잘라 말했다.
 

이승환이 [펜타포트]에서 ‘천일동안’을 부르는 중(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 영상과 음향이 고르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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